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불량 전투식량 의혹…방사청 '나몰라라'

권선미 기자(arma@mk.co.kr) 2023. 9. 11.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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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업체, 2016년 납품 시작할때
"경쟁 B사 유통기한 잘못" 민원
두곳 제품 유통기한 동일한데
B사만 문제 있다며 계약 해지
'하자처리' 감사청구 민원 묵살
폐기 책임도 조달청에 떠넘겨

군에 비축된 납품업체 A사 측의 '전투식량Ⅱ형(동결건조형)' 제품 약 170만개의 유통기한이 지났다는 의혹이 제기됐음에도 방위사업청이 이를 방관했을 뿐만 아니라, 계약 위탁기관에 책임을 떠넘긴 것으로 파악됐다. 2018년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전투식량Ⅱ형 유통기한 문제를 지적했지만, A업체는 군에 전투식량Ⅱ형을 납품한 지난 8년간 유통기한 관련 문서를 점검조차 받은 적이 없었다.

또 A업체 제품의 유통기한을 확인해 달라는 감사 청구 민원이 최근 방사청에 제기됐으나 방사청 측은 이를 사실상 묵살한 것으로 드러났다.

11일 매일경제가 입수한 공익신고센터의 감사청구서에 따르면, '현재 비축된 전투식량Ⅱ형은 식약처 고시를 위반한 하자품에 해당한다'며 감사와 하자 처리 등 민원이 제기됐다. 공익신고센터는 지난 6월과 7월 두 차례에 걸쳐 '전투식량Ⅱ형 하자 처리 미이행에 대한 이의 및 감사 청구 요구'라는 제목으로 국방부, 방사청, 육군본부, 국방기술진흥연구소에 청구했다.

방사청 등은 전투식량의 유통기한에 대한 검증 책임이 국방기술품질원(기품원)에 있다고 보고 기품원으로 민원을 넘겼고, 기품원은 산하 기관인 국방기술진흥연구소로 내려보냈다. 기품원은 방사청 출연 전문연구기관으로, 관리·감독 책임이 방사청에 있다.

하지만 방사청·기품원·국기연 어느 곳에서도 해당 민원에 대한 답변을 현재까지 주지 않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방사청 관계자는 수개월간 "지자체에서 승인한 유통기한 책임을 왜 우리에게 따져 묻느냐"는 입장을 고수했다. 국기연 관계자는 "객관적으로 봤을 때 (A업체의 전투식량 유통기한에) 문제가 있어 보이는데 연구소에 전문가가 없어 점검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매우 큰 사안이라 골치가 아프다"고 해명했다.

A업체와 방사청의 짬짜미 의혹도 일고 있다. 이 건은 201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때는 전투식량Ⅱ형을 A업체 외에도 B업체가 절반씩 나눠 납품하고 있었다.

방사청과 기품원은 군에 납품해 비축·급식하고 있는 전투식량Ⅱ형에 대한 유통기한 설정 시험 기준을 '각 구성 제품을 개별포장한 후 특수진공 5겹지 외포장지에 포장된 상태에서 유통기한 36개월 이상이 돼야 한다'고 정해 놓았다. 이에 따라 두 업체는 매년 국방 규격에 맞는 포장 상태에서 36개월 이상의 유통기한에 문제가 있는지 외부 기관의 의뢰를 받아왔다. 이 의뢰서에 근거해 방사청은 유통기한 이상 여부를 판단했다. 당시 두 업체의 제품은 동일한 포장 방식을 적용해 유통기한에 대해서는 사실상 똑같았다.

그런데 A업체는 납품 직후 B업체 제품의 유통기한이 잘못됐다고 방사청 등에 민원을 제기했다. 이때부터 B업체는 조사를 받기 시작했고 방사청의 첫 조사 결과는 "문제 없음"이었다. 그런데 2018년 방사청의 입장이 돌연 바뀌어 "B업체에 문제가 있다"고 보고 계약을 취소했다. 반면 동일한 포장 방식을 채택한 A업체에 대해서는 조사가 단 한 번도 이뤄지지 않았다.

B업체는 방사청을 상대로 2020년 소송을 제기했으며 1심은 B업체가 승소했지만 2심과 대법원 판결에서 방사청이 승소했다.

이후 방사청은 A업체가 전투식량Ⅱ형을 단독 납품하도록 했다. 현재 A업체가 공급해 군이 비축 중인 전투식량Ⅱ형은 약 170만개에 이르며 이들 제품의 유통기한이 지났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방사청은 2020년 3월까지 전투식량 계약을 직접 담당하다가 이후에는 조달청에 위탁했다.

조달청 관계자는 "전투식량Ⅱ형은 A업체와만 계약하고 있는데 방사청에서 계약하던 것을 그대로 넘겨받은 거라 기존에 몇 개 업체와 계약했는지 전혀 몰랐다"며 "국방 규격상 유통기한이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외부 기관 의뢰서가 있다는 것은 몰랐다"고 했다. 조달청도 A업체와 계약 시 유통기한 점검을 제대로 하지 않은 것이다. A업체가 유통기한을 속이거나 제품에 문제가 생겨 전량 폐기해야 할 경우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 등에 대해 묻자 "우리는 계약을 위탁받았을 뿐 방사청에서 판단해야 할 일"이라고 했다.

문제가 불거지자 식약처는 A업체에 대해 점검할 계획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권선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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