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버스 서울시는 월 6.5만원에 무제한·정부는 최대 53% 환급…더 이득은?

손덕호 기자 2023. 9. 11.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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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부, 서울시 기후동행카드에 호의적이지 않아
오세훈 “수도권에선 기후동행카드가 K패스보다 더 큰 편익”
경기·인천 “유감”…서울시 “수도권 공동 시행 적극 고려”
부산시, 지난달 대중교통 통합할인 시행…K패스와 융합 추진

서울시가 월 6만5000원만 내면 지하철과 시내버스·마을버스, 공공 자전거인 따릉이를 무제한 이용할 수 있는 교통카드를 내년에 도입한다. 정부는 대중교통요금을 20%부터 최대 53%까지 할인해주는 ‘K패스’를 내년 하반기 도입한다. 비슷한 시기에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시민들이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제도가 두 개 등장해 경쟁하게 된 셈이다.

국토교통부는 K패스보다 늦게 발표된 서울시 정책에 대해 호의적이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시에 앞서 대중교통 통합 할인제를 도입한 부산시는 정부의 K패스에 자체 할인제를 합치려 하고 있다. 서울시에는 경기도와 인천시 반발도 달래야 하는 과제가 남았다.

(서울=뉴스1) 이동해 기자 = 오세훈 서울시장이 11일 오전 서울시청 브리핑룸에서 기후동행카드 도입 시행 관련 발표를 하고 있다. '월 6만5000원'에 서울 시내 지하철과 시내·마을버스, 공공자전거 따릉이까지 모든 대중교통을 무제한으로 이용할 수 있는 기후동행카드(Climate Card)는 내년 1~5월 시범 판매 후 하반기부터 본격 시행할 계획이다. 2023.9.11/뉴스1

◇서울시 ‘기후동행카드’ 발표 3주 전 정부·여당 ‘K패스’ 발표

오세훈 서울시장은 11일 서울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중교통 무제한 정기 이용권인 ‘기후동행카드(Climate Card)’를 내년에 출시한다고 밝혔다. 내년 1~5월에 시범 운영한 후 보완을 거쳐 내년 하반기부터 본격 시행한다.

이 카드로 이용할 수 있는 교통수단은 서울 시내 지하철, 시내·마을버스, 따릉이 등이다. 지하철은 기본요금이 다른 신분당선을 제외한 모든 노선에서 서울 시내에서 타고 내리는 경우 이용할 수 있다. 서울에서 승차해 경기·인천 등 다른 지역에서 하차하는 경우에도 이용할 수 있지만, 승차는 불가능하다. 다른 지역 버스나 기본요금이 다른 광역버스는 서울 지역 내라도 이용할 수 없다. 서울시는 내년 9월에 운항을 시작할 예정인 한강 ‘리버버스’로도 확대할 계획이다.

이보다 앞서 국민의힘과 정부는 지난달 22일 교통비 경감을 위해 지하철·버스를 통합해서 이용하고 할인받을 수 있는 ‘K패스’를 내년 7월 도입한다고 발표했다. K패스는 지하철·버스 등 대중교통을 월 21회 이상 이용할 경우 월 60회 지원 한도 내에서 연간 최대 21만6000원을 환급해주는 제도다.

서울 시내버스 기본요금인 1500원을 기준으로 한 달에 1회당 300원을 할인해준다. 한 달에 서울 시내버스를 21번 이용하면 6300원을 돌려받는다. K패스의 할인 혜택은 20%이지만, 소득 수준에 따라 53%까지 할인을 받을 수 있다. 30% 할인해주는 청년층은 연간 최대 32만4000원까지, 53%를 할인해주는 저소득층은 연간 최대 57만6000원까지 환급 혜택이 커진다. 이 때문에 정부와 서울시에서 비슷한 정책을 따로 내놓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오 시장은 “시민들이 어떤 게 더 경제적으로 유용할 것인지 따져보고 결정하시면 된다”면서 “수도권에서는 기후동행카드가 더 많은 편익을 드릴 것으로 본다. K패스는 수도권을 제외한 다른 지방도 있으니 그 효용이 구분될 것으로 본다. 두 가지 다 양립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부산시가 8월 1일부터 시행하는 대중교통 통합할인제 ‘동백패스’ 포스터. /부산시 제공

서울시와 달리 대중교통 통합 할인제를 전국 최초로 도입한 부산시는 국토부와 협의를 우선시하고 있다. 부산시는 지난달부터 대중교통 통합할인제인 ‘동백패스’를 본격 시행했다. 시내버스와 도시철도를 월 30회 이상 이용해 이용요금이 4만5000원을 넘으면 초과 요금에 대해 최대 4만5000원까지 환급해주는 제도다.

부산시민들이 대중교통을 월 21~36회 이용하면 K패스가 유리하고, 37회 이상이면 동백패스가 유리하다. 부산시는 21~36회까지는 K패스 혜택을 받고, 37회가 넘어서면 동백패스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국토부와 적극 협의하겠다는 입장이다.

◇경기 “K패스 사업 적극 참여” 인천 “K패스와 중복 해소해야”

수도권은 철도와 버스가 방대하게 연계돼 있다. 매일 수많은 경기도민·인천시민들이 서울로 출퇴근하고 있지만, 서울시가 도입하는 기후동행카드는 서울 시내에서만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문제가 있다. 서울시는 경기도·인천시와 협의를 이어가겠다는 입장이지만, 경기도·인천시는 반발했다.

경기도는 서울시의 ‘기후동행카드’에 대해 “서울시가 발표한 ‘통합 환승 정기권’ 출시 계획은 경기·인천 등 인접 지자체와 사전 협의 없는 일방적 발표”라며 3개 지자체 실무협의체에서 도입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경기도가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김상수 교통국장은 “2600만 수도권 교통 문제를 사전협의 없이 서울시 단독으로 일방 추진하는 것에 대해 분명하게 유감을 표명한다”고 말했다. 또 “서울시는 최근에도 경기·인천 간 정산 문제가 제대로 협의되지 않았는데도 ‘서울지하철 10분 재개표’ 정책을 일방 발표하는 등 수도권 교통 문제에 대해 경기도·인천시 의견을 ‘패싱’했다”고 했다.

다만 김 국장은 서울시가 수도권 시민 교통 불편을 해소하겠다며 ‘통합 환승 정기권’을 출시한 데 대해 “서울시의 입장에는 공감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경기도 역시 통합 환승 정기권 도입 방안을 내부 검토 중이었고, 정부가 발표한 K패스 사업에 적극 참여할 계획”이라고 했다.

11일 오후 서울 중구 지하철 1호선 서울역에서 외국인 관광객들이 1회용 승차권을 구매하고 있다. /뉴스1

인천시도 이날 보도자료를 배포하고 ‘유감’을 표했다. 인천시는 “서울시의 ‘통합 환승 정기권’ 운영 취지에는 공감하나 일방적 통합 환승 정기권 시행 발표에 대해서는 우려한다”며 “공동생활권으로 묶이는 수도권 교통문제는 인천·서울·경기가 함께 풀어야 할 숙제”라고 했다.

인천시도 정부의 K패스 사업을 언급했다. 김준성 인천시 교통국장은 “국비·지방비를 공동으로 투입하여 범정부적으로 추진하는 대중교통비 지원 사업인 K패스 사업이 내년도에 전국적으로 시행을 앞둔 상황”이라며 “통합 환승 정기권 추진 여부는 수도권 3자 협의체를 통해 K패스 제도와의 중복문제 해소, 추가 소요 예산 등을 논의해 공동으로 협의함이 타당하다”고 했다.

서울시는 이 같은 경기도·인천시의 반발에 대해 “‘기후동행카드’는 서울시 자체 예산으로 서울 권역 내 대중교통 무제한으로 이용할 수 있게 하는 시범 사업”이라고 했다. 이어 수도권 주민들의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지난 7일 경기도·인천시 관계자와 회의를 열고 기후동행카드 대상 지역을 수도권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제안했다면서, “수도권 지자체 국장급 실무협의체를 구성해 내년 1월 시범사업 전까지 수도권이 공동으로 시행하는 방안을 적극 고려하겠다”고 했다.

서울교통공사와 함께 서울시 도시철도를 운영하고 있는 한국철도공사(코레일)도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코레일은 수도권 전철 1·3·4호선 일부 구간과 경의중앙선, 분당선, 경춘선 등을 운영하고 있다. 서울시는 서울 권역 내 코레일 운영 구간에는 운송손실을 보전하는 것으로 논의됐다고 밝혔다. 이어 “서울 이외 코레일 운영 구간에 대해서는 경기도·인천시와 마찬가지로 실무협의체 등을 통해 참여를 독려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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