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도, 안전구조물도 없었다… 의왕 토사 붕괴로 2명 숨져

의왕시가 발주, 숨진 근로자들 하청 소속

11일 오전 10시 48분쯤 경기 의왕시 고천동 안양천 상수도 공사 현장에서 토사 붕괴로 작업자 2명이 숨졌다. 경기도소방재난본부 제공

안전조치를 소홀히 한 공사현장에서 토사 붕괴사고가 나 작업자 2명이 숨졌다. 경찰은 현장 관계자를 상대로 안전조치 의무를 제대로 이행했는지 여부를 들여다보고 있다.

11일 경기 의왕경찰서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 50분쯤 의왕시 안양천 상수도 공사 현장에 투입된 작업자 2명이 사망했다. 피해자는 70대 A씨와 30대 B씨로 확인됐다. 이들은 2ｍ 10㎝ 깊이로 파놓은 구덩이에 들어가 노후화된 상수도관 교체 작업을 하던 중 구덩이 벽면이 무너지면서 매몰됐다. 사고 당시 공사용 구덩이 인근에 쌓아둔 흙더미도 함께 쏟아져 내리면서 두 사람을 덮친 것으로 파악됐다. “작업자가 흙에 깔렸다”는 공사장 관계자 신고를 받고 출동한 119구급대원에 의해 각각 심정지 상태로 구조돼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결국 사망했다.

11일 오전 10시 48분쯤 경기 의왕시 고천동 안양천 상수도 공사 현장에서 토사 붕괴로 작업자 2명이 숨졌다. 경기도소방재난본부 제공

경찰 조사 결과 사고 현장엔 토사가 쏟아지는 것을 막기 위한 안전 지지대를 설치해야 하지만, 이 같은 조치는 이뤄지지 않았다. 무너진 공사용 벽면 역시 간이 흙막이 등 안전 구조물이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사고 당시 현장에는 안전 관리자도 위치하지 않았다”며 “사고 경위와 안전관리 규정 준수 여부를 파악 중”이라고 말했다.

다만, 해당 공사 현장은 공사 금액이 50억 원 미만이어서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적용 대상은 아닌 것으로 파악됐다. 공사는 의왕시가 발주했고, 숨진 A씨와 B씨는 공사를 맡은 하청업체 소속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종구 기자 minjung@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