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철문학상' 메도루마 슌 "日, 제국주의 책임 추궁하고 역사 수정주의 비판해야"

신재우 기자 2023. 9. 11.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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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회 이호철통일로문학상 수상
[서울=뉴시스] 조수정 기자 = 제7회 이호철통일로문학상 본상을 수상한 메도루마 슌 작가가 11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호철통일로문학상은 은평구에서 50년동안 작품활동을 해온 통일문학의 대표문인 고(故)이호철 작가의 문학활동과 통일 염원의 정신을 기리고 향후 통일 미래의 구심적 활동을 지향하고자 2017년 은평구가 제정했다. 2023.09.11. chocrystal@newsis.com


[서울=뉴시스]신재우 기자 = "한국과 오키나와 사이에는 많은 공통점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때문에 다른 일본 사람들보다도 같은 문제를 공유하는 한국이 제 입장을 더 잘 이해하지 않을까 싶어요."

일본 작가 메도루마 슌이 제7회 이호철통일로문학상을 수상했다. 11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한국 기자들을 만난 그는 "본래 류큐 왕국이었던 오키나와는 메이지 정부에서 식민지가 되고 이후 미군에 의해서 점령됐다. 이 때문에 현재도 미군 기지가 오키나와 곳곳에 집중돼 있다"며 "이런 이유로 한국 연구자가 오키나와 문학에 관심을 갖고 번역을 하고 그게 지금의 수상에 이르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메도루마 슌 작가는 오키나와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로 통한다. 1983년 '어군기'로 등단 후 미군 주둔 문제를 비롯해 전후 문제와 부조리로 고통받는 오키나와의 식민지적 차별과 억압을 소설로 전해 이름을 알렸다. 특히 '1월7일' 등의 작품에서는 '천황'의 전쟁책임 문제를 다뤄 논란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 현재는 소설 외에도 각종 사회문제에 적극적으로 행동하는 실천적 지식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호철통일로문학상 김성호 본상 선정위원장은 "(메도루마 슌은) 단편 '1월7일'에서는 천황제의 신성함이 조롱의 대상이 되고 '기억의 숲'에서는 미군에 의한 오키나와 소녀의 성폭행과 그에 대한 대항폭력이 징그러울 정도로 세밀하게 묘사된다"며 "작가로서의 활동에 경의를 표하는 것은 무엇보다 이런 현실 탐구의 집요함"이라고 선정 경위를 밝혔다.

[서울=뉴시스] 조수정 기자 = 제7회 이호철통일로문학상 특별상을 수상한 진은영 시인이 11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왼쪽은 본상을 수상한 메도루마 슌 작가. 이호철통일로문학상은 은평구에서 50년동안 작품활동을 해온 통일문학의 대표문인 고(故)이호철 작가의 문학활동과 통일 염원의 정신을 기리고 향후 통일 미래의 구심적 활동을 지향하고자 2017년 은평구가 제정했다. 2023.09.11. chocrystal@newsis.com


"일본 천황의 전쟁에 대한 책임은 상당히 무겁고 처벌받아야된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이런 비판을 하면 우익 세력이 나타나 위해를 가하려고 하지만 제대로 된 것을 쓰고 의논한다면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굴하지 않아요. 천황의 책임을 묻는 건 일본의 제국주의의 책임에 관해 묻는 것이고 계속 추궁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간담회에서 슌 작가는 한·일 관계를 둘러싼 다양한 현안에 대한 생각도 밝혔다. 100주년을 맞은 관동대지진에 대해 그는 "조선인, 중국인에 대한 학살은 역사적 사실"이라며 "일본 정부는 자신들에게 불리한 것은 말하지 않음으로써 없었던 것처럼 하려고 한다. 이런 역사 수정주의를 비판하고 용서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러한 문제에 있어서 오키나와가 처한 "이중 구조"에도 주목했다. "관동대지진 당시 살해된 오키나와 사람도 있다"묜서 "그럼에도 일본 제국주의에서 가해자로 가담한 인원도 많다. 오키나와 사람들은 피해자와 가해자 사이에서 이중 구조로 살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문제에 대해서는 "오키나와 내에서도 반대하는 사람이 많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오염수 방류 외에도 일본 정치인이 해결할 방안이 많지만 방류한 건 원전 재가동을 위해서라고 생각한다"며 "일본 정부의 그런 자세는 이상한 점이 많기 때문에 시민들이 규탄하고 막는 방법 외에는 없다"고 주장했다.

오키나와 지역에 대한 차별과 고통 속에 문학의 역할에 대해서는 고(故) 이호철 작가의 소설 속 한 대목을 통해 설명했다. 슌 작가는 "이호철 작가의 소설을 보면 한 포로가 연기가 피어오르는 곳을 보곤 저곳이 자신의 집이라고 언급하고 이내 적군이 그 포로를 풀어주는 장면이 있다"며 "이는 적이냐 아군이냐는 문제로부터 일순간 벗어나 인간성을 회복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소설이라고 하는 것은 인간이 끌어안고 있는 거대한 곤란함으로부터 잠시라도 벗어나서 인간을 발견하는 것 아닐까요."

[서울=뉴시스] 조수정 기자 = 제7회 이호철통일로문학상 특별상을 수상한 진은영 시인이 11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호철통일로문학상은 은평구에서 50년동안 작품활동을 해온 통일문학의 대표문인 고(故)이호철 작가의 문학활동과 통일 염원의 정신을 기리고 향후 통일 미래의 구심적 활동을 지향하고자 2017년 은평구가 제정했다. 2023.09.11. chocrystal@newsis.com


한편, 이날 특별상은 지난해 시집 '나는 오래된 거리처럼 너를 사랑하고'를 펴낸 진은영 시인에게 돌아갔다. 진 시인은 "상은 작가의 삶에 선물처럼 주어지는 것 같다"며 "이러한 환대는 공동체의 일원임을 느끼게 하는 동시에 또 다른 누군가에게 선물을 전달해야 할 뜻깊은 소명을 갖게 됐음을 환기시킨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호철통일로문학상은 은평구에 살며 통일문학에 헌신한 소설가 이호철(1932~2016)을 기리기 위해 은평구가 2017년 제정했다. 1회 수상자인 재일교포 작가 김석범을 비롯해 아룬다티 로이, 누리딘파라, 옌롄커 등이 본상을 수상했다.

시상식은 12일 서울 은평구 진관사한문화체험관에서 개최된다. 상금은 본상에 5000만원, 특별상에 2000만원이 수여된다.

☞공감언론 뉴시스 shin2roo@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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