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히어라, 말 바꾼 제보자를 결백 카드로 쓴다면 [김지현 기자의 게슈탈트]

김지현 기자 2023. 9. 11.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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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현 기자의 게슈탈트]는 대중문화 콘텐츠와 이슈를 기자의 주관으로 분석한 코너입니다. 나무와 숲, 현상과 본질을 알아차릴 수 있는 혜안을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가해자 연대와 피해자 연대 중 뭐가 더 강할까?’

‘더 글로리’는 문동은의 질문에 명백히 답하지만, 현실은 드라마와 달리 답이 정해져 있지 않다. 학교 폭력(학폭) 피해자임을 알리는 이른바 ‘학투’는 피해자의 진술에 초점이 맞춰진다. 이들의 주장을 판단하고 검증하는 일이 가장 중요하지만 아무래도 먼저 귀 기울이게 되는 목소리는 가해자가 아닌 호소의 주체, 피해자의 말이다.

그리하여, 피해자의 말은 진실을 담보해야 한다. 수 년 전 기억을 떠올려야 하는 ‘학폭’의 특성상 진술에 성김이 있을 수 있으나 ‘기억이 드문’한 것과 ‘의도된 왜곡’. ‘거짓’을 구분하는 건 그리 어렵지 않다. 하물며 피해자 스스로 어떤 부분이 거짓이고 왜곡이었다고 토로했다면 그가 말하는 모든 주장은 가치를 잃는다. 피해자 연대에서 단 한 명이라도 거짓을 말했다면 어떤 일이 생길까. 훼손이다. 본질에 대한 훼손. 피해자들의 목소리에 뜻하지 않은 균열이 생긴다. 훼손과 균열. 여러 논란에 휘말린 배우 김히어라의 사건 추이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키워드다.

김히어라 측은 11일 소속사를 통해 학폭 및 일진 의혹을 첫 보도한 디스패치에 법적 대응한다고 밝혔다. 자신은 일진도 학폭 가해자도 아니라는 주장. 덧붙여 이번 보도는 “다툼만 있어도 일진이 되고 가해자가 되는 연예인에 대한 잣대와 일반화 오류 프레임”이라고 주장했다. 요지는 자신은 가해자이긴 커녕 피해자라는 것.

'방관한 모두가 가해자'라는 말은 폭력에 가해자와 피해자를 완벽히 가리는 일이 쉽지 않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주체에 대한 모호성이 가해자의 면죄부가 될 순 없다. 중요한 건 폭력 유무 그 자체다. 학교라는 공간 안에서 (그 밖이든) 누군가가 폭력을 행사했고, 피해를 입은 정황이 '드러난 사실에 가깝다'면 학폭이 맞다.


김히어라 논란 5일째, 사건이 본질을 잃고 엉뚱한 방향으로 흐르는 분위기다. 일부 피해자들이 말을 바꾸면서 시작됐다. 김히어라는 이들이 입장을 번복한 후 자신을 피해자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많은 인물이 등장하는 탓에 누가 피해자이고, 누가 가해자라는 것인지 헷갈릴 지경. 결국 공개적으로 나온 이들의 발언을 거슬러 올라가 살펴볼 수밖에 없다. 누구의 주장에 더 신뢰성이 있는 것인지 판단하는 건 각자의 몫이다.

김히어라에게 묻는다 1 - 왜 '거짓 제보자'를 쉽게 용서하나

1991년생인 여성 A씨는 디스패치에 김히어라의 논란을 최초 제보한 인물이다. 매체에 따르면 5~6월께 취재를 마쳤지만, 당시 김히어라의 출연작 tvN ‘경이로운 소문2'에 대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보도일을 조정했다. A씨와 김히어라는 디스패치의 인터뷰에 응하며 서로의 존재를 알게 됐다. A씨에 따르면 김히어라와 일부 피해자들은 이 과정에서 만남을 갖고 모든 오해를 풀었다. 이후 A씨는 디스패치에 전화를 걸어 “모든 건 오해였으니 보도하지 말라”고 요구했다. 예상을 깨고 보도가 나오자(후에 보도된 녹취록은 첫 보도에 일절 담겨 있지 않다.) A씨는 다른 매체, 일간스포츠를 찾았다. 그는 매체에 김히어라에게 피해를 당했다고 주장하는 또 다른 인물 H씨가 '진짜 나쁜 사람'이라고 주장했다. 가해자의 주체가 김히어라에서 돌연 H씨로 변했다. 사건이 새 국면에 접어든 것이다.

B씨의 인터뷰도 같은 날, 같은 매체서 나왔다. 그 역시 입장을 바꿨다. B씨는 A씨의 제보를 말리려다 디스패치에 거짓 증언(제보)를 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러니까 B씨의 설명은 이렇다. B씨는 (김히어라) 언니를 학폭 가해자로 오해하는 A씨를 말리기 위해 함께 매체를 찾았다. B씨는 A씨와 기자들이 인터뷰를 하는 과정에서 상지여중 그룹 '빅상지' 언니들이 자신을 ‘박쥐’라고 부르는 말을 듣고 화가 났다고 한다. 거짓 증언을 하게 된 이유, 언니들이 자신을 '박쥐'라고 불러사다. B씨가 어떻게 화를 푼 것인지 배경은 알 수 없지만 그 역시 말을 번복한 이후 "김히어라에 대한 모든 건 오해"라고 강조했다.


말을 번복한 A,B씨가 문제의 원인이라고 밝힌 인물, H씨다. 이들은 H씨가 김히어라를 사칭하고 다닌 탓에 배우를 오해하게 됐다고 했다. 김히어라의 주장과도 일치한다. 김히어라는 H씨가 자신을 사칭하고 다닌 탓에 친구들에게 오해를 받았다고 말하고 있다. 현재 배우가 유일하게 폭행을 인정한 건 H씨다. 김히어라는 A,B의 번복 인터뷰가 보도된 후 그건 쌍방폭행이었다고 주장했다. H씨와의 녹취록 전체가 공개된 건 아니지만, 김히어라가 상대의 폭행을 언급하는 부분은 없다. 김히어라는 자신이 먼저 수소문한 H씨가 만남을 거부하자 그가 악의적 의도를 품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모든 사건의 시발점인 A,B씨는 가해자일까, 피해자일까. (정확히는 A,B,C,D씨, 입장을 바꾼 피해자 연대) 김히어라를 ‘오해’했을 때 이들은 피해자였다. 오해가 풀어진 현재는? 김히어라 입장에서 보면 분명 가해자다. 심지어 거짓 증언을 했다고 토로했다. 왜 김히어라는 가장 큰 가해자일 수 있는 A,B씨를 이토록 쉽게 용서하는 것일까. 거짓으로 피해를 주장해도 ‘오해였다’고 말하면 용서받을 수 있는 것인가.

김히어라에게 묻는다 2 - 방관자에서 피해자가 된 경위

누군가 ‘코끼리는 생각하지마’라고 말하는 순간, 당신의 머릿 속엔 순식간에 코끼리 한 마리가 그려진다. A,B의 입장 번복이 있던 지난 10일 디스패치는 이들의 주장을 실은 녹취록을 전면 보도했다. 김히어라의 학창 시절 코끼리 그림이 공개된 셈이다. 그림이 '사실'이라는 뜻은 아니지만, 긁어 부스럼을 만들었다는 인상을 지우기 힘들다. 의아한 건 오해든 거짓이든 A,B,C,D의 진술이 꽤 상세하고 구체적이라는 점이다. 사건이 발생한 시간과 장소, 사물 등이 증언에 담겼다. A씨는 매체에 중학교 시절 2년 선배였던 김히어라가 빅상지의 리더(두 명) 중 하나였다고 증언했다. 청바지를 강매 당한 일화는 사이즈까지 언급했을 정도. 그러나 결과적으로 모든 건 오해라고 말하고 있다. ‘더 글로리’의 나무젓가락 담배신은 실제 김히어라 모습이었다고 주장했던 A씨는 배우의 뛰어난 연기에 오해를 했다.

'거짓 제보자' B씨의 사정은 무엇일까. B씨는 디스패치에 김히어라가 자신의 방에서 싸대기를 때린 적이 있다고 밝히며 김히어라에게 가방을 강매 당했다고 털어놨다. A씨를 말리려던 B씨는 어쩌다 가방의 브랜드를 언급할 정도로 구체적인 거짓말을 하게 됐을까. 의구심이 드는 대목이지만, 관련한 구체적 설명이 없다. C,D씨의 첫 증언도 비슷하다. 김히어라에게 싸대기 등을 맞았으며 그가 빅상지의 핵심 멤버였다는 주장이다.

기억은 희미하다. 이들이 기억하는 김히어라의 싸대기는 오해고, 가방 강매는 거짓일 수 있다. 오해와 거짓에서 시작된 폭로에 피해를 입은 김히어라가 이들을 굳이 용서하겠다면 제3자가 왈가불가할 일이 아니다. 문제는 H씨다. A,B씨는 자신들이 말을 바꾼 이유를 설명하는 것 보다 H씨를 문제 삼는데 더 집중하고 있다. 김히어라가 자신을 방관자에서 피해자로 위치를 바꾼 시기도 이 때다.

3. 김히어라에게 묻는다 3 - 말 바꾼 피해자가 결백 카드라면

H씨는 김히어라에게 어떤 존재일까. A,B,C,D씨는 배우와 만나 오해를 풀었지만 H씨는 공개적인 만남 요청도 거부한 인물이다. H씨는 김히어라에게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한 인물들 중 유일하게 김히어라와 대면 인터뷰를 한 인물이다. 동시에 (현재까지는) 유일하게 피해 주장을 유지하는 인물이기도 하다. 김히어라가 직접 자신의 입으로 가해 여부를 인정한 피해자 역시 유일하게 H씨 뿐이다. 김히어라가 언론에 등장한 주요 피해자들 중 유일하게 만나지 못한 인물도 H씨다.


다시 거슬러 공개된 녹취록 내용. 디스패치 현 보도 기준, 최초 제보자인 A씨는 단 한번도 H씨를 언급한 적이 없다. B씨도 마찬가지. A씨는 김히어라를 두둔하면서도 자신이 학교 피해자인 사실은 변함없다고 밝혔다. 김히어라가 아니라면 누구로부터 가해를 당했다는 걸까. 인터뷰 뉘앙스는 흡사 H씨를 가리키는 분위기지만 어떤 피해를 입었는지는 말하지 않았다.

대신 김히어라에게 유리한 발언을 했다. 학교를 나오지 않은 H씨가 김히어라에게 지속적인 괴롭힘을 당했다는 건 말이 안된다는 주장. 역으로도 적용할 수 있다. 학교에 나오지 않은 H씨가 A씨를 괴롭힐 확률을 계산하는 일이다. H씨가 김히어라에게 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한 시기는 중학교 2학년으로 당시 A씨는 초등학교 6학년일 때다. A씨가 어떤 경위로 H씨를 ‘나쁘다’고 주장하는지 그 기준을 알 수 없는 대목이다. A,B씨는 또 주장을 번복한 이력이 있다. 자신의 증언에 신뢰가 생기길 바라고, 김히어라에 대한 대중의 오해가 풀리길 바란다면 누구로부터 어떤 피해를 입었는지 명확히 밝힐 필요가 있다.

A,B 씨가 이를 강요라고 주장한다면 어불성설이다. ‘학폭 검증’이 가해자으로부터 진실을 들추는 피해자들의 발버둥이라면 거짓을 고한 자는 이 전쟁에서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없다. 피해자 연대의 호소에 흠집을 낸 이들이 과연 자신을 피해자라고 말할 자격이 있을까. 제보자로서의 자격도 마찬가지다.

자필로 사과 편지를 쓴 김히어라는 돌연 법적 대응을 시사했다. 그러나 거짓을 고한 제보자들이 김히어라의 '게임 체인저'에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결백을 입증할 무기가 되기는 커녕 오해와 의문만 쌓이고 있다. 다시, 김히어라에게 묻는다. 오직 연예인이라는 이유만으로 '가해자'로 둔갑한 것인가. 진정 그 모든 것이 '오해'일 뿐인가.

[티브이데일리 김지현 기자 news@tv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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