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태선 해임 효력 정지·복귀에 방문진 '임원 10명'…혼란 불가피
(서울=연합뉴스) 황재하 기자 = 권태선 이사장에 대한 해임 처분에 법원이 임시로 제동을 걸면서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는 당분간 혼란이 불가피해졌다.
권 이사장은 11일 자신을 해임한 방송통신위원회의 처분 효력을 임시로 정지하라는 법원의 결정이 나오자 이날 오후 서울 마포구 방문진 사무실에 이사장 업무 복귀를 알렸다.
그는 방문진 앞에서 기자들을 만나 "저에 대한 해임 절차가 시작됐을 때부터 줄곧 말씀드렸듯 절차적으로나 내용으로나 해임이 위법이라는 것을 법원에서 인정해준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이번 집행정지(효력정지) 결정을 계기로 공영방송을 둘러싼 불행한 역사에 종지부를 찍기를 간곡하게 호소드린다"며 "지금까지 해왔듯 MBC의 독립성을 지키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반면 여권 인사인 차기환 방문진 이사는 이날 법원 결정을 "해괴한 논리라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차 이사는 법원의 결정을 두고 "(권 이사장이) 이사장으로서 직무를 소홀히 하거나 잘못 수행했는지 판단하지 않은 채 '이사회 결의에 기한 집행'이라는 방패 뒤에 숨어 어떤 일을 해도 면피된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울행정법원은 권 이사장의 신청을 받아들여 방통위가 권 이사장을 해임한 처분의 효력을 임시로 정지했다. 이에 따라 권 이사장이 방통위를 상대로 낸 행정소송의 본안 판결이 나오기 전까지 방문진 이사장의 지위가 인정된다.
권 이사장이 법원의 결정이 나오자마자 방문진을 향한 것은 형식적인 지위를 되찾은 것뿐 아니라 곧바로 이사장 업무를 재개하겠다는 취지다.
문제는 권 이사장이 복귀하면서 방문진 이사가 총 10명이 됐는데, 이는 '방문진에 이사장 1명을 포함한 9명의 이사를 둔다'고 정한 방송문화진흥회법에 어긋난다는 점이다.
방통위는 권 이사장을 해임한 직후 그의 빈자리에 김성근 이사를 선임했는데 법원의 결정으로 권 이사장이 복귀하면서 이사가 10명이 된 것이다.
당장 이달 19일 방문진 정기이사회에서 권 이사장의 의결권을 인정할 것인지 다양한 해석이 나올 수 있고 이 문제를 두고 여야 이사들 사이에 의견이 대립할 가능성도 있다.
야권 인사인 권 이사장 해임 후 여권 인사인 김 이사가 임명되면서 방문진은 여4대 야5의 구도가 됐는데, 권 이사장의 지위가 인정되면 여4대 야6으로 바뀐다.
방통위는 이날 법원의 판단을 수용하지 않고 즉시항고를 결정해 향후 법원의 후속 결정이 나오기까지는 혼란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즉시항고는 서울고법이 심리한다.
다만 권 이사장의 지위에 대한 법원의 후속 판단이 나오기 전에 다른 이사가 자리를 비우게 될 가능성도 있다. 각각 여권과 야권 이사 1명씩 지위를 둘러싼 절차가 진행 중이다.
야권으로 분류되는 김기중 이사는 현재 방통위에서 해임 절차가 진행 중이다. 방통위는 이날 김기중 이사에 대한 해임 청문을 열었고, 조만간 해임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여권 인사로 분류되는 김성근 이사는 그를 선임한 조치가 부당하다며 권 이사장이 집행정지를 신청했다. 법원은 오는 13일 심문을 열어 김성근 이사를 선임한 방통위 조치의 효력을 유지할지 판단한 뒤 며칠 안에 결정을 낼 것으로 보인다.
이들 두 이사가 방통위의 해임 내지 법원의 결정으로 자리에서 물러날지, 그 빈자리에 새로운 인사가 임명될지에 따라 방문진의 여야 구도가 달라진다.
방통위가 김기중 이사를 해임하고 그의 빈자리에 여권 인사를 앉히면 여야는 5대 5로 균형을 이루지만, 여기에 더해 김성근 이사가 자리에서 물러나면 여4대 야5의 구도가 된다.
다만 두 이사의 거취가 각각 어떻게 될지 다양한 가능성이 있는 데다 이사 10명 체제를 둘러싼 법적 해석도 논란의 여지가 있어 최종적으로 여야 구도가 어떻게 될지는 불투명하다.
jae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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