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무신사, 전직원 메일로 ‘위탁 보육 시행’한다더니···인근 어린이집 “무신사 연락받은 적 없다” [끝까지 간다]
본사 인근 어린이집과 연계 위탁 보육 실시
인근 어린이집 원장 “연락받은 적 없어”···무신사측 “정원 초과 등 현실적으로 어려워”
원장 “충분히 받을 수 있어”···무신사측 “보육 비용 50%만 지원”으로 말 바뀌어
무신사가 최근 회사를 둘러싼 어린이집 미설치·재택근무 논란과 관련해 대표이사가 직접 문제를 해결하겠다며 나섰지만 오히려 논란의 불씨를 키운 것으로 보인다.
11일 무신사는 한문일 대표 주도로 사내 공지 이메일을 통해 9월 이내 영·유아 자녀가 있는 모든 임직원을 대상으로 위탁 보육을 즉시 실시한다고 발표했다.
한 대표의 이러한 적극적 소통 행보는 최근 논란이 된 사안 때문으로 보인다.
무신사는 서울 성수동에 위치한 신사옥 구축 당시 직장 어린이집 건립을 계획했으나 실수요 부족 등의 이유로 설립이 무산됐다. 회사가 공언한 내용과 다르게 진행되면서 직원들의 궁금증은 더해졌다.
그러던 중 재택근무 폐지설이 사내 퍼지면서 뒤숭숭한 분위기가 이어질 무렵 올 5월 무신사에 합류한 CFO의 발언이 불을 지폈다. 최영준 CFO는 직원들과의 타운홀미팅 당시 어린이집 설립보다 벌금이 더 싸다는 취지의 발언으로 임직원들의 공분을 샀기 때문이다.
이에 무신사는 최근 논란이 된 어린이집 미설치 사안을 잠재우기 위해 영·유아 자녀를 두고 보육 수요가 있는 임직원을 대상으로 18일부터 즉시 위탁 보육 지원을 시행한다는 내용의 이메일을 전체 임직원에 발송했다.
무신사 관계자는 “위탁보육이 영·유아보호법에도 나와 있는 것처럼 직장 내 어린이집 설치가 어려울 경우 지역의 보육기관과 연계해 아이를 맡길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며 “보육비의 절반인 50%를 회사가 부담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무신사 본사 인근 보육기관과 연계를 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담당부서에서 추진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취재 결과, 무신사가 발표한 내용은 사실과 달랐다. 일반적으로 어린이집 등과 같은 보육기관과 기업이 위탁 보육을 맺을 경우 협약을 진행하게 되는데, 현재 무신사측으로부터 연락을 받은 인근의 보육기관은 한 군데도 없었다. 무신사 본사 주변 성동구 성수동2가 인근 보육기관은 총 5곳이다. 지도상에는 나와 있지만 현재 폐원한 곳을 제외한 숫자다.
무신사측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사업장 인근 어린이집은 정원 초과 등의 이유로 연계가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임직원들의 자녀가 다니고 있는 어린이집과 연계해 50% 비용을 지원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성수동2가에 위치한 어린이집들의 이야기는 달랐다. 무신사 본사 인근의 한 어린이집 관계자는 “(무신사 논란에 대해)얘기는 들었지만 아직 무신사측으로부터 연락은 없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어린이집 원장은 “300인 이상 기업은 법적으로 보육시설을 설치하게 하는데, 만약 설치를 못할 경우 인근의 어린이집과 협약을 통해 위탁보육을 맡기게 된다”며 “현재 주변 기업에서도 협약을 통해 아이들을 맡기는 곳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주에 무신사 어린이집 설치 무산 뉴스를 접하곤 마음이 아팠다. 인근 어린이집 원장님들과 이 얘길 하면서 한번 찾아가자고 했다. 요즘 저출산으로 어린이집 원생이 줄고 있는 마당에 무신사 같이 큰 기업에서 위탁보육을 맡긴다면 정성을 다해 보육해야 하지 않겠나”라며 “들어보니 무신사 직원 중 위탁보육 희망자가 93명이라고 하더라. 성수동 관내 국공립, 민간 어린이집이 있으니 충분히 수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업계(내부) 관계자는 “국내 패션 플랫폼 1위에다 IPO(기업공개)준비로 바쁜 무신사가 ‘어린이집 설치비용보다 벌금이 싸다’는 CFO의 발언에 발목을 잡힌 격”이라며 “내부에서는 더 한 일도 있었지만 그동안 참고 있던 것들이 터지고 있다”고 털어놨다.
한문일 대표는 임직원 전체 메일을 통해 "무신사 임직원의 마음을 제대로 헤아리지 못해 발생한 이번 사안의 심각성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며, "함께 노력하는 구성원들의 컨센서스를 모으는 것 역시 소홀히 할 수 없다는 점을 잘 알기 때문에 앞으로 임직원 분들의 생각을 더 적극적으로 듣겠다"고 말했다.
강홍민 기자 kh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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