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프데이비드 구상, 왜 허상인가? 미 전문가 기고
"독일과 일본, 과거사에 대한 다른 접근
미국, 獨과 달리 日에 반성주문 안한 때문
과거사 문제해결 없인 유대관계 형성 못해
캠프데이비드 회담은 화해의 처방 아냐"
한미일 캠프데이비드 정상회담이 끝난지 3주가 지났지만 윤석열 정부는 아직도 회담 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다.
용산 대통령실은 인도 주요20개국(G20) 정상회담에서 만난 한미 양국 정상이 캠프데이비드 회담을 소재로 대화를 나눴다며 "잊지 못할 순간"(윤석열 대통령), "역사적 순간"(바이든 대통령)이라는 자찬도 나왔다고 전했다.
그런데 이 캠프데이비드 회담이 허상(illusion)이라는 미국 전문가의 뼈아픈 충고가 나왔다.
콜비(Colby) 대학교 월터 해치 명예교수가 지난 8일 시애틀 타임스에 기고한 '한일간 데탕트의 허상'이라는 제목의 글이 그 것이다.
해치 교수는 이 글에서 미국은 캠프데이비드 회담이 아시아 안보에 대한 공동의 비전을 제시했다고 높이 평가하고, 중국도 이를 태평양판 나토(NATO)로 이어질 것이라고 보고 있지만 해치 교수는 양쪽 모두 비현실적이라고 분석했다 .
그는 이 것이 새로운 동맹체계도 아니고, 나아가 3국간 동맹체계도 아니라고 깎아내리면서 그렇게 볼 수밖에 없는 역사적 배경을 설명해 간다.
그가 주목한 것은 일본의 제국주의 역사다.
그에 따르면 식민지시대 일본의 잔혹 행위에 대해 제대로 표현하지 못해온 한국은 민주화 이후 일본에 과거사에 대해 인정할 것을 요구했지만 일본의 말과 행동은 달랐다.
일본 지도자들이 거듭 사과는 했지만 역사 미화와 왜곡, 정치인들의 신사참배 등 위선적 행동을 보였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미국은 두 나라가 역사 논쟁을 멈추기를 지속적으로 바라왔다.
그러나 이 문제의 중심에 미국이 있기 때문에 미국의 심판자 역할은 한계를 보여왔다는 게 해치 교수의 진단이다.
그는 과거사에 대한 일본과 독일의 상반된 접근을 비교했다.
그는 이미 '동네의 유령들(Ghosts in the Neighborhood)'이라는 자신의 저서를 통해서도 독일이 유럽의 이웃국가들과 화해를 이루고 협력관계를 구축해나간 과정을 서술한 바 있다.
그는 독일이 프랑스에 회개하기 오래 전에 이미 프랑스와 화해를 했고, 침략피해국 폴란드에 대해서도 독일의 많은 정치인들이 회개의 언급을 내놓았다고 소개했다.
독일은 특히 유럽연합(EU) 국가들과 무기를 연계함으로써 신뢰할 수 있는 협력국임을 보여줬다.
반면, 일본은 아시아의 국가들과 그런 유대관계를 형성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해치 교수는 미국이 자신이 지배하지 못하는 아시아에 (유럽연합 같은) 기구를 만드는 것을 단념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미국은 1990년 말레이시아가 요청한 동아시아 경제그룹, 1997년 일본이 주창한 아시아 통화기금에 반대 입장을 노골적으로 나타냈다.
대신 미국은 일본, 한국, 대만, 필리핀과 일련의 '양자 동맹'을 유지하는데 힘을 쏟았다.
해치 교수는 이를 '허브 앤 스포크' 패턴 이라고 불렀다.
벌집 모향의 유럽식 다자 네트워크가 아닌, 가운데 허브(hub)가 있고 빗살(spokes)로 각 끝과 연결돼 있는 자전거 바퀴 모양을 닮았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해치 교수는 미국이 아시아의 주요 동맹국들이 서로 화해하기를 원한다면, 과거 독일이 했던 것처럼 일본이 이웃 국가들과 더 긴밀한 유대 관계를 맺도록 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그는 지금까지는 한국이 이 관계 형성에 일본보다 적극이었다고 평가했다.
기시다 후미오 총리에 대해서도 5월 한국 방문때 강제 징용 문제과 관련해 한국인들에 공감을 표했지만 아무런 보상도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해치 교수는 캠프데이비드 회담은 화해의 처방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일본이 미국의 압력을 받고 행동에 나선다면 일본의 진정성에 대해 한국인들이 의심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끝으로 해치 교수는 미국에 주문했다.
1950년대 서독이 프랑스와의 관계를 재건하도록 압박했던 것처럼, 1990년대 통일된 독일이 폴란드와 관계를 재건하도록 압박했던 것처럼 똑같이 행동해야한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미국은 동아시아의 평화를 위해서 그 곳에서 발을 빼야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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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권민철 기자 twinpine@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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