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인한의 일본 탐구 <40> 日 최고층 빌딩 완공한 200년 역사의 시미즈건설] 지속 성장 비결은 수익과 도덕성…해상 풍력발전 사업도 강화
일본의 시미즈건설(淸水建設)은 매출 2조엔(약 18조원), 사원 수 1만 명이 넘는 종합 건설 업체다. 이 회사를 포함해 가지마, 다이세이건설, 오바야시가 일본의 ‘빅 4’ 건설 업체로 꼽힌다. 시미즈건설은 1804년 창업 이후 새로운 지식과 기술을 끊임없이 추구해 살아남았다. 200년 이상 이어지는 창업 정신이 ‘논어(論語)와 산반(算盤·주판의 일본어 표기)’의 실현이다. 기업 경영에서 도덕성과 경제성을 균형 있게 추구해야 장수할 수 있다는 의미다.
올 하반기 들어 시미즈건설은 국내외 건설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 회사가 시공한 일본에서 가장 높은 330m짜리 ‘아자부다이힐즈’ 빌딩이 11월 문을 연다. 오는 2025년 개최하는 오사카·간사이 엑스포의 ‘일본관’ 건설 프로젝트도 지난 7월 따냈다. 국내외 경기 변동 영향을 많이 받는 업종 중 하나인 건설 시장에서 219년을 견뎌온 장수 기업 시미즈건설의 최근 움직임을 추적한다.
초고층 복합시설단지 아자부다이힐즈 11월 오픈…일본 건축사 새로 쓴 시미즈건설
절과 신사, 궁궐의 건축 전문가인 목수 출신 시미즈 키스케(淸水喜助)가 1804년 시미즈건설을 창업했다. 이 회사는 11월 24일 일본 건축사에 남을 새로운 역사를 쓴다. 도쿄 미나토구에 들어서는 복합시설 아자부다이(麻布台)힐즈는 모리JP타워와 64층 레지던스, 54층 레지던스 등 3개 건물과 가든 플라자로 구성된다. 건물 설계는 모리빌딩이, 시공은 시미즈건설이 맡았다. 2019년 8월 착공해 올 7월 초 준공됐다. 핵심 빌딩인 모리JP타워가 오픈하면, 오사카의 아베노하루카스(300m)를 제치고 일본에서 가장 높은 건축물이 된다.
아자부다이힐즈는 ‘모던 어번 빌리지’를 콘셉트로 만들었다. 도심 속에서 자연과 인간이 함께 공존하는 건축물을 지향한다. 3개의 마천루에는 주택과 오피스를 중심으로 호텔, 국제학교, 의료기관, 상업시설이 입주한다. 도쿄타워와 스카이트리 조망이 가능해 벌써 일본의 새로운 핫 플레이스로 뜨고 있다. 가장 눈길을 끄는 시설은 모리JP타워 54~64층에 들어서는 고급 주택 91채다. 가장 비싼 곳은 한 채에 100억엔(약 900억원)이 넘는다. 침실이 6개이고, 파티에 사용할 수 있는 거주자 전용 시설과 도심이 내려다보이는 스파도 제공된다. 8월 말 기준으로 대부분 분양됐다는 게 현지 부동산 업계의 전언이다.
시미즈건설은 ‘2025 오사카·간사이 엑스포’의 ‘일본관’도 지난 7월 수주했다. 총 76억7800만엔(약 691억원)이 투입되는 일본관은 일본 정부의 공식 전시관이다. 철골 3층 건물, 연면적 1만1352㎡로, 이번 엑스포의 테마인 ‘생명이 빛나는 미래 사회의 디자인’을 강조할 예정이다. 이곳에서 각국 정부 대표와 VIP들이 교류하게 된다.
올해 중기 계획 마치고 ‘비전 2030’ 실행
일본 건설 업체들은 2020년 초 코로나19 발생 이후 발주 물량 감소로 어려움을 겪었다. 게다가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여파로 국제 원자재 가격마저 급등하며 채산성 악화를 겪었다. 주요 건설 회사들은 비용 절감과 신규 사업 등을 통해 지난해부터 다시 실적이 회복되고 있다. 반도체 관련 공장과 도쿄, 오사카 등 대도시 도심 재개발, 국토 효율화를 위한 공공 공사 등으로 건설 수요가 늘어난 덕분이다. 시미즈건설은 올해 매출 1조9450억엔(약 17조5000억원·전년 대비 0.6% 증가), 순이익은 500억엔(약 4500억원·1.9% 증가)을 예상한다. 시미즈건설은 창업 이후 2세기 이상 건설 관련 사업만 하고 있다. 건설 사업을 기본 축으로 하고, 비(非)건설 사업인 부동산 개발, 엔지니어링, LCV(라이프 사이클 밸류에이션), 프런티어 4개 분야를 강화하고 있다. LCV는 건설 및 인프라, 에너지, 거리의 라이프 사이클에 걸쳐 지속 가능한 미래를 구축하는 사업이다. 프런티어 사업은 해양 개발, 우주 개발, 자연 공생, 스타트업 투자 등 미래 사업에 투자하는 비즈니스다. 지난 1970년대부터 해외시장에도 진출해 60여 개국에서 시공 사업을 진행했다.
이 회사는 중기 경영 계획(2019~2023)을 올해 마치고, 장기 비전인 ‘시미즈 비전(SHIMIZ VISION) 2030’의 실행에 들어간다. 2024년부터 건설 사업의 경쟁력 강화와 진화, 비건설 사업의 수익 기반 확립 및 성장을 추진한다. 지난 5년간의 중기 경영 계획 기간 중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구축했다. 이어 2030년까지 회사를 리질리언스(회복 탄력성), 인클루시브(포괄성), 서스테이너블(지속 가능성) 중심 구조로 바꿀 계획이다.
43년 시미즈건설맨, 이노우에 사장
1956년생 이노우에 카즈유키 시미즈건설 사장은 정통 ‘시미즈건설맨’이다. 와세다대를 졸업(건축공학 전공)하고, 1981년 평사원으로 입사한 뒤 대표이사 사장까지 올랐다. 지난 2016년 사장에 취임한 뒤 부동산 개발과 해상 풍력 개발 등의 미래 사업에 적극 투자하며 300년 장수 기업으로의 변신을 이끌고 있다.
이노우에 사장은 시미즈건설의 창업 정신인 ‘도덕과 경제’의 조화를 임직원들에게 늘 강조한다. 글로벌 시장 환경의 급변 속에 기업이 생존하려면, 수익성 중심으로 미래 사업을 준비해야 하지만, 도덕성을 잃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는 회사의 지속 성장을 매우 중시한다. 사시인 ‘논어와 주판’ 정신을 강조하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회사의 수익성과 함께 소비자로부터 신뢰받는 ‘도덕성’이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이노우에 사장은 신규 사업과 관련, 해상 풍력발전에 특히 관심이 많다. 해상풍력 발전 시설에 필요한 기계 및 배의 제조에 이어 해상 발전 사업에도 참여한다. 일본 근해의 해상 풍력발전 시설 시장 규모가 5조엔(약 45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그는 현지 언론과 인터뷰에서 “인구 감소와 성장률 저하로 침체를 겪고 있는 일본에서 벗어나 글로벌 시장에서 성장 동력을 찾고 있다”며 “해외 매출 비중을 현재 60%대에서 오는 2030년까지 75%까지 높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모든 일에 열정을 쏟아 앞으로 아이들이 살아갈 미래에 가치 있는 건축물과 사업을 만드는 것이 자랑스러운 일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건설 업계, 숙련 노동자 확보 시급
요즘 이노우에 사장이 가장 염려하는 것은 숙련된 건설 기능인 부족 문제다. 일본에서 2024년 4월부터 시간 외 노동의 상한 규제가 적용되기 때문에 ‘4주 8일 휴무’에 따른 근로 방식의 변화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그는 “앞으로 진행하는 대형 건설 프로젝트는 여유 있는 공기 설정과 숙련 인력의 확보가 경쟁력을 좌우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시미즈건설은 노동력 부족과 관련, 숙련된 고령 인력을 대체할 젊은 인력 육성, 외국인 건설 기능인 확보, 임금 인상 등을 추진하고 있다. 그는 “건설 공사 현장에서 건자재를 위층까지 자동으로 운반하는 로봇이나 용접 로봇 등 신기술 개발도 서두르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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