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관 25주년 대전시립미술관, 신축 수준의 재정비는 가능할까
미술의 시대, 전시장은 무한 경쟁
공공미술관 역할 시대에 부응해야
시설 보완과 학예 역량 점검은 필수
대전시립미술관은 이번 달 10일까지 예정된 '이건희 컬렉션과 신화가 된 화가들' 전시를 10월 1일까지로 연장했다. 사전 예약을 해야 관람이 가능한 이 전시회는 매회 관람 인원을 꽉 채워 미술관으로서는 전례 없는 매진(?) 행렬을 이어갔다. 미술관 측에 따르면 전시 기간 연장 사례는 대전시립이 '전국 최초'이다. 작품 감상을 위해 인근 지역인 세종, 충남은 물론 서울에서도 미술관을 찾아 기간 연장이 이뤄질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대전시립미술관은 2021년 전국 국공립 미술관을 대상으로 한 이건희 컬렉션의 기증 처는 아니었다. 대신 국립현대미술관의 순회전으로 기획된 이번 전시에서 관람객 수는 개막 2주 만에 1만2천 명을 돌파했다. 예약 시간에 앞서 '노 쇼(no show)'를 기대하며 무작정 기다리고 있는 관객의 모습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하지만 막상 전시장에 들어서면 이곳이 과연 세계적인 작품을 수용할 수 있는 공간인지는 의문이 든다.
많은 관람객이 찾아 흥행에 성공했다고는 하지만 낙후된 시설과 성의 없는 마무리에 작품 감상에만 온전히 집중할 수 없어 아쉽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전시장 전체 벽면은 매끈하게 처리되지 않아 거칠고 군데군데 얼룩이 있다. 들뜬 부분은 진한 선을 만들어 작품 위아래를 관통하고 있다. 벽과 벽 사이가 갈라져 있어 심각한 손상처럼 보이는 곳도 있다. 항온항습 시설을 갖추지 못한 전시장 한쪽에는 거대한 제습기와 물 처리용 대형 플라스틱 통이 작품 바로 옆에 놓여 있다. 무늬가 복잡한 나무 바닥, 오래된 조명 또한 작품을 제대로 부각해주지 못하고 있다.
벽면과 바닥, 조명, 항온항습 시설 여부는 미술관 수준을 가늠하는 기본 요소이지만 교체하는 데에는 수십억 원이 소요돼 쉽게 결정은 할 수 없는 사안이다.
동시에 시설 낙후로 드러나는 문제만큼 심각해 보이는 것은 학예실의 전문가 근성.
작품 위 벽면에는 수평 측정을 위해 연필로 그어 놓은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고 테이프는 제대로 떼지 않은 채 페인트가 덧발라져 있다. 특히 이전 전시에서 정리되지 않은 것인지 알 수 없지만, 작품 위에 압정이 네 곳에 고스란히 박혀 있는 경우도 있었다.
1998년 개관한 대전시립미술관은 올해로 개관 25주년을 맞았다. 규모나 역사를 보면 중부지역을 대표하는 전시장임이 틀림없으나 이에 걸맞은 시설 보강은 사실상 거의 없었다.
제법 굵직한 리모델링은 2011년 16억 원 규모의 전시실 보강작업, 20년 2억7천만 원 규모의 제5전시실 보강 정도를 들 수 있다. 지난해 외부 수장고를 신축하고 첨단 시설을 갖췄으나 주 전시장 환경 개선과는 상관없는 일이다.
세계가 한국작가 주목하는 시대
시설로 저평가 되는 일 없어야
미술의 시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근 몇 년간 한국 미술 시장은 급속히 커졌고, 이에 따라 전 세계가 한국 미술 시장에 주목하고 있다. 해외 유수의 갤러리들이 속속 한국 지사를 내고 있다. 세계적인 미술 행사 프리즈도 지난해부터 한국국제아트페어(KIAF) 함께 열리고 있다. 해외갤러리가 한국에 지사를 내는 이유는 작품 판매가 우선이다. 동시에 이들은 장래성 있는 한국 작가를 찾기 위해 전국에서 열리는 전시회를 둘러본다. 지역 작가에게 사실상 공식적인 '데뷔 무대'인 지역 공공미술관이 최상의 조건에서 이들의 작품을 전시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전시시설 노후화와 학예실의 무성의로 같은 전시가 다른 미술관에 비해 저평가받거나 지역 작가들이 세계적인 스타로 뜰 기회를 놓치는 예는 없어야 한다.
한 미술관 관계자는 "세계가 한국미술에 관심을 두는 이때야말로 지역의 작가를 세계적인 작가로 키울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 때문에 공공미술관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라며 "시설 노후화나 학예 역량 부족으로 작품이 제대로 주목받지 않으면 다른 미술관과의 경쟁에서도 뒤처지는 것인 만큼 노후한 전시장의 환경 개선은 필요하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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