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김히어라 학폭? 나도 방관자였다" 동창생 L의 양심 고백 [직격인터뷰]
배우 김히어라를 둘러싼 학교 폭력의 진위를 두고 진실 공방이 뜨거운 가운데 김히어라의 또 다른 동창생이 증언을 자처하고 나섰다. 김히어라와 중학교 3학년 같은 반 친구였다는 L은 "더 많은 사람들의 얘기를 (대중이) 들어줬으면 좋겠다. 좋은 친구인데 안타깝다"고 토로했다.
L은 디스패치에게 최초 제보한 그룹(A,B,C,D)과도, 디스패치가 추가 입수한 통화 녹취록에서 학교 폭력 피해자라 주장한 H(또는 H와 어울린 E,F,G)와도 아무런 이해관계가 없다고 했다. L이 기억하는 김히어라는 학창 시절 '공부도 놀기도' 둘 다 열심히 했던 친구였다.
11일 스타뉴스와 전화 인터뷰에 응한 L은 "(김히)어라는 워낙 혼혈 느낌이 강해서 첫인상이 확 남는 친구였다"며 "어떤 걸 하든 간에, 가만히 있어도 굳이 티 내려 하지 않아도 이목을 집중시키는 아이였다"고 말했다. L은 이어 "노는 게 다른 게 아니라, 어라는 친구들과 잘 어울리고 학교 행사도 있으면 열심히 나갔다"고 회상했다.
L은 학교 폭력 피해 증언에 대한 신빙성 논란이 불거진 H의 정체를 알고 있다고 했다. H는 김히어라에게 지속해서 폭행당했다고 주장했지만, 김히어라 측은 "잘잘못과 오해로 인한 다툼"이라고 부인했다. 이후 김히어라의 학창 시절을 디스패치에 제보했다 철회한 A와 B는 일간스포츠를 통해 "H가 가해자였다"고 증언하기도 했다. L의 기억에도 H는 썩 좋지 않은 이미지였다.
L은 "(H의 기사를 보고) 솔직히 말해 많이 어이가 없었다"며 "만약에 어라가 그런 일을 했다면 그건 누가 됐던 간에 비난받아야겠지만, 제보한 사람이 H라는 걸 알고 '과연 본인은 그렇게 떳떳할 수 있나' 생각이 들었다. 어이도 없고 화도 좀 났다"고 했다.
L은 H에 대해 "그 친구야말로 정말 놀 거 다 놀고 후배들한테도 안 좋은 이미지였던 걸로 기억한다"며 "동년배 동창들 사이에서도 이거 아는 친구는 다 어이가 없었을 거다. 당시 소문도 안 좋고 그랬다"고 주장했다. L은 또한 "어라가 '강강약약'이면, H는 그냥 '강약약강'이었다"며 "벌써 20년 전이라 기억이 많이 나진 않는다. H에 대해 기억이 많이 남는 건 체육복 빌리러 다니던 거랑, 가져간 뒤 안 줘서 애들이 찾아준 거 기억이 난다. 기사를 보니 H는 자퇴한 거 같더라"고 덧붙였다.
L은 김히어라가 속했던 그룹 '빅XX'에 대한 기억도 털어놨다. 디스패치는 '빅XX'에 대해 폭행, 폭언, 갈취 등으로 악명이 높았던 일진 그룹이라고 주장했다. 김히어라는 이에 '빅XX'의 일원이지만 학교 폭력에 직접 가담하지 않았고 방관자였다고 해명했다.
이에 L은 "'빅XX' 친구들도 다 나쁜 게 아니었다. 그 중에 여린 친구도 있었고, 과한 친구도 있었다. 그냥 어울리기 좋아하는 친구들이 모여 있었다. 그냥 옷 잘 입어서 '빅XX'가 된 친구도 있었다. 너무 심하게 몰아가는 것 같아서 안타깝다. 내가 '빅XX' 친구들이 뒤에서 어떤 행동을 했는지 정확히는 모르지만, 적어도 내가 볼 땐 몇 명 정도 빼고 문제 될 친구는 딱히 없었다"고 했다.
L은 '빅XX'에 대해 "가만히 생각해보면, 입학 초기 그리고 1~2학년 때까진 어린 마음에 약간 과하게 선을 넘었던 친구도 있는데, 대부분 2~3학년 때는 학교에서 조금 잘 노는 친구들, 조금 더 언니 오빠들도 많이 알고, 동생들도 많이 따르는 친구였지 심각한 건 없었다. 크게 사고 쳤던 기억이 없다"고 떠올렸다.
L은 지난 6일 김히어라에 대한 학교 폭력 의혹이 제기되자, 이틀 뒤인 8일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판에 직접 김히어라를 옹호하는 글을 쓰기도 했다. L은 당시 글을 통해 1학년 학기 초에 친구에게 말실수를 크게 한 뒤 함께 어울렸던 친구들과 멀어져 괴롭힘을 당했지만, 당시 다른 반이었던 김히어라가 친구가 되어주면서 다른 친구들과 관계도 회복됐다고 전했다. L은 '친하게 지내자'던 김히어라의 말이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고 고백했다.
L은 글을 쓴 이유에 대해 "분명 어라가 과거에 실수한 부분도 있겠지만, 어쨌든 마음 잡고 잘 하려고 했던 건데 너무 완전 주동자가 되어버린 분위기다"며 "어라를 아는 사람으로서 '이건 아니다' 싶더라"고 말했다.
L은 "글을 쓰고 나서 댓글을 하나씩 다 읽어봤는데 '그동안에는 왜 이런 미담이 없다가 사건이 터지고 나서야 이런 미담을 올리냐'는 분들이 많더라. 중학교 졸업 후에도 어라랑 가끔 연락했지만, 고등학교 졸업 후에는 연락이 끊겼다. 20년 가까이 어라에게 고마운 마음이 있어서 계속 지켜보고 있었는데 차마 연락할 용기가 안 났다. 그러다 드라마 '괴물'에 나온다고 했을 때가 내 생일 다음 날이었는데, 어라가 많이 생각 나서 DM으로 연락을 했던 거다. 그때 고마운 마음을 어라에게 전달했고, 그런 얘기를 다른 데 꺼낼 이유를 사실 못 느꼈다"고 설명했다.
L은 김히어라를 두고 이어지는 진실 공방을 씁쓸하고 안타깝게 바라보고 있다. L은 "피해자라는 친구가 나오긴 했는데... 더 많은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줬으면 좋겠다. 너무 한쪽 말만 듣고, 너무 안 몰아갔으면 좋겠다. 잘 해결됐으면 좋겠다. 진짜 좋은 친구다. 안타깝다"고 털어놨다.
그도 그럴 것이 갈등과 화해로 반복되는 복잡한 인간관계 속에서 학창 시절은 누구에겐 좋은 기억으로, 누구에겐 나쁜 기억으로 남을 수 있다. 모두에게 인정받고 사랑받는 '완벽한' 관계는 불가능에 가깝다. L은 "(히어라에게도) 비난할 건 비난하되 좋은 부분도 있으니까 한 번 더 생각해 봐주셨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인터뷰 말미 그는 "나도 방관자였다"며 이런 말을 남겼다.
"방관자도 학교 폭력이라는 글을 봤는데, 곰곰이 생각해보면 괴롭힘을 당했던 나조차도 방관자였더라고요. 그때는 성숙하지 못했으니까 '나만 아니면, 내가 아니니까 다행이다'란 생각으로 그렇게 방관했어요. 그렇다면 누구 하나 떳떳할 수 없지 않을까요." 미움받지 않으려면 먼저 미워하거나 동조하거나 아니면 침묵해야 하는 암울한 현실 속에 아직도 누군가는 피해자나 가해자로, 또는 방관자로 살아갈 수밖에 없다.
윤성열 기자 bogo109@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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