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태선 방문진 이사장 복귀···MBC 사장 해임하려는 정부 계획에 제동

김기범 기자 2023. 9. 11.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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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해임 효력 정지’ 인용
방문진서 이사장 업무 재개
내년 8월까지 임기 유지할 듯
권태선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이사장의 해임 처분 집행정지 신청이 인용된 11일 서울 마포구 방문진 사무실에 돌아가서 직원들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 한수빈 기자

법원이 11일 문화방송(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권태선 이사장이 낸 해임 처분 효력 정시 신청을 인용했다. 이로써 권 이사장은 임기였던 내년 8월까지 이사장직을 유지할 가능성이 커졌다. 야권이 우위를 점한 방문진 구도가 유지되면서 윤석열 정부의 MBC 장악에는 일단 제동이 걸린 모양새다. 권 이사장을 포함해 이번 정부에서 해직된 방송 관련 기관장 4명과 야4당은 이날 긴급기자회견과 간담회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고 정부, 여당의 언론 장악 시도를 강하게 비판했다.

권 이사장은 법원의 결정이 나자 서울 마포구 방문진 사무실로 출근해 업무를 재개했다. 방송통신위원회가 항고를 하기로 했지만 인용된 집행정지 신청이 뒤집힌 전례는 많지 않다. 권 이사장이 방통위를 상대로 낸 행정소송의 본안 판결이 나오기까지도 통상 1년 정도가 걸릴 것으로 보인다. 권 위원장의 기존 임기는 내년 8월12일이다.

권 이사장은 이날 방문진 사무실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가장 먼저, 중요하게 할 일은 방문진법에 있는 것처럼 MBC의 독립을 지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권 이사장이 방문진을 찾은 것은 지난달 21일 방통위의 해임 결정 이후 21일 만이다.

권 이사장은 “먼저 이사장직을 떠나있던 동안 있었던 일들에 대해 파악할 것”이라면서 “앞으로 MBC의 독립성을 지키고, MBC가 공적 책임을 다하도록 견인하고, 추동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권 이사장은 이어 “해임 처분이 시작될 때부터 말씀드린 것처럼 저에 대한 해임 처분은 절차적으로나 내용적으로 위법한 일이었다”며 “(법원의) 결정문 내용을 살펴보니 법원이 제가 (방문진 이사장으로서) 해온 일들이 잘못되지 않았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앞서 방통위가 통보했던 권태선 이사장 해임 사유는 MBC 임원 성과급 인상 방치, 경영손실 방치, 관리 감독 부실 등이었다.

이번 정부에서 해직된 한상혁 전 방송통신위원장, 정연주 전 방송통신심위원장, 남영진 전 한국방송공사(KBS) 이사장, 권태선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 등이 11일 오후 국회에서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정부, 여당을 비판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김기범 기자

권 이사장이 복귀하면서 방문진 이사는 총 10명이 됐다. 이는 ‘방문진에 이사장 1명을 포함한 9명의 이사를 둔다’고 정한 방송문화진흥회법에 어긋난다.

방통위는 지난달 21일 권 이사장을 해임하고 김성근 전 MBC방송인프라본부장을 보궐 이사로 임명했다. 이로써 방문진 이사회의 여야구도는 기f존 3대 6에서 4대 5로 바뀌었다. 방통위는 여기에 추가로 김기중 이사까지 교체해 여권 우세 구도를 만들 계획이었다. 방통위는 이날 김기중 이사에 대한 해임 청문 절차를 진행했다.

그러나 권 이사장의 복귀로 방문진 여야구도는 4대 6이 됐다. 김기중 이사가 방통위 뜻대로 해임되도 4대 5가 된다. 여기에 김성근 보궐 이사가 그대로 자리를 유지할 지도 미지수다. 앞서 MBC는 김성근 이사 선임이 부당하다며 집행정지를 신청했다. 법원은 오는 13일 심문을 열어 김성근 이사를 선임한 방통위 조치의 효력을 유지할지 논의한 뒤 며칠 안에 결정을 낼 것으로 보인다.

이날 법원의 인용 결정에 대해 방통위는 즉시 항고하겠다고 밝혔다. 방통위는 “오늘 법원 결정과 같이 집행정지 신청을 인용해준다면 어떤 비위나 잘못이 있더라도 행정소송이 종결될 때까지 해임을 할 수 없고, 그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께 돌아갈 수 밖에 없다”며 유감을 표했다.

권 이사장에 앞서 해임된 남영진 전 KBS 이사장의 복귀는 무산됐다. 이날 법원은 남 전 이사장이 해임 처분에 불복해 낸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서울행정법원 행정2부(신명희 부장판사)는 “직무를 수행하지 못하는 데 따른 불이익이 해임처분 효력을 멈춰야 할 정도로 회복 불가능한 손해라고 보긴 어렵다”면서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KBS 이사회의 여야구도는 현대 6대 5로 여권이 우세하다. KBS 이사회는 이달 12일 김의철 KBS 사장의 해임안을 논의한다.

이번 정부에서 해직된 한상혁 전 방송통신위원장, 정연주 전 방송통신심위원장, 남영진 전 한국방송공사(KBS) 이사장, 권태선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 등이 11일 오후 국회에서 야4당 의원, 언론계 원로 등과 간담회를 진행하고 있다. 김기범 기자

권 이사장과 한상혁 전 방송통신위원장, 정연주 전 방송통신심위원장, 남영진 전 이사장 등 이번 정부에서 해임된 방송관련 기관장들은 이날 국회에서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정부, 여당을 비판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전두환식 언론 쿠데타에 맞서며’라는 제목의 성명에서 “저희는 오늘 언론의 자유 그리고 방송의 독립이라는 헌법적 가치가 파괴되고 유린되는 참담한 현실에 직면해 이 자리에 섰다”며 “지난 5월 한상혁 방통위원장의 해임 이후 3개월 사이 윤석열 정권이 공영방송을 비롯한 비판언론에 자행한 폭거는 가히 쿠데타적 수준”이라고 비판했다.

해임 기관장들은 기자회견 후 국회 과학기술방송통신위 위원, 야4당 공대위원, 언론계 원로, KBS·방문진 이사 등과 국회 의원회관에서 간담회를 열어 정부의 언론 탄압 현안에 관한 논의를 진행했다.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간담회 후 기자들에게 “(이동관) 방통위원장을 방통위원장이라고 인정할 수 없다”며 “5명 합의제인데도 2명이 채 안 되는, 그것도 대통령이 인선한 두 사람 가지고 만 운영하는 것 자체가 이미 법률에 위배되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김기범 기자 holjja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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