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中 일대일로 대항마' 띄웠다… 對중국 견제 본격화
인도·중동·유럽 인프라 연결 주도
글로벌 바이오연료 동맹도 출범
참가국 상당수가 中이 공들인 곳
■영토 침략 무력 자제 공동선언
정상회의는 우선 유엔 헌장을 준수하고 영토 침략을 위한 무력 사용이나 위협은 자제해야 한다는 내용의 공동 선언을 채택했다. 여기엔 기후변화와 재생에너지, 여성 주도 발전, 디지털 인프라 등 100여 가지 이슈가 담겼다.
당초 미국을 비롯한 서방 회원국들은 러시아의 책임을 묻고 강력히 비판하는 내용이 공동선언에 들어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러시아나 중국은 G20 틀이 전쟁을 논의하는 포럼은 아니라고 맞섰고 결국 공동선언은 인도의 중재로 전쟁 관련 표현을 완화하는 식에서 타협됐다.
그러나 정상회의에서 보다 주목을 끈 것은 중국의 일대일로 사업에 맞서 인도-중동-유럽의 철도·항구 등 인프라를 연결하는 경제회랑 구상이 미국 주도로 출범했다는 점이다.
미국은 인도,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유럽연합(EU)과 이런 내용의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이 사업의 목적은 중국의 일대일로와 유사하다. 일대일로 역시 연선 국가들의 공동 번영과 화합, 저소득·개발도상국의 인프라 건설을 표방하고 있다.
■일대일로 '맞불' 경제회랑 출범
중국이 항만, 철도 등 건설을 명분으로 저소득·개도국 국가들의 참여를 유도하고 있기 때문에 미국도 중동·유럽 국가들과 뭉치는 방식으로 그 역할을 대신 맡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렇게 되면 저소득·개도국은 굳이 중국이 아니라도 자국 인프라 건설과 물자 교역 등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또 다른 기회가 생긴다.
미국은 아울러 인도, 브라질, 아르헨티나, 이탈리아, 모리셔스, UAE 등과 더불어 탈탄소화를 위한 글로벌 바이오연료 동맹을 출범시키기도 했다. 방글라데시와 싱가포르는 옵서버 국가가 됐다.
동맹은 △바이오 연료 공급 확보 △바이오 연료의 낮은 가격 유지 △바이오 연료의 지속 가능한 방식 생산 등에 초점을 맞추고 다른 국가들도 동참할 수 있도록 노력한다는 방침이다.
AU의 G20 가입 승인도 성과중 하나다. 아프리카 전체 55개국 14억 인구를 거느린 AU가 G20에 합류함으로써 글로벌 사우스의 목소리가 G20 틀 속에서 더 많이 나올 수 있게 됐다. 이 과정에서 인도는 선진국 회원들과 글로벌 사우스간 가교역할을 하며 글로벌 사우스 '핵심 국가' 자리를 더욱 굳힐 수 있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일대일로·브릭스 참여국 포섭
관심이 가는 대목은 미국이 주도한 경제회랑과 글로벌 바이오연료 동맹 참가국 상당수, AU 등이 모두 중국이 일대일로 혹은 브릭스 확장판을 위해 공을 들였거나 기존 회원국이라는 점이다.
브릭스 원년 멤버인 인도는 중국과 라이벌 관계이면서 쿼드(미국·일본·호주·인도 4개국 안보 협의체) 참여국이기도 하다. 미국이 인도를 내세워 인도·태평양 전략상 중국을 견제하겠다는 의지로 이해할 수 있는 대목이다.
또 사우디와 UAE는 지난달 말 브릭스의 새 회원국으로 초청받았고 이란도 브릭스 새 회원국에 이름을 올렸으며 일대일로 참여국 명단에 들어 있다. 아르헨티나는 UAE와 더불어 내년부터 브릭스 새 식구가 된다. 방글라데시와 싱가포르는 일대일로에 동참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G20 정상회의를 마친 뒤 베트남을 방문해 양국 관계를 '포괄적 동반자' 관계에서 최고 수준인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로 격상했다. 또 오는 11월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을 미국 워싱턴DC로 초청해 정상회담을 개최하기로 하는 등 중국 주변국가와 협력을 심화한다. 베트남, 인도네시아 또한 일대일로 연선에 포함돼 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은 경제회랑에 대해 "역사적"이라며 철도 연결만으로도 EU와 인도 간 교역 속도를 40% 높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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