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힘들지만 가야 할 R&D 혁신의 길

2023. 9. 11.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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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 패권 경쟁이 본격화된 이후 국회를 포함해서 언론계, 과학기술계 등 많은 분들이 연구개발(R&D)의 '양적 성장'에 비해 성과가 부족하다고 지적을 해왔다. '질적 성장'이 필요했지만 그동안 제대로 개혁하지 못했다. 우리에게는 창의적 아이디어로 도전하고 실패를 용인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더 효과적으로 연구할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다.

'임자 있는 과제기획'이나 '나눠 먹기 과제'와 같이 소위 이권 카르텔 형태의 연구과제가 문제라는 지적도 있었다. 연구과제에 따라 중복, 보조금성 뿌려주기 등의 낭비적 요인도 있어 왔다. 최근 급격한 R&D 예산 증가로 낭비적 요인이 더욱 심화되었다. 결국 이들이 R&D에 있어 비효율을 초래한 것이다. 여러 가지 비효율적인 요소를 이대로 두고는 결코 선도형 R&D 체계로 갈 수 없다. 해법은 간단하다. 비효율을 효율화하면 된다. 'R&D다운 R&D'에 투자하는 것이다. 일례로 올해 3월에 시작한 '한계도전 R&D 프로젝트'를 들 수 있다. 해당 분야 최고의 연구자가 책임PM(Project Manager)이 되어 도전적인 문제를 출제하고 프로젝트 전반을 주도적으로 결정함으로써 사회·경제 패러다임을 바꿀 만한 변혁적 기술을 개발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처럼 R&D 과제 목적에 더욱 부합하게 도전성과 실용성을 높여 의미 있는 결과를 내도록 전략과 자세를 바꾸어 나갈 것이다.

현장의 연구자들도 연구에 대한 자긍심을 갖고 발전적으로 변화해 나갔으면 한다. 특히 출연연구원은 최근 글로벌 과학기술 트렌드에 발맞춰야 한다. 우리 출연(연)은 세계 최초로 CMDA 상용화, KTX-산천 개통, 누리호 발사 성공 등 국가에 엄청난 기여를 해왔다. 하지만 단기 성과 중심의 연구 문화와 25년이나 된 낡은 연구과제중심제도(PBS) 등은 여전히 숙제처럼 남아 있다. 정부는 출연(연) 간 칸막이를 낮추고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를 중심으로 협력을 강화할 수 있도록 내년부터 1000억원의 예산을 활용하여 경쟁력 있는 협력 연구과제를 지원하고자 한다.

기술 패권 경쟁 시대에 글로벌 선도국과의 협력 연구는 생존이 걸린 문제이다. 우리가 과연 잘 해왔는지 되돌아볼 때이다. 정부는 이번 R&D 혁신 방안에서 준비가 많이 된 바이오, 양자, 반도체 등 전략 기술 분야의 협력을 확대 지원하기로 했다. 주요국에 부처 통합 거점 센터를 설치해 예산을 효율화하고 국제 협력의 틀을 바꾸기 위해 관련법과 IP 관련 가이드라인도 조속히 정비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또한 앞장서서 바꿔 나가겠다. R&D 예산 투자 및 평가 업무 통합, 글로벌 협력연구 지원 등 유연하고 신속하게 대응하는 조직으로 개편하는 등 혁신에 박차를 가하겠다. 바이오, 헬스, 인공지능, 우주 등 미래를 선도하는 핵심 분야는 과감하게 예산을 늘렸다.

우리는 이 엄중한 시기에 선도형 R&D 체계로 전환해 건강한 R&D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 건강한 신체를 만들기 위해서는 적절한 체중 감량이 필요하듯이, 건강한 R&D를 만들기 위해서는 비효율이라는 군살을 덜어내고 연구다운 연구의 근육을 만들어 가야 한다. 이번에 우리는 하나의 산을 넘으려 한다. 아픔이 있고 어려움이 있을 테지만 소통하며 대한민국의 밝은 미래로 함께 나아갔으면 한다. 간절하다. 우리의 노력은 반드시 빛날 것이다.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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