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탑승 열차, 러시아 향해 출발

강현철 2023. 9. 11.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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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19년 4월 24일 오전 전용 열차 편으로 러시아와 북한의 접경 지역인 하산역에 도착해 올렉 코줴먀코 연해주 주지사의 영접을 받고 있다. [코줴먀코 주지사 제공]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탑승한 것으로 보이는 열차가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를 향해 출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12일이나 13일 열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지만, 14일 이후 별도의 장소에서 개최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정부 핵심 관계자는 11일 "김정은을 태운 것으로 추정되는 열차가 블라디보스토크로 이동 중인 것으로 정보당국에서 파악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다른 고위 관계자도 "김정은이 평양을 떠나서 (러시아로) 이동 중인 것 같다"고 확인했다. 열차는 지난 10일 오후 출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 인테르팍스 통신은 이날 러시아 극동연방관구 기관의 한 소식통을 인용해 김정은이 "가까운 시일 내 이 지역을 방문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일본 교도통신도 러시아 당국 소식통발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탄 열차가 러시아를 향해 평양에서 출발했다"고 전했다.

김정은과 푸틴 대통령은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리고 있는 동방경제포럼(EEF) 등을 계기로 이르면 오는 12일 회담을 가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두 사람이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만날 경우 2019년 4월 북러 정상회담 이후 4년5개월 만에 같은 도시에서 재회하게 된다.

다만 러시아 크렘린궁 대변인은 "푸틴 대통령과 김정은은 EEF에서 만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고 러시아 매체가 이날 보도했다. 이에 김정은이 EEF에는 참석하지 않고 푸틴 대통령과 별도 장소에서 만나거나 오는 13일까지인 EEF 기간 이후에 회담할 가능성 등이 거론된다.

김정은의 방러와 북러 정상회담은 미국 뉴욕타임스가 지난 4일(현지시간) 미국 정부 관계자 등을 인용해 김정은이 이달 러시아를 방문할 계획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하면서 가시화했다.

미 백악관도 이 보도와 관련해 "러시아와 북한 간 무기 협상이 적극적으로 진전되고 있다"며 김정은이 러시아에서 "정상급 외교 접촉"을 기대한다고 확인함으로써 북러 정상의 초점이 무기 거래에 맞춰졌음을 시사했다.

김정은이 러시아를 찾을 경우 EEF가 가장 유력한 회담 접선 장소로 여겨졌으나 북러는 지난 10일 EEF가 시작된 뒤에도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서방 매체 보도로 동선이 노출된 데 따른 경호 문제, 러시아와의 무기 거래 가능성에 대한 미국의 강력한 경고에 느꼈을 부담 등 북한이 최고지도자의 일정을 바꿀 만한 근거들을 놓고 다양한 추측이 쏟아졌다.

북한은 그 사이 전술핵탄두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탑재가 가능한 신형 잠수함을 지난 8일 공개하고, 정권 수립 75주년을 맞은 지난 9일 '9·9절'엔 중국 대표단을 초청해 열병식과 축하연 등 각종 행사를 개최했다.

김정은의 열차는 도발적 무력 과시와 9·9절 중요 행사가 마무리된 뒤 북동쪽 국경을 향해 전격 출발했다.

회담 성사는 아직 불확실하지만, 김정은의 열차가 러시아로 향한 만큼 국제사회의 '외톨이들'인 김정은과 푸틴이 뭉치는 자리가 마련된다면 동북아와 글로벌 차원의 신냉전 기류는 한층 거세질 전망이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인 러시아는 안보리에 의해 금지된 북한과의 무기 거래에 뛰어들 경우 스스로 안보리를 무력화하는 동시에 사실상 서방 전체를 상대로 홀로 치러 온 우크라이나 전쟁을 이어갈 포탄 등을 확보하게 된다.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와 러시아 태평양함대사령부 등 김정은이 방러 중 찾을 것으로 점쳐지는 장소들로 미뤄볼 때, 북한은 러시아와의 거래 대가로 군사정찰위성 및 핵 추진 잠수함 기술을 챙길 것이라는 우려 또한 제기된다.

북러 밀착이 장차 중국까지 끌어들이는 구도의 형성을 그려볼 수도 있다.

이미 북중러 삼자 연합 군사훈련을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부 장관이 거론한 바 있고, 이달 말 개막하는 중국 항저우 아시안게임을 계기로 김정은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날 가능성이 거론된다.

전문가들은 중국의 경우 당장 전쟁 중 무기가 급한 러시아와 달리 북한에서 비롯되는 군사적 긴장을 일정하게 관리하려 한다고 보지만, 북러 결속 흐름 속에 '북중러 대 한미일' 구도가 더욱 심화할 가능성을 배제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강현철기자 hckang@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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