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칼럼] G7, 브릭스로 갈라진 세계정세…美·中 협력 통한 G20 부활 필요

짐 오닐(Jim O’Neill) 범유럽 보건·지속가능발전위원회 위원 2023. 9. 11.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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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릭스(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프리카공화국)는 8월 24일(이하 현지시각) 남아공 요하네스버그에서 폐막한 브릭스 정상회의에서 공식 가입을 신청한 23개국 중 사우디아라비아, 이란, 아르헨티나, 이집트, 에티오피아, 아랍에미리트(UAE) 등 6개국을 신규 회원국으로 받기로 결정했다. 이들 6개국은 2024년 1월 1일 브릭스 공식 회원국이 된다. 2010년 12월 남아공이 브릭스 공식 회원국으로 가입한 이후 브릭스가 신규 회원국을 받은 건 13년 만에 처음이다. 주목할 만한 점은 신규 회원국 가운데 절반이 중동의 산유국이라는 점이다. 미국 에너지정보청에 따르면 사우디의 석유 매장량은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다. 이란은 세 번째, UAE는 여덟 번째로 석유 매장량이 많은 국가다. 필자는 올해 4월 쓴 칼럼을 통해 사우디와 이란의 브릭스 가입 후 석유 거래 과정에서 달러 결제를 배제하고 새로운 통화를 사용한다면 달러 지배력을 흔들 수 있다고 분석한 바 있다. 브릭스의 외연 확장을 두고 미국 중심의 ① 주요 7개국(G7) 체제에 대항하는 협의체로 발전할 것이라는 시각도 적지 않다. 반미 기조가 강한 이란과 아르헨티나가 신규 회원국으로 들어오면서, 기존 회원국인 중국과 러시아를 중심으로 반미 노선이 더욱 뚜렷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브라질은 브릭스가 ‘반(反)미·반서방 동맹’으로 비치는 것을 경계하는 분위기다.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은 브릭스 정상회의 종료 후 기자회견에서 “브릭스는 G7이나 주요 20개국(G20)의 대항마가 아니며, 6개국을 새 회원국으로 받아들이기로 한 것은 이들 국가의 이념을 고려한 결정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당초 가입이 유력했던 인도네시아는 ‘반미·반서방 동맹’으로 비칠 것을 우려해 가입 신청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인도네시아는 ② 브릭스-플러스(BRICS-Plus)로 분류되는 국가다. 필자는 G7이나 브릭스나 혼자만의 힘으로는 산재해 있는 글로벌 문제들을 해결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반미·반서방 동맹으로 편을 가르고 대립하기보다는 미국, 중국, 러시아가 모두 참여 중인 G20을 통한 협력의 회복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한편, 브릭스란 용어는 2001년 골드만삭스 자산운용 회장이었던 필자가 ③ ‘더 나은 글로벌 경제 브릭스의 구축(Building Better Global Economic BRICs)’이라는 보고서에서 처음 언급한 말이다.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등 신흥 강국 4개국의 첫 글자에서 유래됐다. 2010년 12월 남아공이 브릭스 공식 회원국으로 가입한 이후, 브릭스는 기존 ‘BRICs’에서 ‘BRICS’로 표기가 변경됐다.
사진 셔터스톡

2001년에 브릭(BRIC)이라는 약어를 만들 때 내 주장은 세계 질서가 신흥 경제국들을 포함하도록 조율돼야 한다는 것이었다.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은 이러한 신흥국들 중 상위권 국가였을 뿐 아니라 전 세계 인구의 절반 가까이 차지했기 때문에, 세계 질서는 당연히 이 국가들의 입지를 인정했어야 했다.

짐 오닐(Jim O’Neill)범유럽 보건·지속가능발전위원회 위원 전 골드만삭스 자산운용 회장, 전 영국 재무장관

지난 20년간 어떤 사람들은 나의 논문을 일종의 투자 논문으로 받아들였고, 어떤 사람들은 내가 브릭스를 정치적 세력으로 지지하는 것으로 봤다. 하지만 나는 그럴 의도가 전혀 없었다. 2009년 브라질과 러시아 외무장관이 공식적으로 브릭스를 만들자는 아이디어를 제안한 이래, 오히려 나는 브릭스가 상징적인 의미 이상의 기능을 하고 있는지 계속 의문을 제기해 왔다.

브릭스에서 아르헨티나, 이집트, 에티오피아, 이란, 사우디, 아랍에미리트의 6개국을 회원국으로 추가하기로 한 지금, 나는 다시 질문할 수밖에 없다. 결국 이 결정은 경제적 기준은커녕 명확한 객관적 기준에 따른 걸로는 보이지 않는다. 몇 가지 의문을 예로 들면 다음과 같다.

‘인도네시아는 왜 브릭스에 들어가지 못했는가?’ ‘왜 아르헨티나는 브릭스에 들어갔는데 멕시코는 빠진 것인가?’ ‘브릭스에 에티오피아가 들어가면서 왜 나이지리아는 제외된 건가?’

물론 앞으로 브릭스의 상징적 존재감이 분명 커질 것이라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 이 조직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세계 질서가 지나치게 서구에 치우쳐 있다는 제3세계의 비판을 등에 업고 성장할 수 있었다. 브릭스는 종종 미국과 선진국이 아닌 신흥 개발도상국을 대변하는 존재로 받아들여졌다.

구매력 평가 측면에서도 이제 브릭스 회원국들의 경제 규모는 G7보다 더 커졌다. 브릭스 회원국 중 중국이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경제 대국으로 확고히 자리매김한 것도 사실이다. 중국의 명목 GDP(국내총생산)는 이제 일본과 독일보다 세 배 이상 크고 미국의 약 75% 규모에 달한다. 인도 역시 빠르게 경제가 성장하고 있으며 올해 말까지 세계 3위 경제 대국이 되고자 목표하고 있다.

하지만 다른 브릭스 국가들의 경제적 성과는 중국과 인도 두 국가 근처에도 가지 못했다. 브라질과 러시아는 현재 전 세계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01년과 크게 다르지 않으며, 남아공은 나이지리아에 아프리카 최대 경제 대국이라는 타이틀을 넘겨야 했다.

물론 G7의 일부 회원국들도 고전하고 있긴 하다. G7 회원국 중 이탈리아와 일본은 수년간 거의 경제성장을 이루지 못했고 영국 역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미국의 경제 규모는 G7에서 미국 외 나머지 국가들을 합친 것보다 크다. 중국 역시 브릭스 내에서 다른 국가들보다 압도적인 경제 규모를 과시하고 있다. 이렇듯 미국과 중국은 각 집단에서 과거보다 큰 지배력을 가지고 있다. 이것이 시사하는 바는 G7이나 브릭스나 혼자서는 글로벌 과제들을 해결할 수 없다는 점이다. G7이나 브릭스 어느 쪽도 다른 쪽의 참여와 협력 없이는 국제 사회에서 변화를 일으킬 수 없다.

그러므로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앞서 언급된 주요국들을 모두 포함하는 주요 20개국(G20)의 진정한 부활이다. G20은 아직도 경제성장, 국제무역, 기후변화, 질병 예방 등과 같은 국제 현안을 논의할 수 있는 최고의 장이다. 지금은 (미국과 중국의 대립으로) 어려움에 직면해 있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힘을 모았던 정신을 되찾아야 한다. 언젠가는 미국과 중국이 서로의 차이를 극복하고 G20이 다시 원래 위치로 돌아오도록 협력해야 한다.

브릭스 같은 경우 주요 회원국들이 진지하게 공동의 목표를 추구한다면 어느 정도는 글로벌 문제 해결사 역할을 해낼 수 있다. 하지만 중국과 인도는 글로벌 현안에 동의하는 일이 거의 드물며, 현재 관계를 봐서는 서로의 힘이 세지는 것을 견제할 가능성이 크다.

반면 중국과 인도가 국경 분쟁을 해소하고 더욱 긴밀하고 건설적인 관계를 발전시킬 수 있다면 두 나라 모두 이익을 얻을 수 있고, 세계무역과 세계경제성장, 브릭스 운영의 효율성 증진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한 가지 큰 문제는 미국 달러의 지배력이다. 전 세계가 달러에 그리고 나아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통화정책에 의존하는 것은 경제적으로 건강하지 않다. 유럽연합(EU) 회원국들이 자국의 금융 상품을 전 세계에서 쓰일 만큼 유동적이고 규모를 크게 만드는 데 동의했다면 유로화의 도입으로 달러의 지배력이 약화될 수도 있었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브릭스 국가 중 특히 중국과 인도가 이러한 취지의 금융 개혁을 단행한다면 그들의 통화가 더 널리 사용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브릭스에서 계속 달러에 대한 불평만 늘어놓고 브릭스 공동 통화 구축에 대해서 추상적으로 모의만 하는 것은 큰 성과를 가져다주지 못할 것이다.

ⓒ프로젝트신디케이트


Tip

① 주요 7개국으로 미국, 일본, 독일,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캐나다를 지칭한다. 1973년 3월 미국의 재무장관 조지 슐츠가 독일과 프랑스, 영국의 재무장관을 불러 회의를 열기로 합의를 이끌었고, 이 회의가 백악관 도서관에서 열리자, 이 모임을 ‘도서관 그룹’이라고 불렀다. 같은 해 일본을 도서관 그룹에 추가하면서 5개국 재무장관이 정기적으로 모여 회의하게 됐다. 이를 G5라고 불렀다. 1975년 이탈리아가 회원국으로 추가됐고, 이때부터 재무장관뿐 아니라 국가 대표도 참석하는 정상회담이 열렸다. 1년 뒤인 1976년 캐나다가 회원국에 추가되면서 G7 체제가 구축됐다. 1997년에는 러시아가 들어와 G8 체제가 출범했지만, 2014년 러시아가 크림반도를 강제 합병하면서 러시아를 배제하고 다시 G7 체제로 돌아가게 됐다.

② 미국의 패권에 반대하기 위해 이란, 아르헨티나, 알제리, 이집트, 인도네시아, 카자흐스탄, 세네갈, 우즈베키스탄, 캄보디아, 에티오피아, 피지, 말레이시아, 태국 등 13개국이 브릭스 5개국과 연대하고 있다. 아직은 이들 국가가 정식 브릭스 회원국이 아니라 잠재적인 상태의 협력국에 불과해, ‘잠재적 브릭스 플러스’라고도 불린다.

③ 이 보고서에서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등 신흥 강국 4개국의 첫 글자를 딴 ‘브릭스’라는 용어가 처음으로 사용됐다. 이 보고서는 2050년이 되면 중국, 미국, 인도, 일본, 브라질, 러시아순으로 경제 강국 순서가 바뀔 것이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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