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연 “학생인권조례 폐지는 퇴행···조례 지켜달라” 호소
11일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서울시의회에서 논의 중인 ‘서울시 학생인권조례 폐지 조례안’에 반대하는 호소문을 내고 “교육공동체 모두의 인권이 보장되는 학교 문화를 조성하기 위해 반드시 학생인권조례가 존속돼야 한다”고 했다.
서울시의회는 지난 2월 학생인권조례를 폐지해야 한다는 주민청구가 발의된 후 폐지안을 논의 중이다. 12일에는 교육위원회에 학생인권조례 폐지 조례안이 상정된다.
일부 보수 종교단체와 학부모단체는 학생인권조례가 동성애와 왜곡된 성적 지향을 유도하고 종교의 자유를 침해하므로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 교육감은 “교육의 기회를 차별하지 말자는 학생인권조례의 취지를 ‘동성애 부추기기’로 오해한다면 우리 사회의 인권 관련 법규와 조례 대부분을 폐지해야 하는 모순에 부딪힌다”고 했다.
조 교육감은 “학생인권조례가 체벌 시대를 끝내고 인권 친화적인 학교를 구현하는 데 큰 기여를 했다”고 했다. 서울시교육청의 학생인권실태조사에 따르면 학생들의 체벌 경험은 2015년 22.7%에서 2019년 6%로 감소했다. 학생 생활규정에 학생 의견을 반영하는 비율은 86.5%에 달했다. 학생들이 인권 보호를 체감하는 비율도 70.7%로 나타났다.
서울시교육청은 학생인권조례 폐지 주장이 이미 법률적·교육적·사회적으로 합리적이지 않다고 판단된 사안이라고 밝혔다. 2019년 헌법재판소는 “서울시 학생인권조례 제5조 3항 등은 행복추구권과 양심의 자유, 학문의 자유, 교육의 자유 등을 침해한다”는 헌법 소원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렸다. 지난 3월에는 서울시에서 학생인권조례 폐지 움직임이 일자 유엔 인권이사회가 “학생인권조례 폐지 움직임은 차별 보호를 약하게 만든다”고 우려하는 서한을 정부에 보내기도 했다.
최근 일각에서 교권 하락의 주범으로 학생인권조례를 꼽으면서 폐지 의견에 힘이 실리기도 했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지나친 학생 인권 강조가 교육활동을 위축시켰다며 6개 지역의 학생인권조례 개정 필요성을 언급해 왔다. 김현기 서울시의회 의장은 지난달 28일 제320회 임시회 개회사에서 “학생인권조례 폐지안, 제정안 등 학습권과 교권을 지킬 조례안들이 이번 임시회 회기 중에 처리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조 교육감은 호소문에서 “교권과 학생 인권이 결코 제로섬 관계가 아니다”라며 교권 대책 마련에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또 “이미 10여 년 동안 학교 현장에서 안착해 가고 있는 학생인권 조례를 폐지하는 것은 명백한 퇴행”이라며 “학생인권조례를 폐지한다고 해서 학생 인권까지 폐지될 수는 없다”고 했다.
김나연 기자 nyc@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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