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주형 수의사회장 "방역권 민간에 넘겨야 가축전염병 완벽 방어"

정유선 기자 2023. 9. 11.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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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일본 등에선 이미 구제역, 아프리카돼지열병이 사라졌습니다. 방역권을 민간에 넘기는 것이 동물과 국민 모두의 안전과 재산을 지키는 방법입니다.”

반려동물 800만 시대, 대한수의사회를 이끄는 허주형 회장을 여의도 국회 인근에서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허 회장은 “우리나라는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수의사가 동물 진료권을 온전히 갖지 못하고 있고, 방역권한은 정부가 갖고 있다”면서 “우리나라에서 가축 전염병이 많이 발병하는 것이 우연이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핵심적인 문제가 ‘자가진료’와 ‘약사예외조항’이라고 진단한다. 그는 “가축 50두 이상 농가는 자체적으로 가축에 접종을 하거나 치료를 할 수 있도록 돼 있는데 이 때문에 방역에 구멍이 생긴다”면서 “수의사 처방 없이도 약 판매가 가능한 약사예외조항도 개선돼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그는 구제역 간이키트조차 수의사에게 보급되지 않는 현실을 말하며 “증상이 발현되면 이미 늦다”며 “방역 권한을 민간에 넘겨야 가축 질병을 정확하게 방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자가 진료의 경우도 과거 농장 동물을 위해 만들었지만 반려동물까지 왜곡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어 법 제정을 통해 현장 여건을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한수의사회 허주형 회장이 최근 서울 여의도 인근의 카페에서 국제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정록 기자


허 회장은 반려동물 관련 시장이 커진 만큼 부산도 애견 호텔 등 관련 산업을 키울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그는 “우리나라에서 애견 문화가 제일 먼저 발달한 곳이 부산”이라며 “일본과 가까운 항구도시인 덕분에 해방 이후 일본에 있는 강아지들이 부산으로 많이 들어왔다”고 말했다. 70년대까지만 해도 부산에 애견 문화가 많이 발달해 동물병원 숫자도 집중적으로 많았고, 희귀한 견종들도 많았다는 것.

그는 “경기 일산에 소노호텔 같은 고급 반려동물 호텔은 예약하기도 힘들다”면서 “부산도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선 제도적 보완도 필요하다. 현재는 해외에서 반려견을 데려올 경우 일주일간의 계류기간을 거치는데 유럽처럼 지역 동물병원에서 건강에 문제가 없다는 증명서(펫 패스포트)만 있으면 출입국이 자유롭게 허용하는 방식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펫보험’에 대해서는 “펫보험이 정착되면 진료환경에 도움이 되겠지만 동물 진료비가 싼 한국 시장에선 펫보험 시장이 성장할 수가 없다”면서 “진료비가 OECD 국가들 중 가장 낮은 수준이고, 태국과 스리랑카 사이쯤 된다”고 말했다. 그는 “보험의 마지노선이 3만 원인데 보호자들로선 3만 원 이상이 되면 차라리 적금이 낫다는 얘기를 한다”면서 “이것이 펫보험 가입률이 0.2%에 머무는 이유”라고 말했다.

민감한 현안인 부산대 수의대 신설에 대해선 반대 입장을 밝혔다. 그는 “수의대는 단과대를 새로 만드는 건데 그러려면 부산대에 기존의 단과대를 하나 없애는 수준의 통폐합이 필요하다”면서 “2000억 원 정도의 막대한 비용이 드는 것은 물론이고 통폐합되는 타 전공 학생들의 반발, 교육권 문제 등 심각한 갈등이 생겨날 것”이라고 말했다.

수의대 신설 반대가 결국 밥그릇 싸움 아니냐는 질문에는 “국내 2만2000여 명의 수의사 면허자가 있는데 이중 1만4000명 만이 현업에 종사중”이라며 “동물 수에 비해 수의사 수는 지금도 과잉”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동명대와 부산경상대, 신라대 등 부산 지역에 동물보건학과도 많이 생기는 추세고, 또 부산에 경상국립대와 동명대가 추진중인 ‘대학동물병원’이 생기면 지역의 동물진료 수요에는 충분히 부합할 것”이라고 말했다.

허 회장은 경남 사천 출신으로 진주고와 경상국립대 수의학과를 나오고 석박사를 마쳤다. 2020년 직선제 전환 후 첫 수의사회장에 당선됐고, 지난 1월 연임에 성공했다.

그는 수의사가 되게 된 데는 어린 시절 강아지를 키운 경험이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그는 “어릴 때 동네에 강아지 전염병이 돌아 동네 개들이 모두 앓았다”면서 “읍내 가축병원에 데려갔는데 의사가 ‘죽기 전에 잡아먹으라’고 하더라”면서 “지금 생각해보니 진료비를 못 내서 그랬던 모양”이라며 웃었다. “그렇게 데려온 강아지에게 쥐포를 먹였는데 그걸 받아먹더니 동네에서 유일하게 우리 개만 살았다”면서 “사람이든 동물이든 잘 먹으면 낫더라”고 말했다.

대한수의사회 허주형 회장이 국제신문과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정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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