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무로에서] 정치는 과학의 팔목을 어떻게 비트나
구약성서에 기반해 지구 역사를 설명하는 '젊은 지구창조론자'들이 있다. 신에 의해 만물이 창조됐고, 대홍수가 실재했다고 믿고 진화론은 전면 부정한다. 최대 44억년이라는 지구 나이 대신 성경에 기반한 달랑 6000년이 지구 역사라고 주장한다.
은하에서 날아온 빛이 지구에 도착하는 데 수억 년이 걸리고, 진화 역사가 화석 발견으로 넘쳐나지만 이들이 과학의 팔목을 비트는 방식은 매우 단순하지만 선동적이다. "그런 모든 걸 직접 목격하고 기록으로 남긴 과학자가 있나. 성경에는 창조론에서 목격된 역사가 모두 기록돼 있다." 학계 말로는 '카운터팩트(반대사실) 입증불가 공격'이라고 말한다. 쉬운 말로는 "100% 증거 있으면 대봐라"는 떼쓰기다.
지난주 국회 대정부질문 시간. 전직 핸드볼 국가대표 출신 임오경 의원이 한덕수 총리를 오염수 방류로 몰아세웠다. "75년이 지난 2021년 일본 원폭 당시 검은 비를 맞은 이들도 피폭자로 인정됐다. 다음 세대가 피폭으로 문제가 생기지 않을 거라고 뭘로 확신하나." 과학 처리된 원전 오염수를 핵폭탄과 비교하는 발상은 창조론급이다. '검은 비'가 의미하는 낙진의 유해성에 논란이 있을 수 있나. 이 문제는 미군과 일본 정부가 원폭 투하 이후 히로시마에 설치한 원폭상해조사위원회(ABCC·현 방사선 영향연구소)가 원폭 피해 범위를 축소하려는 의도가 발단이었다. 과학이 국민을 속인 게 아니라 정치가 국민을 기망한 것이다.
천재 물리학자 오펜하이머의 몰락도 정치가 문제였다. 정계 실력자 루이스 스트로스가 원자력위원회 의장 시절 "원자폭탄 개발 위험이 있다"며 동위원소 수출을 반대하자 오펜하이머가 "망치나 샌드위치에도 동위원소가 들어가 있다"며 받아쳤다. 야당이 입에 달고 사는 오염수 내 삼중수소가 수소의 방사성 동위원소다. 동위원소가 자연 곳곳에 극소량 존재하고 항암치료에도 사용되며 핵분열이 없으면 폭발되지 않는 관계로 원자폭탄 위험은 없다는 걸 말한 것이지만 스트로스는 그를 공산 추종자로 몰아세웠다.
막무가내 '창조론자'들은 진화론에 대한 어떤 과학적 팩트도 무시하고 자신들만의 답을 끊임없이 제기한다. 오염수를 핵폭탄에 비교하면서도 정작 중국 원전이 3년 전 방출한 삼중수소가 후쿠시마 원전이 연간 방출할 삼중수소의 6.5배에 달한다는 점을 무시하는 우리 야당 수준과 '꼭' 닮았다.
[이지용 정치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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