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5의 굴욕’ 서울대⋅아산⋅삼성, 세계 암 연구 병원 100위에서 빠졌다
1~14위 미국 대학병원 휩쓸어
한국은 연세의료원 78위로 유일
1위는 美 MD앤더슨 2위는 메모리얼 슬론 캐터링
국제 학술지 네이처가 지난 6일(현지 시각) 선정한 ‘선도적인 세계 100대 암 연구 의료기관’에 연세의료원이 78위로 국내 대학병원 가운데 유일하게 포함된 것으로 11일 나타났다. 이른바 빅5로 불리는 아산병원과 연대 세브란스병원, 서울대병원, 삼성서울병원, 서울성모병원 가운데 연세의료원만 이름을 올린 것이다. 미국 텍사스대학교 MD 앤더슨 암센터가 1위를 차지했고, 2위는 메모리얼 슬론 케터링 암센터(MSKCC), 3위는 텍사스대 사우스웨스턴 메디컬 센터(UT 사우스웨스턴 메디컬 센터) 순으로 순위가 높았다.
네이처는 지난 2018년부터 2022년까지 68개 저명 학술지에 게재된 우수 논문을 대상으로 각 저자의 소속기관과 공동저술 기여도를 복합적으로 감안해 순위를 매겼다. 예를 들어 둘 이상의 기관에 소속된 저자가 쓴 논문은 균등하게 환산해서 점수를 매기는 식이다.
1위를 차지한 MD앤더슨 암센터는 이 기간에 작성한 116건의 암 관련 연구논문을 발표했다. 논문 개수는 미국의 다나파버암센터(1281건)와 비교해 적었지만, 논문 점수는 320.86으로 압도적으로 높았다. 2위인 메모리얼 슬론 케터링 암센터와 3위인 텍사스대 사우스웨스턴 메디컬 센터는 절대적인 논문 숫자로는 각각 963건, 483건으로 적었으나, 논문 점수가 280.90, 217.99로 높았다.
미국 의료기관이 1위부터 14위를 휩쓸었다. 100곳의 의료기관을 국가별로 분석하면, 미국이 46곳으로 가장 많고, 그 다음이 중국 21곳, 네덜란드 8곳, 독일 7곳, 스위스 3곳, 프랑스 2곳, 스페인 2곳, 싱가포르 1곳이었다.
미국 외 의료기관으로는 이탈리아 밀라노 국립대학병원 임상 보건 의료과학 연구소(IRCCS)가 15위, 중국 상하이 교통의대 부설 렌지 병원(16위), 캐나다 토론토대 의대 연구네트워크병원 UHN(17위)로 20위권에 포함됐다. IRCCS는 논문 점수는 지난 2021년까지 40~50점대를 유지하다가, 작년 106.57로 두 배 넘게 뛰어올랐다.
국내 의료기관 중에서는 연세대 의료원(YUHS)은 17.94점을 받으면서 78위에 올랐다. 연구논문 개수는 74건으로 최하위권(94위)이었지만, 논문 점수가 높았다. 삼성서울병원은 물론, 서울대병원, 서울아산병원 등 빅 5 병원은 모두 빠졌다.
암 치료에서 선두권으로 알려진 국내 대학병원들이 연구 실적에서 미국 유럽권 의료기관에 뒤처진 것은 환자를 진료 치료하고, 나아가 임상과 연구를 병행해야 하는 국내 대학병원의 현실 때문이라는 것이 의료계 설명이다. 종양내과학회 학술이사인 이세훈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는 “기초연구와 임상 연구는 학자들이 분리해서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며 “한국의 대학병원은 교수가 환자도 보고, 임상도 하면서 연구도 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다른 기관을 제치고 연세의료원 순위에 오른 것은 각 기관을 구분하는 기준에 따른 오류라는 주장도 있다. 네이처에서 연세의료원은 강남세브란스병원, 세브란스병원(신촌), 용인세브란스병원을 포함하고, 서울대병원(SNUH)은 서울대본원, 서울대세포치료연구소, 보라매병원 서울대어린이병원만 포함한다. 서울대병원 실적에서 분당서울대병원의 논문은 빠진다는 뜻이다.
네이처는 같은 날 암을 연구하는 대학 200곳의 순위도 매겼는데, 대학별 순위에서는 서울대가 58위를 차지하며 유일하게 100위권에 들었다. 연세대는 111위였다. 서울대의 실적에 서울대융합기술원, 분당서울대병원, 서울대병원, 서울대 소프트로봇공학 생체공학 연구실 실적이 잡힌다. 그러나 2018년부터 2022년까지 논문 실적을 따로 집계한 것을 통합한 점수를 보면 서울대병원(35.72)과 분당서울대병원(10.6)을 합쳐도 연세의료원의 점수(55.05)를 따라잡지 못했다.
이번 발표에서는 암 연구 선도 기업 25곳 가운데 삼성그룹이 22위로 이름을 올렸다. 1위는 스위스의 로슈였고, 2위 스위스 노바티스, 3위 영국 아스트라제네카, 4위 미국 화이자 5위 브리스톨마이어스스퀴브(BMS)순이었다.
삼성이 가장 국내에서 연구 협업을 많이 하는 기관은 성균관대, 삼성서울병원, 서울대 순이었고, 해외에서는 스탠퍼드대, 토론토대, 하버드대, 매사추세츠공대(MIT) 순이었다. 삼성그룹의 점수는 삼성전자, 삼성SDS, 제일모직, 삼성서울병원, 삼성-성균관 그래핀센터 등이 작성한 논문을 모두 포함한 것이다.
- Copyright ⓒ 조선비즈 & Chosun.com -
Copyright © 조선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계열사가 “불매 운동하자”… 성과급에 분열된 현대차그룹
- [르포] 일원본동 "매물 없어요"… 재건축 추진·수서개발에 집주인들 '환호'
- 삼성전자·SK하이닉스, 트럼프 2기에도 ‘손해보는 투자 안한다’… 전문가들 “정부도 美에 할
- [인터뷰] 전고체 날개 단 CIS “캐즘으로 시간 벌어… 소재·장비 ‘두 마리 토끼’ 잡는다”
- “美FDA 승인 받았는데 회사 꼼수에 주가 곤두박질”... 분노한 개미들, 최대주주된다
- [르포] “혈액 받고 제조, 36시간 안에 투여” 지씨셀 세포치료제 센터
- [과학영재교육 갈림길]④ 김성근 포스텍 총장 “문제풀이 숙련공 거부…370명 원석 뽑겠다”
- 트럼프, 불법이민 추방 예고하자…필리핀 대책 회의 소집
- 비트코인 급등에 엘살바도르, 90% 수익 '대박’
- 코인 하나가 코스닥시장 거래대금을 이겼다... 머스크가 미는 도지코인, 9조 거래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