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또 생활고 사망 비극, ‘위기 가구’ 지원 시스템 재정비해야
지난 8일 전북 전주의 한 빌라에서 40대 여성이 숨진 채 발견됐다. 그 곁에서 의식을 잃은 채 발견된 남자아이는 병원에서 의식을 회복했으나 출생신고가 돼 있지 않아 신원파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여성의 죽음은 ‘개가 심하게 짖는데 세입자와 연락이 안 된다’는 집주인 신고 끝에 비로소 발견됐다. 이 여성은 지난 7월 ‘위기가구’로 선정됐는데도 안타깝게도 비극을 막지 못했다. 정부가 위기가구로 인지했으나 죽음을 막지 못했던 ‘수원 세 모녀 사건’을 계기로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했지만 복지 시스템의 빈틈은 여전히 메워지지 않은 채였던 것이다.
여성의 집에서는 20만원 넘게 밀린 전기요금 등 각종 공과금의 납부독촉 고지서가 발견됐다. 경찰은 여성이 생활고를 겪다 사망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여성은 이웃들과 왕래가 거의 없었고 최근 소득이 거의 없었다고 한다. 여성은 지난 7월 정부의 사각지대 발굴 시스템에 포착됐지만, 해당 지방자치단체 담당자는 여성을 만나지 못했다. 전주시는 안내 우편물을 보내고 전화도 걸고 지난달 빌라까지 찾아갔지만 만나지 못했다. 담당 공무원이 1명뿐이었다고 하니 복지 시스템이 현장에서 작동하기에는 역부족이었을 것이다.
이번 일은 지난해 8월과 11월 발생한 ‘수원·신촌 모녀 사건’과 여러모로 닮아 있다. 이들은 위기가구로 선정됐지만 주소지와 실제 거주지가 달라 지자체는 당사자들의 생활고를 파악하지 못했다. 이후 정부가 사각지대 해소 대책을 내놨지만 이번에도 지자체가 손을 쓰지 못했다. 지금보다 더 촘촘한 취약계층과 위기가구 지원대책이 필요하다는 점을 일깨운다. 그렇지 않다면 유사한 비극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
아이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도 밝혀져야 한다. 아이는 정부의 미등록 아동 전수조사에서도 포착되지 않았다. 경찰은 ‘병원 밖 출산’일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 출생신고를 의무화하는 출생통보제가 내년부터 시행되지만 출생신고를 꺼리는 여성을 돕는 제도를 실효성 있게 설계해야 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해 8월 수원 세 모녀 사건을 계기로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며 철저한 대책을 지시했다. 윤석열 정부가 강조하는 “약자 복지”가 제대로 작동하려면 복지 시스템의 빈틈을 메우고, 복지 전담 인력을 확충해야 한다. 찾기 어렵다고 손놓고 있으면 비극은 되풀이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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