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동정담] 헌터킬러
북한이 8일 공개한 전술핵 탑재 잠수함에 대해 국내외 군사전문가들의 냉소적 평가가 잇따르고 있다. 미국 한 군사매체는 '김군옥영웅함'이 구형 잠수함을 괴물같이 개조했다며 프랑켄서브(프랑켄슈타인 잠수함)라는 별명을 붙였고, 국내 안보 전문가들은 냉전시대에 개발된 러시아 로미오급 잠수함들이 그런 것처럼 심한 소음 때문에 출항하자마자 한국과 미국 잠수함들에 발각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럼에도 이 잠수함을 무시해선 안 되는 이유는 핵탄두를 탑재해 바다 밑에서 쏠 경우 지상 발사에 비해 요격이 어렵기 때문이다. 아무리 고철 덩어리 잠수함이라고 해도 신포, 원산 등 잠수함 기지를 나오는 즉시 24시간 탐지·추적할 수 있어야 한다.
적의 핵미사일 탑재 잠수함을 추적, 감시, 타격하는 임무는 보통 공격원잠(SSN)이 맡는다. 동명의 영화로도 소개된 '헌터 킬러'다. 평시에는 적 잠수함의 동선과 음문(音紋) 등 정보를 수집하다가 전쟁이 임박한 상황에서는 적 잠수함이 미사일 발사관을 개방하는 징후를 포착해 어뢰 공격과 같은 방식으로 즉각 대응한다. 헌터킬러 잠수함은 핵무기를 탑재할 필요는 없지만, 핵추진동력을 갖춰야 한다. 산소와 연료 보급 없이 몇 달이라도 바닷속에서 잠행하며 적 잠수함을 추적 감시하는 'Always On Patrol' 임무를 수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 해군은 아직 이런 형태의 공격원잠을 한 척도 보유하지 못하고 있다. 한미 원자력협정에 묶여 핵을 연료로 사용하는 잠수함을 건조하거나 수입할 수 없다. 하지만 북한이 이번에 공개한 잠수함으로 인해 상황이 바뀌었다. 아직은 조악한 수준이지만 앞으로 잠항능력을 개량한다면 한국과 일본 전역, 나아가 괌 미군 기지까지 타격할 수 있다. 한미는 지난달 캠프데이비드 정상회의 이후 동맹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됐다고 강조해왔다. 백 마디 말보다 한국의 핵추진잠수함 건조 족쇄를 풀어주는 게 더 설득력 있다. 한국이 헌터킬러를 갖게 된다면 미국 해군의 부담도 덜 수 있다.
[박만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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