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벤처 세계화, ‘창구’ 네트워크가 뜬다] 중기부·창업진흥원과 구글, 韓 스타트업 세계화 창구 구축
“다양한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벤처캐피털(VC) 미팅을 최대한 많이 해야 한다.” “타깃한 해외 고객의 요구 파악부터 시작하자.”
구글이 8월 24일 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 창업진흥원과 함께 서울 광진구 능동 파이팩토리 스튜디오에서 개최한 ‘창구 알럼나이 데이 2023’ 현장은 스타트업 창업자와 개발자들의 열기로 뜨거웠다. 이들은 모바일 스타트업의 스케일업(사업 확장) 노하우는 물론 투자 유치, 해외 진출 등 성장을 위한 다양한 방안을 논의했다. ‘창구’는 구글과 중기부, 창업진흥원이 국내 모바일 앱·게임 스타트업의 콘텐츠 고도화와 해외시장 진출을 돕기 위해 만든 스타트업 성장 지원 프로그램이다. 2019년 처음 시작했고, 올해가 5회째다. 창구란 이름은 창업의 ‘창’과 구글플레이의 ‘구’를 따서 지었다. 구글플레이는 모바일 앱·게임 스타트업들이 앱을 만들고 소비자가 다운로드해 사용할 수 있는 구글의 온라인 스토어다. 창구 프로그램 참여 스타트업은 구글플레이를 통해 마케팅에 나서며 해외시장에 도전장을 내민다. 중기부와 창업진흥원은 기업당 최대 3억원의 사업화 자금을 지원한다.
창구 동창회 ‘창구 알럼나이 데이 2023’ 개최
이날 열린 ‘창구 알럼나이 데이 2023’은 창구 프로그램의 동창회 격이다. 창구 참여 스타트업은 물론 중기부, 창업진흥원 관계자 그리고 VC, 구글 임직원 등 총 350여 명이 참석했다. 이날 행사는 이영 중기부 장관의 축사 영상과 김경훈 구글코리아 사장의 환영사로 시작됐다. 이 장관은 “창구는 한국 창업 생태계가 구글의 혁신 생태계를 만날 수 있는 ‘기회의 창구’로 만들자는 목표로 시작됐다”며 창구 프로그램의 의미를 되새겼다. 김 사장은 “스타트업의 인공지능(AI) 활용이 점점 더 많아지고 중요해지면서 창구도 이를 적극 반영해 올해 AI 기술 지원과 관련 교육을 추가했다”며 시장 트렌드에 맞게 변화하는 창구를 강조했다.
윙잇(가정간편식 판매) 임승진 대표, 딜라이트룸(알람 앱) 신재명 대표, 스페이스오디티(음악 콘텐츠 플랫폼) 김홍기 대표 등 스타트업 창업 선배들이 무대로 나와 비즈니스 경험과 노하우를 공유하는 좌담도 열렸다.
올해 5기 창구 프로그램은 지난해보다 20개 사가 늘어난 역대 최대 규모인 100개 스타트업을 선정했다. 이 중 AI 기술을 활용한 맞춤형 큐레이션 서비스 기업이 다수 눈에 띄었다. 개인화 뷰티 서비스 앱 ‘잼페이스’를 개발한 ‘작당모의’의 윤정하 대표는 “한국에서 유통 중인 12만 개 화장품과 이용자를 매칭하는 데 AI를 활용했다”고 했다. 작당모의는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 진출을 목표로 하고 있고, 현지 마케팅 등을 지원받기 위해 창구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구글은 올해 △창구 졸업사 간 정기 교류 △해외에서 진행되는 구글 스타트업 캠퍼스 글로벌 이머전 트립(Global Immersion Trip) △AI·머신러닝(기계학습)·클라우드 관련 세미나 및 일대일 컨설팅 △다양한 구글 개발자 콘퍼런스 참가 등 지원 내용을 확대했다.
460개 사 지원…투자 유치, 해외 진출 성과
창구 프로그램에는 올해 5기까지 총 460개 스타트업이 참여했고, 괄목할 만한 성과를 냈다. 1~3기(2019~2021년) 창구 참여 스타트업들은 프로그램 참여 전과 비교해 앱 다운로드 수가 평균 140% 증가했고, 연평균 매출은 62% 늘었다. 2022년 4기를 포함하면 참가 기업 매출이 협약 기간 내 3005억원을 달성했고, 총 1180억원 이상의 투자를 유치했다. 5기 투자 유치 역시 스타트업 투자 암흑기 상황에도 긍정적인 분위기다. 지난 7월 메딜리티(알약 카운팅 서비스)가 56억원 규모의 프리A 투자를 받았고, 넥스트에디션(캠핑장 예약)과 부에노 컴퍼니(마트 정보 검색)도 프리A 브리지 투자를 유치했다.
특히 1~3기 참가 기업 가운데 해외 진출 기업 수 증가율이 약 70%를 기록했다. 1기 캐치잇플레이(영어 학습)는 2019년 구글플레이 일본 교육 앱 3위를 기록하는 등 해외시장에 안착했다. 2기 드림모션(게임 개발)은 2020년 108개국에서 56억원의 매출을 올렸고, 2021년 5월 국내 대형 게임사 크래프톤에 인수됐다. 플레이하드(2기·게임 개발)는 2020년 225개국에서 42억원의 매출을 기록했고 국내 대형 게임사 넵튠에 2021년 9월 인수됐다. 3기 게임듀오(게임 개발)는 창구 컨설팅을 기반으로 미국에 진출, 2021년 매출이 2년 전과 비교해 약 10배 이상 증가했다. 최근 누적 가입자 100만 명을 돌파한 4기 애기야가자(키즈 액티비티 플랫폼)는 2022년 거래액이 전년 대비 523% 증가했고, 현재 인도네시아 시장 진출을 준비 중이다. 구글 관계자는 “창구 1기에서 4기까지 협약 기간 내 수출액이 695억원 이상을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Plus Point
Interview 신경자 구글 아시아·태평양(APAC) 플랫폼&에코시스템 부문 마케팅 총괄
“피드백 반영, 계속 진화하는 ‘창구’ 프로그램”
“한국 스타트업의 해외 진출을 위한 창구 역할을 하겠다. 이를 위해 ‘창구’는 참여 스타트업의 의견을 적극 반영해 계속 진화하고 있다.” 신경자 구글 아시아·태평양(APAC) 플랫폼&에코시스템 부문 마케팅 총괄이 강조한 창구의 목표이자 핵심 운영 방안이다. 그는 한국 스타트업 성장 지원 프로그램 창구도 이끌고 있다. 다음은 일문일답.
창구를 한국에 만든 배경은.
“한국에 뛰어난 모바일 스타트업과 개발자가 많기 때문이다. 구글이 모바일 앱·게임 스타트업을 지원한 것은 2019년 한국이 전 세계적으로 최초였다. 한국의 스타트업, 개발자 역량이 높다는 건 구글이 최근 주최한 세계적 AI 개발자 기술 경연대회 ‘캐글’에서 한국의 손호열씨가 우승한 걸 보면 잘 알 수 있다. 물론 기본적으로 창구는 ‘누구나 참여하고 도전할 수 있는 모바일 앱 생태계를 만든다’는 구글의 철학에서 시작됐다.”
창구의 목표는.
“한국의 스타트업들이 해외로 나갈 수 있도록 창구 역할을 하는 것이다. 한국 시장은 좁고, 이를 잘 아는 한국 스타트업은 해외 진출에 대한 강한 의지가 있다. 구글은 한국 스타트업의 해외 진출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이를 위해 정부와 의기투합했다. 중소벤처기업부와 창업진흥원이 사업화 자금을 지원하고, 구글은 비즈니스 성장과 해외 진출을 위한 마케팅, 투자 유치 등을 돕는다.”
한국 스타트업의 강점과 약점은.
“언급한 것처럼 뛰어난 개발자가 많아 기술 경쟁력이 높다. 아이디어도 좋다. 사실 2019년 창구 첫해 스타트업 100곳을 뽑은 후 내년에도 이만큼의 능력 있고 좋은 아이디어를 내는 스타트업을 뽑을 수 있을지 걱정했는데, 지금까지 운영해 보니 그런 걱정을 할 필요가 없었다. 그리고 해외 진출에 필요한 현지화 역량만 갖추면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고 봤다. 이 부분을 구글이 지원할 수 있다. 현지 시장 유저를 파악하고, 이에 맞는 서비스는 물론 다양한 마케팅을 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창구 5년의 성과를 자평한다면.
“2019년 1기부터 올해 5기까지 총 460개 스타트업이 창구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매출은 물론 창구의 핵심 목표인 해외 진출에서 좋은 성과를 냈다. 창구가 한국 스타트업 창업자에게 ‘할 수 있다’는 원동력과 희망을 줬다는 부분도 굉장히 의미가 있다. 후배 창업자들도 도전할 수 있는 힘을 제공한 것이다.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에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한다.”
창구를 운영하며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부분은.
“비전과 목표는 비즈니스 성장과 해외 진출로 초지일관 같았다. 그러나 참여 스타트업의 이야기를 듣고 프로그램에 반영해 나갔다. 창구는 참여한 개발자와 함께 만들어 나간, 상황에 적응하는 진화하는 프로그램이라고 자부한다. 첫 회 창구를 끝내고, 투자 유치를 도와달라는 의견이 많았고, 참여 스타트업이 투자자를 만날 수 있는 데모데이를 진행했다. 코로나19 이후 개발자들이 네트워킹을 원하는 의견이 많아 ‘창구 알럼나이 데이’ 같은 인맥 네트워크 프로그램을 강화했다. 최근에는 일본 시장에 대한 관심이 많다는 참여 스타트업의 설문 조사 결과를 반영, 올해 10월 일본 구글과 협업해 일본 VC, 스타트업 전문가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현지 시장이 어떤지 배울 수 있는 행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AI 기술 지원 및 관련 교육도 적극 나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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