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까지 버티던 루비알레스 스페인 축구협회장, 결국 사퇴
스페인 검찰, 성추행으로 기소
여자 월드컵 축구 우승 시상식에서 선수에게 입을 맞춰 논란을 빚었던 루이스 루비알레스(46) 스페인 축구협회 회장이 사퇴 의사를 밝혔다. 이른바 ‘강제 키스’ 논란이 불거진 지 22일 만이다. 루비알레스는 그간 “잘못이 없다”며 버텼지만 스포츠계는 물론, 국제사회 전반에 걸쳐 비난이 잦아들지 않자 결국 물러나기로 했다. 루비알레스는 “사직서를 협회에 제출했다”고 11일 밝혔다. UEFA(유럽축구연맹) 부회장단 자리도 내려놓았다. 부회장은 모두 6명이다.
루비알레스는 주로 스페인 프로 2부 리그에서 뛰다 32세에 은퇴한 뒤 법학 학위를 받고 스페인 축구선수협회 회장을 맡는 등 행정가로서 입지를 다졌다. 2018년부터는 스페인 축구협회장까지 맡아 승승장구했으나 이번 파문으로 불명예 퇴진하게 됐다.
‘강제 키스’ 논란은 이미 알려진 대로 지난달 20일 여자 월드컵 결승에서 스페인이 잉글랜드를 1대0으로 누르고 사상 첫 우승을 차지한 후 벌어졌다. 루비알레스가 감격에 찬 나머지 갑자기 자국 선수 헤니페르 에르모소(33) 얼굴을 잡고 입을 맞춘 것. 황당한 장면에 곧바로 각계 비판이 쏟아졌다. 페드로 산체스(51) 스페인 총리는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고, 피해자인 에르모소는 “(루비알레스의) 행위를 정당화하는 발표를 하라는 지속적인 압력을 받았지만 굴복하지 않았다”면서 “스페인 축구의 큰 성과가 훼손되고 있다”고 규탄했다. 루비알레스가 “합의하에 한 행위였다”면서 결백을 주장하자 파문이 더 커졌다. 스페인 여자 대표팀 코치진은 “그와 같이할 수 없다”면서 직을 내던졌고, 수도 마드리드에선 루비알레스를 비난하는 시위까지 열렸다. FIFA(국제축구연맹)가 90일 직무정지 징계까지 내렸지만 그는 “전례 없는 ‘린치’를 당했다”며 여전히 억울하다고 호소했다. 그러나 루비알레스가 ‘강제 키스’ 말고도 결승전에서 자신의 성기 부위를 움켜쥐고 환호하는 장면이 공개됐고, “에르모소와 결혼할 것”이라고 농담했다는 사실까지 알려져 손쓸 수 없는 지경까지 몰렸다. 그는 “협회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며 뒤늦게 사퇴 이유를 설명했다. 스페인은 현재 포르투갈·모로코와 함께 2030 월드컵 유치전에 뛰어들었는데 그가 계속 고집을 부리면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물러나긴 했지만 그는 재판을 받아야 할 처지다. 스페인 검찰이 지난 8일 그를 위력에 의한 성추행(강제 입맞춤)으로 기소했기 때문. 에르모소가 공식 고소한 지 이틀 만이다. 호주 경찰 역시 “필요하면 스페인 수사 당국과 공조할 것”이라고 밝혀 루비알레스는 점점 더 궁지에 몰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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