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확한 ‘감독 온도 차’…日 모리야스 “뛰어난 전술 유연성”-韓 클린스만 “5경기 무승”
[스포티비뉴스=박건도 기자] 두 나라의 온도 차가 명확하다. 외신도 최근 경기 결과와 함께 분위기를 전했다.
글로벌 통신사 ‘로이터’는 11일(한국시간) 최근 아시아 팀들의 A매치 경기 결과를 평가했다. 특히 동아시아 최고 라이벌 두 팀이라 불리는 일본과 한국의 차이가 뚜렷하다. ‘로이터’는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은 한국 대표팀 부임 후 무승 행진을 5경기로 연장했다”라고 표현한 반면 “일본의 전술적 유연성은 모리야스 하지메 감독을 기쁘게 했다”라고 보도했다.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8일 웨일스 카디프의 카디프시티 스타디움에서 웨일스와 9월 첫 번째 평가전에서 0-0으로 비겼다. 5경기째 무승이다. 지난 3월 출항한 클린스만호는 3무 2패에 그치고 있다. 4득점 6실점. 수치로 봐도 공격과 수비 모두 개선이 절실한 상황이다.
웨일스전에 한국은 4-4-2 포메이션을 꺼냈다. 조규성(미트윌란)과 손흥민(토트넘 홋스퍼)이 투톱을 맡았다. 홍현석(KAA 헨트)과 이재성(마인츠05)이 좌우 날개에 포진했다. 중앙 미드필더는 박용우(알 아인)와 황인범(즈베즈다)이 책임졌다. 이기제(수원 삼성), 김민재(바이에른 뮌헨), 정승현, 설영우(이상 울산)가 포백에 서고 골키퍼 장갑은 김승규(알 샤바브)가 꼈다.
답답한 경기 흐름이 이어졌다. 내려앉은 웨일스는 한국의 공격을 여유롭게 받아쳤다. 정승현과 김민재가 최종 수비에서 가까스로 웨일스의 공격을 막아냈다. 볼 흐름은 뚝뚝 끊겼다. 한국은 전반 중반까지 단 한 번의 슈팅도 기록하지 못했다. 그나마 37분 이기제의 왼발 크로스가 문전으로 날카롭게 향한 게 전부였다. 첫 슈팅은 39분이 돼서야 나왔다. 손흥민이 감아차기로 득점을 노렸다. 거리가 멀었다. 공은 골키퍼 품에 안겼다. 웨일스전 한국의 유일한 유효 슈팅이었다.
선수 개인 능력에 의존하는 경향이 짙었다. 내려선 웨일스의 공간을 파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후반전에도 달라진 게 없었다. 미드필드에서 좀처럼 패스가 뻗어 나가질 않았다. 수비에서 공격으로 길게 때려 넣는 패스에 의존했다. 상대 공격수들의 압박에도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 수차례 패스 실수가 나오며 위기 상황을 맞을 뻔했다.
오히려 내려섰던 웨일스의 공격이 매서웠다. 한국에 운이 따랐다. 21분 무어의 헤더가 오른쪽 골대를 강타했다. 브로드헤드의 아크 부근에서 때린 슈팅은 수비를 맞고 벗어났다. 또 실점을 내줄 뻔했다. 순간 한국의 측면이 완전히 허물어졌다. 데이비스의 크로스가 위협적으로 들어온 걸 김승규가 몸을 날려 쳐냈다. 무어로 이어졌다면 일찌감치 실점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컸다.
최근 공식 13경기에서 단 1승밖에 거두지 못했던 웨일스는 한국을 상대로 2연패를 끊어 냈다. 클린스만 감독 부임 후 한국은 단 한 번도 승리를 거두지 못했다. 5경기 3무 2패. 내용과 모두 실리 챙기지 못하며 고개를 숙였다.
게다가 최근 외유 논란에 휩싸인 클린스만 감독이다. 6월 A매치와 공식 기자회견 이후 그렇다 할 국내 일정을 소화하지 않은 클린스만 감독은 주로 미국 자택과 유럽 현지를 오갔다. 유럽축구연맹(UEFA) 행사를 직접 보거나 해외 매체들을 통해 인플루언서의 생활을 이어갔다. 최근 바이에른 뮌헨으로 이적한 해리 케인에 조언을 건네는 등 여유로운 모습을 보였다.
계속된 비판에 ‘온라인 기자회견’까지 자처한 클린스만 감독이다. 그는 “나는 워커홀릭이다. 일하는 방식이 다를 수는 있다”라며 논란을 잠재우려 애썼다. 해외 일정은 계속됐다. 클린스만 감독은 한국을 거치지 않고 잉글랜드 현지로 9월 평가전을 치르러 대표팀에 합류했다.
웨일스와 비김 후에도 담담했다. 아직 발전 과정에 있다는 주장이다. 웨일스와 경기 후 클린스만 감독은 “정이라 말씀드리고 싶다. 분명히 필요하다. 지난 5경기는 11월에 시작될 월드컵 예선과 아시안컵에 대비해 점검할 좋은 기회였다. 어떤 선수들이 아시안컵이나 예선에 나설지 코칭 스태프들이 유심히 관찰하고 있다”라고 여유로운 태도로 일관했다.
해당 발언은 ‘로이터’도 조명했다. 매체는 “클린스만 감독은 한국이 카타르(아시안컵)를 향해 발전하는 과정에 있다고 설명했다. 월드컵 사이에 세대교체가 일어나는 것은 정상적인 과정이라 봤다”라고 전했다.
온도 차이가 뚜렷했다. 한국의 경기 3일 뒤 일본은 전통 강호 독일을 4-1로 대파했다. 심지어 독일의 홈 경기였다. 일본은 카이 하베르츠(아스널), 세르주 그나르비와 르로이 자네(이상 바이에른 뮌헨), 일카이 귄도안(FC바르셀로나)과 안토니오 뤼디거(레알 마드리드) 등 슈퍼스타들이 포진한 독일을 완파했다.
전술적으로도 완벽히 이겼다. 일본은 점유율을 가져가는 독일을 역습으로 맞받아쳤다. 급하지 않았다. 빠른 발을 지닌 미토마 가오루(브라이튼 앤 호브 알비온)와 이토 준야(랭스) 등을 중심으로 독일 뒷공간을 팠다.
2022 카타르월드컵 복수전을 꿈꿨던 독일은 홈에서 체면을 구겼다. 전반전 선제 실점한 뒤 곧바로 따라붙었지만, 3분 뒤 두 번째 골을 내줬고 후반 막바지에는 연속 실점을 기록하며 1-4로 크게 졌다.
일본은 축제 분위기다. 모리야스 감독은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높은 목표를 향해 가고 있다”라며 “선수들은 뛰어났다. 나의 어려운 전술 변화를 완벽히 수행했다”라고 총평했다. ‘로이터’는 해당 발언을 가져와 “일본의 전술적 유연성은 모리야스를 기쁘게 만들었다”라고 조명했다.
적잖은 충격 속 독일은 결국 한지 플릭 감독을 경질하기에 이르렀다. 한때 뮌헨에서 트레블을 차지하며 명장 반열에 오른 플릭 감독은 독일축구협회 123년 역사 최초 경질이라는 오명을 썼다.
플릭 감독 경질 후 여러 차기 감독 후보가 떠오르고 있다. 독일 ‘빌트’는 현 한국 국가대표팀 감독인 클린스만 감독도 포함했다. 이례적인 경우다. 새 지휘봉을 잡은 지 채 1년이 지나지 않았을뿐더러 계약 기간은 약 3년이 남았다. 이외에도 ‘빌트’는 올리버 글라스너, 미로슬라프 클로제, 루디 펠러, 위르겐 클롭, 율리안 나겔스만 등을 차기 독일 사령탑 후보로 나열했다.
한편 ‘로이터’는 한국의 다음 9월 평가전 상대인 사우디아라비아의 소식도 전했다. 사우디는 과거 맨체스터 시티와 인테르 밀란 등을 이끌었던 로베르트 만치니 감독을 선임했다. 데뷔전에서 만치니 감독은 코스타리카에 1-3으로 졌다.
한국과 사우디아라비아는 오는 13일 오전 1시 영국 뉴캐슬의 세인트 제임스 파크에서 맞붙는다. 이에 ‘로이터’는 “뉴캐슬 팬들은 경기장 사용에 대한 항의 시위를 벌였다”라고 알렸다. 뉴캐슬 유나이티드 팬들은 해당 경기를 반기지 않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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