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지호의 투자 프레임 <11>] 주식시장 둘러싼 세 가지 리스크의 허와 실
올해 8월 중순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가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인 2007년 11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고금리 환경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로 국내외 증시는 좀처럼 힘을 받지 못하고 있다. 6월에 이어 8월에도 코스피 지수가 2700선 돌파를 시도했지만, 기대했던 ‘서머랠리(여름 강세장)’는 나타나지 않았고 선진국 상업용 부동산 부실 우려, 중국 경제 위기와 국내 가계부채 문제 등 투자의 시계(視界)를 혼란스럽게 하는 이슈들이 수면 위로 재부상하고 있다.
현재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점도표상에 표시된 향후 미국의 정책 금리 수준은 △2023년 5.75% △2024년 5.0% 내외 △2025년 3~4%로 나타나 있다. 한 차례 추가적인 금리 인상 이후에는 금리 인하를 계획하고 있지만, 적어도 내년까지는 기준금리 5%대의 고금리 환경이 불가피해 보인다. 고금리 환경에선 차입자의 이자 부담이 늘고 경제 주체가 체감하는 실질적인 통화량, 즉 유동성이 축소된다. 따라서 추가 금리 인상 혹은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우려가 제기될 때마다 유동성 여건이 취약한 부문을 중심으로 리스크 요인이 계속 부각되는 것이다. 올해 국내외 증시는 통화 긴축의 완화 가능성을 선(先)반영하며 상승 추세를 형성해 왔다. 그렇기에 기대치에 비해 금리 인하 시기가 늦춰지거나 하락 속도가 더디게 나타날 가능성이 제기될 경우 최근 같은 증시 조정을 경험할 수밖에 없다. 이럴 때일수록 국내외 주식시장을 둘러싼 리스크 요인에 대한 정밀한 점검이 필요하다.
미국 상업용 부동산 리스크
미국 상업용 부동산 이슈의 경우, 통제 가능한 수준의 위험이라는 판단이다. 일각에선 과거 금융위기를 초래한 서브 프라임 사태와 비교하며 부동산 가격 하락이 금융기관의 연쇄도산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한다. 하지만 미국 대형 은행의 상업용 부동산 ‘익스포저(노출액)’ 규모를 보면, 총자산 대비 비중이 JP모건 3.4%, 뱅크오브아메리카(BOA) 2.7%, 시티그룹 1.0% 등 평균 5%에 미치지 못한다. 올해 초 금융시장을 혼란에 빠트렸던 실리콘밸리은행(SVB) 등 미국 중소형 은행의 경우 상업용 부동산 비중이 15~20%로 상대적으로 높은 것은 사실이지만, 미국 은행권 전체의 연체율, 자본 비율 등 주요 재무 지표가 금융위기 시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개선됐음을 감안하면 일부 중소 규모 은행의 부실 우려가 대형 금융위기로 확산할 가능성은 극히 작다.
게다가 미국 은행권에서 상업용 부동산 못지않게 주거용 부동산의 비중도 높게 나타나고 있는데, 올해 들어 주거용 부동산의 가격이 반등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결국 상업용 부동산 우려는 과거 글로벌 금융위기 사태와 달리 금융권의 손실이 확대되고 전이되기보다는 일부 자산의 부실에 국한된 이슈다. 또한 현재 연준은 SVB 사태 이후 금융권 안정을 위한 유동성 공급 프로그램과 재할인 창구를 활용하고 있어 설사 일부 중소형 은행의 부실 혹은 뱅크런(대량 예금 인출) 징후가 나타난다 해도 연초와 같이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안 양상으로 전개될 여지는 적다.
중국 경제 위기 리스크
중국에선 민간 부동산 개발 1위 업체인 비구이위안(碧桂園·컨트리가든)의 디폴트(채무불이행) 가능성이 커지면서 중국 금융권의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하지만 비구이위안의 경영난을 중국 부동산 개발 업체 전체의 위기 혹은 금융위기 발생 가능성으로 확대 해석할 필요는 없다.
비구이위안은 업계 내 경쟁 우위 확보를 위해 베이징 같은 1선 도시보다 소도시, 즉 3선 도시와 4선 도시 중심으로 투자를 확대해 왔다. 그러나 부동산 경기가 악화하면서 지방 및 소도시 위주로 가격 조정이 가파르게 나타났고, 이에 부동산 개발 프로젝트가 중단되는 등 부실이 발생했다. 다른 부동산 개발 회사의 경우 상대적으로 재무 건전성이 양호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으며, 핵심 지역의 부동산 가격은 최근 들어 안정화 조짐을 보이고 있어 비구이위안의 경영난이 중국발 금융위기를 초래할 가능성은 작다. 실제로 중국 국가통계국이 발표한 7월 주요 70개 도시 주택가격지수를 보면 1·2선 도시의 신규 주택 가격은 전년 동월 대비 각각 1%, 0.2% 상승했으며 3선 도시만 1.5% 하락했다.
부동산 개발 회사의 경영난으로 일부 신탁사 등 금융권의 동반 부실 우려는 제기될 수 있다. 하지만 중국 주요 은행권의 경우 타격이 미미할 전망이다. 지방 소도시 부동산 관련 대출 비중이 크지 않고 건전성 지표 또한 매우 양호해서다. 실제로 중국 5대 국유은행의 부실채권 비율은 현재 1.3%에 불과하다. 자본 비율은 17~18% 수준에서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다. 중국 정부와 금융 당국 역시 정상적인 기업과 금융기관이 유동성 위기에 노출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기준금리가 되는 1년 만기 대출우대금리(LPR)를 올해 6월에 이어 8월에도 0.1%포인트 인하했다. 중국 경제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지만, 중국의 경제성장률은 작년 4분기 2.9%에서 올해 1분기 4.5%, 2분기 6.3%로 개선되고 있다. 경기가 회복되는 구간에서 금융위기 혹은 경제 위기가 표면화될 여지는 적다.
한국 부동산 PF 리스크
국내로 눈을 돌려보자. 국내 금융권의 안정을 위협하는 가장 취약한 연결고리는 부동산 PF(프로젝트 파이낸싱)다. 고금리 환경과 경기 침체 영향으로 금융권 전반으로 부실과 연체가 증가하고 있는데, 그중 부실 위험이 가장 큰 부분이 부동산 PF다. 2023년 3월 말 기준 전 금융권의 부동산 PF 대출 규모는 132조원에 달한다. 증권사의 경우 직접적인 대출이 아닌 보증 형태(PF-ABCP 지급보증)로도 PF에 참여하는데, 이 규모가 20조~30조원에 달해 금융권의 총부동산 PF 익스포저는 150조~160조원으로 추산된다.
부동산 PF 가운데서도 주거용보다는 상업용, 지역별로는 수도권보다는 지방의 위험도가 높다. 금융기관 중에서도 위험 인수에 적극적인 증권사와 저축은행, 여신 전문 회사 등이 이러한 프로젝트에 주로 참여했으며, 부동산 경기 침체로 높은 부실 위험에 노출돼 있다. 전 금융권의 PF 대출 연체율은 2.0%인데 반해, 저축은행과 여신 전문 회사의 연체율은 4%를 상회하고 증권사는 무려 16%에 달한다. 다만 한 가지 확인할 필요가 있는 부분은 증권사가 전체 부동산 PF 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4%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은행과 보험사의 비중은 각각 32%, 33%에 달하는데, 두 곳 모두 올해 3월 말 기준 연체율이 0.0~0.7%에 불과하다. 따라서 국내 부동산 PF 역시 취약한 연결고리임은 분명하나, 전체 금융권의 건전성을 위협할 수준은 아니다. 게다가 금융 당국이 PF 대주단 협약, 증권사에 대한 리스크 완화 조치 등을 지속적으로 내놓고 있어 금융권이 대규모 손실을 인식할 가능성은 작아진 상태다.
이상으로 살펴본 미국 상업용 부동산, 중국 경제 위기, 국내 PF 리스크의 공통점을 다시 짚어볼 필요가 있다. 고금리 환경과 경기 부진 상황에서 가장 취약한 부분에 부실이 발생하고 있으나 전체 금융시장의 안정성을 위협할 수준의 리스크는 아니다. 위험이 확산하거나 전이되기보다는 일부에 국한되는 형태를 보인다. 금융 당국 또한 금융 시스템 안정성을 유지할 수 있는 정책 대응 역량(긴축 속도 조절 등)을 갖추고 있다는 측면에서 과거 금융위기와 비교하는 것은 무리라는 판단이다. 여전히 글로벌 금융시장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존재하지만, 과거에도 그랬듯 증시는 항상 우려의 벽을 넘어서며 상승해 왔다. 인플레이션 부담 완화와 통화 긴축 기조의 변화 가능성, 글로벌 경기의 저점 형성에 대한 기대 등 큰 흐름을 보면서 냉정하게 투자 판단의 기준을 다시 점검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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