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 후 첫 태극마크…하정우·임시완이 재현한 '1947 보스톤'의 감동 실화 [종합]
오는 9월 27일 개봉
[텐아시아=이하늘 기자]
우리는 역사 속의 한 장면을 통해 미래를 위한 해답을 얻곤 한다. 과거에 형태는 다르지만 같은 길을 걸어왔던 '그들'을 통해서 이야기를 듣고 나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실존 인물인 마라토너 손기정이 멘토가 되어 서윤복의 1947년 보스톤 마라톤 대회를 준비하고 참여하는 과정을 그린 영화 '1947 보스톤'. 9월 27일, 같은 날 개봉하는 천박사 퇴마 연구소'(감독 김성식)과 '거미집'(감독 김지운)과는 또 다른 매력으로 관객들을 사로잡을 수 있을까.
11일 서울 광진구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영화 '1947 보스톤'(감독 강제규)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행사에는 강제규 감독, 배우 하정우, 임시완, 김상호가 참석했다.
'1947 보스톤'은 1947년 광복 후 처음으로 태극마크를 달고 국제 대회에 출전하기 위한 마라토너들의 도전과 가슴 벅찬 여정을 그린 이야기를 담은 영화.
영화 '은행나무 침대'(1996), '쉬리'(1999), '태극기 휘날리며'(2004) 등으로 흥행성과 작품성을 모두 잡았던 강제규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실존 인물인 서윤복에 임시완 배우를 캐스팅한 이유에 관해 강제규 감독은 "실화이기에 제일 중요한 부분이 '그분과 어떻게 하면 높은 일치를 하는가'였다. 외적으로도 많은 부분이 닮아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아담하고 작은 체구지만 서윤복 선수가 하체가 길다. 그분이 가진 근육의 느낌도 말근육 같은 마라토너였다"라고 이야기했다.
극 중에서 손기정(하정우), 남승룡(배성우), 서윤복(임시완)은 캐릭터별로 온도 차가 달라 오히려 재미가 배가 되는 효과를 더했다. 이에 강제규 감독은 "실존 인물 캐릭터를 근간을 두고 구축했지만, 아무래도 내가 설정한 손기정은 마초 같고 고집도 센 얼굴이었다. 서윤복의 입장에서 보면, 엄격하고 잣대가 강한 아버지 같은 느낌을 부각하려고 했다. 남승룡 같은 경우는 선배로서 엄마처럼 손기정 선수에게도 어려운 부분을 해결해주고 응원해주는 느낌을 주고 싶었다. 세 캐릭터의 조합을 통해서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한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서윤복 선수라는 인물에 매료된 점에 관해 "어려움을 뚫고 자신이 목표를 향해서 달렸다. 광복 이후에 태극기를 달고 달린 뿌듯함도 있지만, 한 인간이 자신의 소중한 꿈을 이뤄나가는 인간 승리 같은 것이 돋보였던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극 중에서 손기정은 서윤복의 마라톤에 자전거를 타며 옆에서 응원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에 강제규 감독은 "극적이고 드라마틱하게 보여줄지 시나리오 단계부터 고민이 많았다. 즐거웠던 이유 중 하나는 손기정 역의 하정우 배우가 촬영하면서 시나리오에 대해서 자신의 역할과 기능에 대해서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원래 시나리오상에서는 달리는 부분은 있었지만, 이 정도로 많이 들어오지는 않았었다. 마라톤 구간 촬영 전에 아이디어를 줬다"라고 비하인드를 밝혔다.
전작부터 한국의 과거나 역사적 사실에 관해 다룬 바가 많은 강제규 감독은 과거의 이야기에 관심이 많은 이유를 설명했다. 강제규 감독은 "'태극기를 휘날리고' 이후에 SF를 준비하다가 무산이 됐다. '미래를 표현한다는 것을 뭘까'라는 것을 고민하다가 '우리의 과거를 잘 들여다보는 일'라고 생각한다. 대학 때부터 '불의 전차'라는 영화를 보고 매력에 빠졌다. 언젠가는 달리기 영화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마라톤이 주는 매력이 아무런 장비나 도구가 없이 긴 터널을 향해 달려가는 마라토너의 마음과 느낌 동작이 너무나 인간의 극한에 대해서 도전하는 것 같다. 열정이라는 측면에서 가장 걸맞은 스포츠 같다"라고 이야기했다.
이어 "역사 속의 소중한 이야기가 너무 많다. 우리가 살아가는 것이 바른길을 가는지 나 스스로 점검해보면 좋을 것 같다. 무심할 수도 있고 관심이 없을 수 있지만, 젊은 관객들에게 과거를 돌아보는 것이 가끔은 힘도 되고, 용기도 된다는 생각을 했으면 좋겠다"라고 덧붙였다.
배우 하정우는 1947년 보스턴의 기적을 이끄는 한국 마라톤의 전설 ‘손기정’ 역을 맡았다.
실존 인물인 마라토너 손기정을 맡은 하정우는 "캐릭터를 맡으면, 영혼과 마음에서 시작하고는 한다. 손기정 선수 역할 같은 경우는 잘 모르기에 감독님과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연기의 시작은 손기정 선생님이었다. 어떤 마음이고 어떤 감정을 가질지에 대해 테이크마다 그런 생각을 갖고 임했다. 그런 마음이 하나씩 쌓여서 프롤로그 신에서 베를린 올림픽 시상대 장면이 쉽게 발이 떨어지지 않더라. 영화 세트가 아니라 실제 촬영하는 느낌이었다. 엄숙함을 많이 느꼈다"라고 솔직하게 답했다.
누군가를 이끄는 스승 역할은 처음이라는 하정우는 "나도 이런 역할은 처음인 것 같다. 임시완 배우와 한 화면에서 잡힐 때, '내가 나이가 찼구나'라는 생각했다. 실제로 손기정 선수가 선수단을 이끌고, 보스톤 대회 여정길에 오르셨다. 어떤 책임감이었던 것 같다. 베를린 올림픽 때, 태극기를 달지 못했던 것에 대한 생각을 가지고 배우로서 손기정 선수의 마음을 생각하며 임했다"라고 이야기했다.
서윤복 역의 임시완과 '1947 보스톤'을 통해 처음으로 호흡을 맞춘 소감에 대해 "시완이 엄청 노력하고 운동선수 같은 느낌이었다. 서윤복 선생님의 역할을 소화하기 위해서 준비한 시간을 지켜봤다. 대회 장면을 찍을 때는 진심으로 감정이 올라왔다. 맬버른에서 장면을 찍었다. 완성본을 처음으로 봤는데, 임시완 배우가 너무 훌륭하게 임해줘서 서윤복 선생님이 좋아해 주시지 않을까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빅4 '비공식작전'에 이어 '1947 보스톤'으로 돌아온 하정우는 그야말로 마라톤 같은 해를 보내고 있다. 이에 하정우는 "개봉 날짜는 관여할 수 없는 부분이다. 올여름과 추석에 짧은 시간 안에 같이 개봉하는 것 같다. 지금까지 영화를 찍고 개봉하면서 처음 겪는 상황은 아니다. 전에도 이런 일들이 있었기에 담담하게 잘 소화하자는 마음뿐이다. 절대적인 관객 수가 예전만큼 돌아오지 않았다. 모두가 힘을 합쳐서 좋은 시너지를 내기를 바랄 뿐이다. 우리 영화가 좋은 시너지, 관객들이 예전처럼 극장을 찾아오는 문화나 일들이 보탬이나 일이 되기를 바랄 뿐이다"라고 말했다. 또한 "'천박사'도 그렇고 '거미집'도 다 잘 되어서 좋은 시절을 맞이하면 좋겠다"라고 덧붙였다.
배우 임시완은 제2의 ‘손기정’을 꿈꾸는 불굴의 마라토너 ‘서윤복’ 역을 연기한다.
실존 인물인 서윤복을 연기한 임시완은 "실존 인물이 계신다는 것 자체가 그분들께 절대 누가 되면 안 되는 작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책임 의식을 작품에 임했다. 서윤복 선수가 최초로 태극 마크를 달고 국제 대회를 나가지 않았나. 어떤 캐릭터로 분하는 것이지만 태극 마크를 달고 국가를 대표한다는 생각으로 촬영에 임했다"라고 말했다.
영화 내내 뛰는 장면이 많은 만큼 체력적인 부담도 컸던 터. 임시완은 "달리는 역할이라서 2~3달 전부터 전문적인 훈련을 했다. 작품이 끝날 때까지 코치님께 틈틈이 배우고 훈련받았다"라고 이야기했다.
촬영 이후 달리기에 매료됐다는 임시완은 촬영을 위해 체력적으로 어떻게 준비했는지 설명했다. 임시완은 "서윤복 선수 역할을 맡기 위해서 외형적으로 제일 많은 시간을 들인 것은 당연히 식단이랑 운동이었다. 촬영을 준비하고 끝날 때까지, 닭가슴살과 샐러드를 늘 달고 살았다. 운동도 매일같이 해야 했다. 근육이 탄탄하게 보이는 것이 꺼지면 안 돼서 컷과 컷 사이에 운동했다. 목표한 바는 아니지만, 운동하면서 서윤복 선수의 외형과 비슷하려고 했다. 인바디를 재보니 6퍼센트가 나왔더라. 인생 최초 숫자여서 신기했었다"라고 답했다.
손기정 역의 하정우와 '1947 보스톤'으로 처음 만난 소감에 대해선 "이번이 하정우 배우와 처음 호흡이다. 이 작품을 같이 하면서 든든한 형을 만난 느낌이었다. 촬영하면서도 의지를 많이 했고, 실질적으로 코치님으로 임했지만, 그보다 가까운 든든한 형이었다. 세상이나 영화 작업에 대해서 여러 방면에서 많은 세계를 아시는 분이다. 순간순간 어떤 예상치 못한 웃음 포인트가 나올지 기대하면서 촬영했던 기억이 많이 난다"라고 솔직하게 설명했다.
결승선을 뛰어넘을 때, 현장에서 어떤 기분이 들었는지에 관해 "'이 순간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는 생각이었다. 소소한 목표를 세우면서 운동하는데, 목표치 끝에 다다랐을 때는 완주해야 한다는 단순 명쾌한 생각이 지배했던 것 같다. 그 생각을 따라서 결승선 신을 찍었던 것 같다"라고 비하인드를 밝혔다.
배우 김상호는 국가대표팀의 든든한 지원군 ‘백남현’ 역으로 등장한다.
실존 인물인 백남용을 맡았지만, 자료가 많지 않았다는 김상호는 "자료가 없었다. 배우는 무엇을 갖고 상상하는 직업이라서 자료가 없는 것이 오히려 좋았던 부분이었다. 대본을 받고 좋았던 부분은 그 분이 맹목적으로 도와주지 않았다는 것이 좋았다. 그 시대에 살았던 한 명의 개인은 어땠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표현한 것이 송구스러울 수도 있지만, 없는 상태에서 자유롭게 했다"라고 답했다.
'1947 보스톤'의 매력에 대해 김상호는 "이 영화를 보고, 마라톤 인구가 폭발적으로 늘어나지 않을까 생각한다. 마라토너들이 다 장수를 하시더라. 두세 시간 거리는 모두 뛰어다니지 않을까"라고 이야기했다.
영화 '1947 보스톤'은 오는 9월 27일 개봉한다.
이하늘 텐아시아 기자 greenworld@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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