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저우 별은 나] 불혹의 비보이 "亞게임 금메달에 모든걸 쏟겠다"
아시안게임 첫 정식종목
세계 배틀 대회 2회 우승
한국 간판 선수이자 전설
일본·중국 선수와 접전할듯
최근 도봉구청 실업팀 계약
내년 파리올림픽 출전 노려
◆ 2023 항저우 아시안게임 ◆
신나는 리듬에 몸을 맡긴 댄서들이 현란한 춤 동작을 선보인다. 순식간에 펼쳐지는 1대1 배틀(대결)로 희비가 극명하게 갈린다. 주로 길거리에서 접하던 비보이(B-boy)들의 브레이크댄싱 대결. 이제는 아시안게임 정식 종목이 돼 '브레이킹'이라는 이름의 스포츠로 항저우 아시안게임(23일 개막)에서 첫선을 보인다.
홍텐(HONG10·본명 김홍열)은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태극마크를 달고 출전하는 한국 브레이킹 간판 선수다. 2000년대 국내를 넘어 세계 비보이계를 주름잡았던 전설 홍텐은 요즘 아시안게임 준비를 위해 하루 5~6시간 동안 땀을 쏟고 있다. 지난 7일 만난 홍텐은 "진천 국가대표선수촌에 가면 아시안게임 각오를 다지는 문구가 담긴 현수막이 곳곳에 보인다"면서 "문구들을 보면서 점점 뭔가 가슴속에서 차오르는 기분이 든다. 처음 출전하는 아시안게임이 내겐 재미있는 무대가 될 것 같다"고 활짝 웃었다.
홍텐은 "아직 운동선수보다 아티스트라는 단어가 더 익숙하다"고 했다. 그럴 만하다. 브레이킹은 2018년 청소년올림픽을 계기로 스포츠 종목으로 위상이 달라졌고 내년 파리 올림픽 정식 종목이 됐다. 최근 5년 새 변모한 위상이 실감 난다. 홍텐에게는 소속팀이 생겼다. 서울 도봉구청이 지난 8일 7명(선수 6명·지도자 1명)으로 구성된 브레이킹 직장운동경기부를 공식 창단했다. 브레이킹 실업팀이 설립된 건 국내는 물론 전 세계 최초다.
홍텐은 "지금도 내게 실업팀이 생긴 게 믿기지 않는다. 좋은 기회를 준 도봉구청에 감사하다"며 "스포츠 영역으로 들어오면서 일어난 변화다. 브레이킹 선수를 직업으로 삼을 수 있는 기반은 물론 나아가 대중화를 향한 시도가 하나둘 만들어지고 있다. 이번을 계기로 전국에 더 많은 브레이킹팀이 생겨 스포츠 안에서도 겨룰 수 있는 무대가 이어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홍텐은 중학교 2학년 때 춤에 관심 있는 친구들을 보고 흥미를 느껴 비보이가 됐다. 자신의 이름에서 딴 활동명 '홍텐'에는 한동안 한국 브레이킹의 '최고 아티스트'라는 수식어가 늘 앞에 붙었다. 한국 일본 미국 프랑스 등이 주최하는 다양한 국제대회에서 우승한 것을 비롯해 2006년과 2013년에는 세계적인 브레이킹 배틀 대회인 '레드불 비씨원'에서 두 차례 정상에 올랐다. 순간적으로 동작을 멈추는 프리즈(freeze) 기술을 '홍텐 프리즈'라는 자신만의 시그니처로 보유하고 있다. 2020년 12월에는 세계 브레이킹 어워즈에서 브레이커·퍼포먼스·배틀 3관왕을 달성했다.
2002년 허리 부상과 지난해 목 통증 등을 겪는 어려움도 있었다. 그래도 1984년 12월생으로 불혹을 앞둔 나이지만 여전히 브레이킹 현역 최고로 통한다. 홍텐은 "해외에 처음 내 이름을 알린 게 2002년이다. 20년 넘게 현역으로 활동하는 자신에게 자부심을 느낀다"며 흐뭇해했다. 30대 후반에도 왕성한 활동을 하는 그는 "강력한 에너지를 발산하기는 어려워도 오랜 경력을 통해 숙성된 퍼포먼스를 보여줄 수 있는 게 강점"이라고 말했다.
항저우 아시안게임 브레이킹은 1대1 개인전 대결 방식으로 승부를 가린다. 라운드당 1분씩 총 3라운드를 치른다. 짧은 시간 무작위로 나오는 음악에 맞춰 고난도 기술은 물론 완성도 높은 예술성을 선보여야 한다. 아시안게임에서는 일본 카자흐스탄을 비롯해 개최국 중국도 경쟁국으로 꼽힌다.
앞서 지난 7월 초 홍텐은 '아시안게임 리허설'을 치렀다. 중국 항저우에서 열린 아시아선수권에서 동메달을 땄다. 8강에서 세계 2위 나카라이 시게유키(일본)를 눌렀지만 준결승에서 국가대표 동료 윙(본명 김헌우)에게 1대2로 패했다. 홍텐에게는 좋은 경험이 됐다. 그는 "아시안게임이 열리는 장소에서 미리 현장 분위기를 익혔다. 특히 중국 관중들의 응원 열기를 미리 느꼈다"면서 "아시안게임 때는 다른 결과가 나올 것이다. 모든 걸 쏟겠다. 강렬한 퍼포먼스로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꼭 목에 걸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홍텐은 아시안게임 이후에도 바쁜 일정을 소화한다. 또 다른 목표인 파리 올림픽 출전권 확보를 위해서다. 그는 "브레이킹은 내 인생이다. 10년 20년이 지나서도 브레이킹에서 꾸준하게 도전하는 아티스트로 남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40·50대가 돼서도 어떤 무대든 자신만의 퍼포먼스를 보여주고 싶은 홍텐, 천상 '자유로운 춤꾼'다웠다.
[김지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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