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전쟁범죄 낱낱이 고발…자유 위해 싸운 한국서 용기 얻어
러시아가 점령한 우크라에선
여전히 가학행위·학살 일어나
확인된 전쟁 범죄만 5만여건
국제 사법시스템 권한 키우고
우크라 침공 특별재판소 필요
◆ 세계지식포럼 ◆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에서 자행한 전쟁 범죄 사건을 조사해 세상에 알린 공로로 지난해 노벨평화상을 받은 우크라이나 시민단체 시민자유센터(CCL)의 설립자 올렉산드라 마트비추크 대표(39·인권 변호사)가 "우크라이나와 한국은 지리적으로는 굉장히 멀지만 주변 강국의 침략을 받았다는 역사적 경험을 공유하고 있다"며 "자유와 평화를 위해 싸워온 한국의 역사에서 많은 영감과 용기를 얻고 있다"고 말했다.
제24회 세계지식포럼에 참석하기 위해 11일 한국을 찾은 마트비추크 대표는 매일경제와 인터뷰에서 "한국의 역사적 경험은 우크라이나가 전쟁의 상처를 극복하는 과정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마트비추크 대표는 "러시아군이 점령한 우크라이나 마리우폴에서는 역사의 심판을 받아야 할 끔찍한 대량 학살이 일어났고, 지금 이 순간에도 무고한 사람들이 감금과 고문, 학대를 당하며 죽어가고 있다"며 아직도 진행되는 전쟁의 참상을 전했다. 그는 "국제사회가 지금 당장 러시아를 막지 못한다면 러시아의 전쟁 폭주는 결코 우크라이나에 그치지 않을 것"이라며 국제사회를 향해 보다 더 강고한 자유와 평화의 연대를 주문했다.
CCL의 인권 이니셔티브인 '푸틴 재판소(The Tribunal for Putin·T4P)'는 마리우폴에서 일어난 러시아군의 대량 학살을 입증할 근거를 모아 지난달 28일(현지시간) 국제형사재판소(ICC)에 제출했다. 러시아군의 본격적인 우크라이나 침공이 시작된 이후 현재까지 T4P가 시민들의 증언 등을 토대로 조사·기록한 전쟁 범죄는 5만여 건에 달한다. 이 가운데 80% 이상이 민간인이나 민간 시설에 대한 포격에서 비롯된 사건들이다.
T4P는 마리우폴에서만 10만명 이상의 대량 학살이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마트비추크 대표는 "실제로 몇 명이 죽음을 당했는지 알 수 없다"며 "러시아군은 마리우폴을 점령한 뒤 도시를 폐쇄했고, 주민들은 수도와 전기, 물과 음식이 끊긴 채 수개월간 고문·가혹 행위를 당하거나 방치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마트비추크 대표는 지난 9일 주요 20개국(G20)이 공동성명에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대한 직접적인 규탄 내용을 담지 않는 등 세계 각국이 러시아에 대한 제재 수위를 높이지 못하는 상황에 대해서도 유감을 표했다. 그는 "대러시아 제재가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모든 국가가 동참하지 않고 있고 러시아가 정치외교와 기업 활동을 통해 제재를 피해가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제 러시아 정부는 점령 지역을 중심으로 우크라이나 국민에게 러시아 시민권을 강요하고 있다. 마리우폴 시의회에 따르면 현재 마리우폴에서는 러시아 시민권이 없으면 당장 치료가 필요한 환자조차도 병원에서 어떠한 처방도 받을 수 없는 상태다.
마트비추크 대표는 ICC가 실질적으로 러시아 지도세력을 처벌하고 이들의 전쟁 폭주를 막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권한과 구속력이 확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가 '우크라이나 침공 특별 재판소' 설립을 추진하는 이유다. 마트비추크 대표는 "러시아는 2016년 ICC에서 탈퇴해 ICC에서 체포영장이 발부되더라도 당사국이 체포와 인도 청구를 이행할 법적 근거가 없다"며 "우크라이나를 넘어 전 지구적인 민주주의와 자유, 평화를 수호하기 위해서는 세계 각국이 연대를 통해 국경과 법령을 초월한 특별 재판과 처벌이 이뤄질 수 있도록 협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마트비추크 대표는 세계지식포럼 첫날인 12일 오후 '자유와 인권, 민주주의의 미래'를 주제로 연설에 나선다.
[송경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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