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이코노미스트] 새로운 FTC 합병 가이드라인의 배경

2023. 9. 11.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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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율성 제고 명분의 거대 합병
그중 83%는 가격 인상 초래
비판받는 관대한 반독점 정책
시장집중도 엄격히 보기 시작

최근 노동자 출신 무명 가수의 노래, '리치먼드 북부의 부자들'이 빌보드 차트 1위에 올라 큰 화제가 되었습니다. 가사의 일부 "당신의 돈은 끝없이 세금으로 흘러가, 뚱뚱한 사람들이 복지를 착취하고 있어…"에서 보듯, 조세와 복지 정책은 쉽게 비판 대상이 됩니다. 반면 높은 가격과 낮은 임금을 허용하는 느슨한 반독점 정책에는 무관심합니다. 경제학 개론 첫 수업에서 관심 있게 배우고 싶은 경제 문제에 대해 설문조사하고 있습니다. 지난 15년 동안, 단 한 명의 학생도 독과점 문제를 꼽지 않았습니다.

미국 주요 산업의 독과점화에 따라 소비자는 일상의 많은 거래에서 추가 요금을 지불합니다. 연구에 따르면 1980년대 이전 전체 기업의 마크업은 21%였지만 2016년에는 61%까지 상승했습니다. 또 다른 연구는 만약 미국의 주요 산업이 경쟁적이라면 중간값 소비자가 월 300달러 정도 지출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추산합니다.

경쟁이 사라지는 중요한 이유는 반독점 정책의 급격한 감소입니다. 산업경제학자들은 특히 인수·합병에 대해 지나치게 관대했던 정책을 지적합니다. 빅테크 플랫폼 기업의 인수·합병에 대한 정부 대응은 역사상 유례가 없는 수준이었습니다. 바이든 정부 이전까지, 단 한 건의 합병도 경쟁 당국으로부터 제지받지 않았습니다.

인수·합병이 쉽게 허락된 배경에는 반독점 여부를 평가하는 '소비자 후생' 기준이 있습니다. 소비자가 낮은 가격과 좋은 품질이라는 혜택을 본다면, 경쟁 기업 수가 주는 것을 허용했습니다. 인수·합병이 효율성 개선을 통해 가격을 낮출 수 있다는 논리를 내세우면, 소비자 후생 기준은 합병을 허락했습니다. 경쟁 당국이 효율성 증가 여부를 사후적으로 확인하지는 않습니다.

점점 많은 연구자가 소비자 후생 기준에 대해 비판하고 있습니다. 소비자 후생은 독과점이 낳는 노동자의 임금 변화를 고려하지 않았습니다. 혹자는 소비자 후생이 노동시장을 포함한다고 주장하지만, 노동시장을 고려한 반독점 판례가 실제로 없습니다. 소비자 후생의 의미가 학자마다 다르게 쓰이는 경우도 많은데, 그 이유는 소비자 후생이 경제학에 존재하지 않는 잡탕식 표현이기 때문입니다.

합병에 대한 실증 연구가 늘면서 독과점 문제에 대한 비판은 더 커지고 있습니다. 연방거래위원회(FTC) 고문이있던 경제학자 존 쿼카는 합병 연구를 종합해 메타분석하였고, 대규모 합병의 83%는 가격 인상으로 이어졌다는 사실을 보였습니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올리버 하트 교수는 협력을 통한 효율성 제고가 합병이 아닌 계약을 통해 이뤄질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효율성 제고가 왜 합병의 근거가 되는지 문제를 제기합니다.

FTC는 지난 7월 새로운 합병 가이드라인을 발표했습니다. 가이드라인은 어떤 식의 합병이 잠재적으로 불법일 수 있는지를 설명합니다. 이에 따르면 합병은 시장집중도를 현저하게 높여서는 안 되고, 기존의 경쟁을 크게 줄이거나 잠재적 경쟁 기업의 진입을 저지할 수 없습니다. 합병의 위법 여부가 더 이상 소비자 후생 기준으로만 정해지지 않고, 시장 구조 변화를 바탕으로 판단될 수 있음을 제시했습니다.

FTC는 현재 전문가 의견을 수렴하고 있습니다. 시카고대 스티글러 센터가 운영하는 Promarket.org는 반독점 분야 전문가 토론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반독점 정책은 다른 정책과 비교해서 상대적으로 대중의 관심을 적게 받습니다. 정책 효과를 직접적으로 느끼기 어렵고, 경쟁 시장이 만드는 반사실적 상황을 상상하기 쉽지 않기 때문일 것입니다. 하지만 반독점 정책은 어떤 정책보다 모두의 삶에 큰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김재수 美인디애나·퍼듀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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