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진 장애인 스포츠 스타 만드는게 목표죠"

김경미 기자 2023. 9. 11.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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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운동장' 창업자 이민구 고려대 의대 교수
"보살필 환자로 보는 시선 벗자"
재활체육 사회적 기업 설립해
2032년 패럴림픽 금메달 목표
월급 받는 육상 선수단도 창단
장애인운동 저변 확대 기여 기대
이민구 고려대 의대 교수. 사진 제공=고려대 의과대학
[서울경제]

“장애를 가진 학생을 만나 ‘너는 체육 시간에 뭐 하니’라고 물으면 대부분 ‘그냥 앉아 있어요’라고 합니다. 선생님도, 누구도 운동하라고 하지 않으니 아이들의 머릿속에 ‘나는 운동을 안 해도 되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뿌리내리게 되는 거죠. 그렇게 나이가 들어 40·50대가 되면 운동하지 않은 몸이 한순간에 확 무너지는 때가 옵니다. 왜 이러지, 놀라면서도 망가진 몸을 어쩔 줄 몰라 또 그냥 놓아두죠. 심각한 문제입니다.”

장애인 재활체육 사회적기업 ‘좋은운동장’의 창업자이자 대표를 맡고 있는 이민구(사진) 고려대 의과대학 교수는 장애인 운동이 활성화되지 않는 데 대한 질문에 “장애인을 보살펴야 하는 환자로만 여기는 부적절한 시선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비장애인들은 장기간 운동을 하지 않거나 살이 찌면 내 몸에 대한 죄책감이 들면서 운동해야겠다고 동기부여를 하는데 장애인들은 그런 게 없다”며 “그러니 함께 운동을 하자고 하면 못 한다고 거절부터 하는데, 이런 분위기가 장애인 체육의 확산을 저해하는 가장 큰 걸림돌”이라고 말했다.

운동 방식에 대한 선입견도 문제다. 이 교수는 “장애인의 운동이라고 하면 다들 병원에서 치료사가 일대일로 붙어 도와주며 움직이는 모습을 생각한다”며 “하지만 운동이란 각자 자신에게 맞는 방식으로 자유롭게 하면 되는 것이다. 장애인의 운동이 특별히 달라야 할 이유는 없다”고 했다.

물론 장애인의 경우 운동 범위나 능력에 제약이 있으므로 비장애인들과 비교해 준비 과정이 한 단계 더 필요하다. 재활체육의 단계이고 ‘좋은운동장’이 나설 지점이다. 이 교수는 “장애 유형마다 할 수 없는 동작이 있고 그에 따라 운동 목표와 교습법도 제각각 다르다”며 “장애 유형별 맞춤 운동이라고 할 수 있는 재활체육을 진행해 체력과 운동 능력을 어느 정도 키울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예컨대 홀로 설 수 없는 사람이라면 상체를 주로 운동하게 하고 반신마비라면 몸의 균형을 맞추도록 프로그램을 짠다. 또 궁극적으로는 혼자서도 운동할 수 있게끔 트레이너의 도움도 차츰 줄여간다. 이 교수는 “초반에 일대일 혹은 소수로 운동법을 알려주는 세션을 진행한 후 다음에는 트레이너 1명당 장애인 10명 정도로 구성해 트레이너가 틀린 동작만 교정해주는 식으로 운동을 한다”고 했다. 이어 “어느 순간 ‘트레이너가 하는 게 없다’는 목소리도 나오는데, 나는 ‘맞다, 당신은 이제 혼자 운동할 수 있다’고 말해준다”며 “우리는 이 상태를 ‘졸업시킨다’고 표현한다”고 덧붙였다.

장애인 육상 선수단 ‘팀 혼’이 이민구(가운데) 교수와 함께 서울 성동구 ‘좋은운동장’에서 훈련하고 있다. 사진 제공=고려대 의과대학

‘졸업한’ 장애인들은 운동 동호회 등을 찾아 생활체육의 단계로 넘어가거나 전문 선수가 되는 쪽도 생각해볼 수 있다. 하지만 국내 장애인들에게 ‘다음 단계’를 향한 선택지는 많지 않은 실정이다. 운동을 하려고 다시 ‘좋은운동장’에 돌아오는 경우도 허다했다. 이 교수가 ‘좋은운동장’ 설립 4년여 만인 올해 4월 장애인 육상 선수단 ‘팀 혼(Team Honn)’의 창단을 결심한 이유다. ‘팀 혼’에는 현재 장애인 선수 10명이 고용돼 2032년 브리즈번 패럴림픽 금메달을 목표로 월급을 받으며 운동하고 있다.

이 교수는 스포츠단 운영이 장애인들에게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는 “장애인 트레이너는 장애인이 선택할 만한 아주 좋은 직업 중 하나”라며 “10·20년 꾸준히 운동해 건강한 몸을 가진 장애인이 ‘당신도 나처럼 될 수 있다’며 운동을 독려한다면 장애를 머리로만 이해하는 의사보다 더 뛰어난 트레이너가 될 수 있다”고 했다. ‘멋진 스포츠 스타’가 탄생할 경우 장애인 스포츠의 저변이 확장될 가능성도 크다. 이 교수는 “‘좋은운동장’이 새롭게 세운 목표는 ‘멋진 장애인’을 탄생시키는 것”이라며 “장애에도 멋지게 휠체어를 달려 청중들로부터 멋지다는 찬사가 나오게 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기업의 관심도 필요하다. 이 교수는 “비주류 스포츠가 정착하고 스포츠 스타가 나오려면 기업의 스폰서십이 필요하다”면서 “지금도 장애인 선수를 후원하는 기업이 있기는 하지만 장애인 고용이라는 구색 맞추기에 그치는 수준”이라며 안타까워했다. 그는 이어 “세계 무대에서 활약하는 장애인 선수들은 기업의 스포츠 스폰서십이 기대할 만한 성과를 충분히 낼 수 있는 사람들”이라며 “기업의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관점에서도 장애인 선수 스폰서십은 의미가 있으니 관심을 가져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김경미 기자 kmk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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