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 주민들 “정부 구조대 보이지 않아” 절망 [모로코 120년 만의 강진]

이예림 2023. 9. 11. 18:32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모로코 정부의 지진 늑장 대응에 대한 내부 비판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모로코 정부가 지진 발생 이후 구조 활동이나 사상자에 대한 정보를 제때 발표하지 않아 피해 주민들 사이에서 정부에 대한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고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늑장 대응에 비판 목소리 고조
“국왕 승인 없인 아무 일도 못해
중앙집권화가 재난 대응 장애”

모로코 정부의 지진 늑장 대응에 대한 내부 비판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모로코 정부가 지진 발생 이후 구조 활동이나 사상자에 대한 정보를 제때 발표하지 않아 피해 주민들 사이에서 정부에 대한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고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날 지진으로 무너져 내린 마라케시 인근 마을에서는 정부의 공식적인 구조 활동이 포착되지 않았다고 신문은 전했다. 건물 잔해에서 구조된 부상자들은 대부분 구급차가 아닌 자가용이나 오토바이를 타고 병원으로 이송됐다고 매체는 전했다.
모로코에서 강진이 발생한 지 사흘째인 10일(현지시간) 진앙 인근의 한 마을에서 구호품을 배부하는 모습. 모로코=신화연합뉴스
산골 마을에서 이날 이뤄진 담요, 물 등의 구호품 지원도 정부가 아닌 민간 자선단체를 통해 이뤄졌다. 한 주민은 “정부가 파견한 구조대의 흔적을 보지 못했다”고 NYT와 인터뷰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피해 지역 주민들이 사랑하는 이들을 구하려 맨손으로 잔해를 파헤치고 있다”면서 “정부가 약속한 구조팀은 대부분 지역에서 보이지 않고 있으며, 산맥 고지대 마을 다수에선 어떠한 소식도 전해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 스탠퍼드대의 북아프리카 역사학자 사미아 에라주키는 “모로코 정부의 과한 통제와 중앙집권화가 재난 대응에 장애가 되고 있다”며 “모로코에서는 왕궁의 승인 없이는 아무 일도 이뤄지지 않는다. 국왕이 필요한 때에 현장에 없었기 때문에 너무 많은 시간이 허비됐다. 이는 권위주의적 구조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통치가 얼마나 비효율적인가를 보여 준다”고 영국 가디언에 밝혔다.

다만 사실상 전제에 가까운 권력을 행사할 수 있는 모하메드 6세 모로코 국왕에 공개 비판이 제기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NYT는 전했다. 모로코에서 국왕을 모독하는 것은 형사처벌의 대상이기 때문이다. 신문은 “이것이 모로코인들의 조용한 반응을 설명해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일부 모로코인들은 정부의 미온적 대응에 이미 체념한 상태다. 규모 6.3의 지진이 발생해 600여명이 사망한 2004년 지진 때도 모로코 총리는 지진 피해 현장을 곧장 방문하지 않았다. 총리가 왕보다 먼저 나타나서는 안 된다는 규정이 발목을 잡았다.

이예림 기자 yeah@segye.com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