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의율 조건 맞추려 땅 1㎡이하로 쪼개…"장위3구역 조합원 꼼수는 위법"

민경진/박진우 2023. 9. 11. 18:15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대법원은 재개발조합 설립을 위한 조건을 맞추기 위해 가까운 사람 명의로 부동산을 쪼갠 행위는 탈법이라고 판단했다.

이른바 '지분 쪼개기'로 토지 등 소유자가 된 이들이 조합 설립 과정에 참여하면 전체 소유자의 의사가 왜곡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장위3구역에 거주하는 A씨 등은 "지분 쪼개기를 한 소유자를 제외하면 조합 설립에 필요한 '토지 등 소유자 수 4분의 3 이상'의 동의를 얻지 못했다"며 소송을 걸었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대법, 조합설립 인가 취소
정상적인 거래로 보기 어려워
조합 인가부터 새로 받아야
다른 정비사업에도 영향 줄 듯

대법원은 재개발조합 설립을 위한 조건을 맞추기 위해 가까운 사람 명의로 부동산을 쪼갠 행위는 탈법이라고 판단했다. 이른바 ‘지분 쪼개기’로 토지 등 소유자가 된 이들이 조합 설립 과정에 참여하면 전체 소유자의 의사가 왜곡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정비업계 관계자는 “앞으로 일선 정비사업지에서 토지 소유주가 꼼수로 부풀려진 게 아닌지 진위를 따지는 과정에서 사업 차질을 빚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장위3구역 주택재개발정비사업은 서울 성북구 장위동 305 일대 6만6000여㎡가 대상이다. 2004년 재개발추진위원회가 설립됐고, 2008년 4월 정비구역으로 지정·고시됐다. 추진위 설립 약 15년 만인 2019년 5월 성북구로부터 조합 설립 인가를 받았다.

낙후된 건물과 기반시설을 전면 철거하고 600여 가구 규모의 아파트 단지를 조성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대법원이 조합 설립 인가를 취소함에 따라 추진위 단계로 돌아가 다시 인가 절차를 밟아야 한다.

대명종합건설은 2003년 말부터 장위3구역 일대 부동산을 집중적으로 매입했다. 이후 2008년 7월부터 같은 해 11월까지 해당 부동산의 지분을 임직원과 지인 등 총 209명에게 매매·증여했다. 문제는 209명이 가져간 부동산의 크기가 정상적인 거래라고 보기 어려울 만큼 작았다는 점이다. 이들이 나눠 가진 1인당 토지 지분은 전체 사업 면적의 0.0005∼0.002%로 모두 1㎡ 이하에 불과했다. 건축물 지분도 0.003~0.04%뿐이었다.

그럼에도 장위3구역 추진위는 전체 토지 등 소유자 512명 중 391명의 동의서(동의율 76.37%)를 모아 성북구로부터 조합 설립 인가를 받았다. 이에 장위3구역에 거주하는 A씨 등은 “지분 쪼개기를 한 소유자를 제외하면 조합 설립에 필요한 ‘토지 등 소유자 수 4분의 3 이상’의 동의를 얻지 못했다”며 소송을 걸었다.

1심 재판부는 “지분 쪼개기의 증거가 없다”며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하지만 2심에서 판결이 뒤집혔다. 2심 재판부는 “대명종합건설이 지분 쪼개기 방식으로 토지 등 소유자 수를 인위적으로 늘렸다”며 “그들은 전체 토지 등 소유자의 수 및 동의자 수에서 각각 제외함이 타당하다”고 판시했다. 대법원도 원심 판단이 정당하다고 봤다.

업계에서는 이번 판결이 정비사업 추진의 새로운 변수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지분 쪼개기 방식으로 토지 소유자를 부풀리는 꼼수를 허가 단계에서 꼼꼼히 따져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상균 법무법인 화우 변호사는 “정비사업뿐 아니라 시행사가 임직원이나 가족에게 지분을 나눠주면서 토지 등 소유자를 확보하는 건 택지개발사업에서도 흔하다”며 “다른 개발사업에도 적용될 수 있는 판례여서 파장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소송 리스크도 커질 전망이다. 김정우 법무법인 센트로 대표변호사는 “구에서 조합 설립 인가가 난다고 해도 쪼개기한 토지 등 소유자에 대해 일일이 법원의 판단을 받아봐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민경진/박진우 기자 min@hankyung.com

Copyright © 한국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