여권 다수된 방통심의위, 첫 회의부터 KBS·MBC·TBS 무더기 중징계

윤유경 기자 2023. 9. 11. 1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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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희림 위원장 첫 전체회의, KBS·MBC·TBS 시사보도 프로그램 법정제재, 의견진술
뉴스타파 인용보도 긴급심의에 야권 위원 "자발적인 방통위원장 코드맞추기" 비판
공언련 고발당한 김유진 위원,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명확한 유권해석 요구

[미디어오늘 윤유경 기자]

여권 추천 심의위원이 다수로 역전된 류희림 위원장 체제로 첫 전체회의를 연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통심의위)가 '객관성', '공정성' 등의 심의규정을 위반했다는 민원이 제기된 KBS, MBC, TBS 시사보도 프로그램 안건 8건에 전부 법정제재 혹은 제작진 의견진술을 의결했다.

해당 안건들에 대해 야권 추천 위원들은 모두 문제없음 혹은 경징계인 행정지도 의견을 냈다. 하지만 기존 방송심의소위원회(방송소위)에서 여권 추천 위원들이 낸 법정제재 혹은 의견진술 의견에 류희림 위원장도 여권 위원들과 같은 의견을 냈다. 제재 수위는 문제없음, 경징계인 행정지도(의견제시, 권고), 중징계인 법정제재(주의, 경고 등) 순이다. 의견진술은 심의위원들이 법정제재가 필요하다고 의결한 사안에 대해 해당 방송사 소명을 듣는 절차다.

▲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장. 사진=방송통신심의위원회.

방통심의위는 11일 전체회의를 열고 KBS-1AM <주진우 라이브>, TBS-FM <김어준의 뉴스공장>, MBC <뉴스데스크>, MBC-AM <김종배의 시선집중>, MBC경남진주·MBC경남창원-표준FM <바로시사> 등 지난해 10월~11월에 방송된 시사보도 프로그램 관련 안건 8건을 포함한 총 15건을 심의했다. 정연주 전 위원장, 이광복 전 부위원장에 이은 정민영 위원(더불어민주당 추천)의 해촉으로 총 7명의 심의위원이 참여했다. 여야 추천 위원 구조 4대3, 여권 다수로 역전된 후 진행된 첫 심의다.

이날 시사보도 프로그램 관련 안건 8건 중 4건에는 법정제재 '주의', 4건에는 법정제재를 전제로 한 '제작진 의견진술'이 의결됐다. 해당 안건들을 심의하면서 류희림 위원장은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해”, “민간함 사안인만큼”, “다수 의견대로”, “논란이 많았던 사안인만큼”이라는 근거를 들었다.

서울중앙지검 증축 공사 설계용역 공모에서 과거 김건희 여사가 대표로 있던 코바나컨텐츠 후원 건축 업체가 선정된 것과 관련해 용역 규모를 부풀려 허위 보도했다는 민원이 제기된 KBS <주진우 라이브>와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대해선 야권 추천위원들이 모두 행정지도 수준의 의견을 냈지만, 여권 추천 위윈 네 명 모두 법정제재 '주의' 의견을 냈다.

국정원 기조실장의 사의 표명 관련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자신 오른팔의 워라벨을 채워준건가' 등의 발언을 한 <김어준의 뉴스공장>과 '레고랜드 사태'를 다루면서 최문순 전 강원지사의 인터뷰만 실어 민원이 제기된 MBC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대해선 야권 추천 위원들이 모두 문제없음 의견을 냈지만, 역시 여권 추천 위원 네 명 모두 법정제재 '주의' 의견을 냈다.

MBC 기자의 대통령실 전용기 탑승 배제에 대해 자사에 유리한 내용만 방송했다는 민원이 제기된 MBC <뉴스데스크>, MBC 경남진주, MBC 경남창원의 <바로시사>에는 제작진 의견진술이 의결됐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안중근 의사 기념관 비석에 쓴 '민족정기'(民族正氣) 휘호 관련해 박정희 대통령이 오타를 냈다고 언급한 KBS <주진우 라이브>에도 의견진술이 의결됐다. 해당 안건들은 모두 야권 추천 위원들이 '문제없음' 의견을 낸 안건들이다.

이에 김유진 위원(문재인 대통령 추천)은 “방송소위에서도 법정제재가 부적절하다고 판단했던 안건들이 전체회의에 올라와 모두 의견진술 결정이 내려졌다”며 “과연 이게 방송사가 문제제기해서 법원에 갔을 때 위원회가 몇 번이나 승소할 수 있을지 걱정스럽다. 나중엔 법원보다도 우리 위원회가 더 표현의 자유를 옥죄었다는 비판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야권 추천 위원들, 뉴스타파 인터뷰 인용보도 긴급심의 철회 요구

이날 전체회의에서 야권 추천 위원들은 김만배씨 뉴스타파 인터뷰 인용보도에 대한 긴급심의 철회를 요구했다. 해당 인용보도를 한 방송사들(KBS, MBC, SBS, YTN, JTBC)에 대해선 11일 방송소위에서 긴급 심의할 예정이다. 야권 위원들이 긴급심의 상정 절차에 문제를 제기했지만, 류 위원장은 법률적 검토를 거친 후 긴급심의 상정 여부에 대한 표결을 '가결'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관례적으로 부위원장이 방송소위 위원장을 맡아왔던 것과는 달리 류 위원장이 직접 방송소위 위원장을 맡기로 한 점도 이례적이다. 류 위원장은 뉴스타파 인용보도 안건이 상정된 12일 방송소위부터 맡아 심의를 진행하기로 했다. 이날 전체회의에서 류 위원장은 “내가 방송기자로 시작했고, 방송 경영 대학에서 방송 관련 일을 해서 방송소위에 적합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김유진 위원은 “방통심의위가 언제부터 방통위원장의 말 한마디에 심의 안건을 결정했는지 묻고 싶다. 무엇이 그렇게 급해 규정도 무시한 채 '긴급심의'를 밀어붙였는지 의문이다. 자발적인 방통위원장 '코드맞추기'인가. 아니면 밝힐 수 없는 압박이라도 받은 것인가”라고 물으며 “지금이라도 류희림 방송소위 위원장은 12일 방송소위에서 뉴스타파 인터뷰를 인용한 방송보도를 안건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말했다. 긴급심의 안건 상정을 강행하면 12일 방송소위를 보이콧하겠다고도 했다.

윤성옥 위원(더불어민주당 추천)도 “인터뷰의 허위 여부가 가려지지도, 결정된 사안도 아니다”라며 “심의규정에 가짜뉴스 조항은 없다. 가짜뉴스를 척결한다는 표현은 자제해야한다. 무엇보다 방송은 사후심의다. 긴급 심의한다는 건 결국 긴급 제재한다는 의미밖에 없다. 정치심의, 언론통제 비판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머릿돌. 사진=방송통신심의위원회 제공.

윤성옥 위원은 류 위원장이 방송소위 위원장을 맡는다는 사실을 보도한 지난 9일 세계일보의 단독보도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했다. 윤 위원은 “세계일보에 이런 내용이 단정적으로 보도됐다. 내부에 누가 정보를 계속 제공하고 있는 것 같은데, 위원회에서 결정되지도 않은 내용이거나 결정될 내용에 대해 보도되는 것에 대해 우려한다”며 “방송통신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제27조에 따르면, 심의위원은 직무상 알게 된 정보를 타인에게 공유해선 안된다. 위반됐는지 검토해달라”고 말했다. 이에 류 위원장은 사무처에 “언론보도에 확인되지 않은 내용이 단정적으로 보도되면 반드시 해당 언론사에 정정 요청해달라”고 말했다.

공언련 고발당한 김유진 위원,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명확한 유권해석 요구

한편,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 재직 이력을 이유로 공정언론국민연대로부터 '이해충돌방지법 위반'으로 고발당한 김유진 위원은 해당 법 위반 기준에 대한 명확한 유권해석을 요구했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지난 8일 김 위원에 대해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며 관련 자료를 방통위 및 방통심의위에 이첩하겠다고 발표했다.

김 위원은 “심의위원이 과거에 활동했던 단체가 민원을 넣었을 때 이해충돌인지 법률적 검토를 해달라”며 “위원회에서는 민원인을 알 수 없는 상태에서 심의하는데, 이게 이해충돌방지법 위반이라고 하면 앞으로 어떻게 심의해야 하는지 매우 난감하다”고 말했다.

김 위원은 “당장 류 위원장도 단체 활동을 했었고. 김우석 위원도 특정 정당에서 활동했다. 특히, 김우석 위원이 활동했던 정당은 우리 위원회에 많은 민원을 넣은 걸로 알고있는데 다 회피해야하는건가? 회피 안하면 고발당해야하나? 무서워서 심의하겠나?”라며 “우리 모두와 관련된 내용이고, 위원장은 이 부분에 명확한 유권해석과 이해총돌이라면 민원인 공개에 대한 문제를 어떻게 해소할 것인가에 대해 방안을 만들어달라”고 말했다.

이에 류 위원장은 “방금 말한 부분을 서면으로 제출해주면 거기에 따른 답변을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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