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칼, 2달 만에 4천억 확보…유동비율↑
서소문빌딩·호텔 매각으로 현금 다시 두둑
한진그룹의 지주회사 한진칼이 잇따라 건물 매각에 나섰다. 지난달 서소문 사옥을 대한항공에 매각한데 이어 이번엔 하와이 와이키키리조트호텔을 미국 회사에 넘겼다. 한진칼은 두달 사이 두건의 건물 매각을 통해 약 4100억원 넘는 현금을 쥐게 됐다.
한진칼이 잇따라 자산 매각에 나서는 것은 수익성 강화와 함께 유동성을 선제적으로 확보하기 위함으로 보인다. 수익성 낮은 자산을 효율적으로 운영해 체질개선을 이룬다는 전략이다. 한진칼은 제주칼호텔 매각도 재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통해 내년 초 회사채 상환 등을 위해 자금흐름을 여유있게 가져가겠다는 계획이다.
건물매각으로 4000억원 확보
업계에 따르면 한진칼은 와이키키리조트호텔의 현금성 자산을 제외한 자산 일체를 1466억원에 넘겼다. 거래 상대방은 미국 AHI-CLG 유한책임회사(LLC)로 매각일은 오는 15일이다. 한진그룹은 2020년부터 와이키키리조트호텔 매각을 추진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항공은 1974년 와이키키리조트를 945만달러에 매입하며 우리나라 기업 최초로 해외 호텔 사업에 진출했다. 이 호텔은 한진그룹이 2013년 지주사 전환을 위해 기업을 분할하는 과정에서 정석기업의 자회사로 편입됐다. 2015년에 다시 한진칼이 와이키키리조트 지분 100%를 매입하며 현재 구조를 갖추게 됐다.
한진칼은 최근 보유 건물들을 매각하고 있다. 한진칼은 지난 8월 자사가 보유한 서소문 사옥과 토지를 2600억원에 대한항공에 매각했다. 이번 호텔 매각을 포함하면 두달 사이 약 4100억원의 현금을 쥐게 된 셈이다.
매각을 추진했지만 무산된 사례도 있다. 한진칼은 지난해 8월 종속회사 칼호텔네트워크가 보유한 제주KAL 호텔을 제주드림PFV에 매각하는 매매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당시 매각 규모는 950억원으로 정해졌지만 지난 7월 최종 무산됐다.
한진칼 관계자는 "제주드림PFV에 우선협상자 지위를 부여하는 등 매각을 추진했지만 매각자 측에서 잔금 납입을 미루면서 최종적으로 무산됐다"고 말했다.
낮은 유동비율 '개선필요성' 있어와
한진칼의 이번 매각건을 두고 일각에서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인수를 위한 현금 확보 차원이라고도 보고 있다. 하지만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위한 자금은 유상증자를 통해 미리 마련한 것을 감안하면 그리 설득력이 높지 않다.
한진칼 관계자 역시 "이번 건물 매각과 아시아나항공 인수와는 관련 없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유동성을 선제적으로 확보하기 위한 차원으로 풀이된다. 한진칼의 올 상반기 별도기준 부채비율은 32%로 매우 낮다. 다만 이 부채 상당부분 만기가 1년 내로 몰렸다. 한진칼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향후 1년 내 만기 도래 채무가 1040억원에 달한다. 10월과 11월 각각 230억원, 28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상환해야 하며 내년 3월에는 530억원 공모 회사채의 만기도 도래한다.
이에 반해 현금성 자산은 넉넉하지 않다. 이 회사의 상반기 말 별도재무제표 기준 현금성자산(단기금융상품)은 2313억원으로 작년말 대비 38.5% 감소했다. 지난 7월 신주인수권부사채(1153억원)를 상환한 것을 감안하면 최근 현금성 자산은 1000억원대로 추산된다.
단기 차입에 대한 부담이 늘어나면서 이 회사의 유동비율은 떨어졌다. 한진칼의 올 상반기말 별도기준 유동비율(유동자산/유동부채)은 40%로 적정선(100~200%)에 못 미친다. 유동비율이 100% 미만이라는 것은 1년 안에 상환해야 할 부채가 1년 안에 현금화할 수 있는 자산보다 많다는 의미다.
한진칼 "체질개선으로 제2창업 원년"
한진칼은 이번 자산 매각으로 현금을 확보하면서 재무 건전성도 회복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자산 매각에 대한 차익을 단순 계산했을 때 한진칼의 현금성 자산은 5000억원대로 증가할 전망이다. 영업활동으로 인한 현금 흐름을 감안하면 더 늘어날 여지도 있다.
앞으로도 자산 매각을 통한 유동성 확보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한진칼은 내부적으로 올해를 '종합물류그룹 재도약을 위한 제2창업 원년'으로 삼고 경영 체질 개선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산의 효율적 운영을 통해 수익성 강화를 이뤄내겠다는 구상이다.
이에 따라 한진칼은 수익성을 발목잡는 계열사 자산을 추가 매각할 가능성도 높은 상황이다. 작년 말 기준 한진칼의 수익성을 가장 발목잡는 계열사는 칼호텔네트워크로 172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냈다. 매년 당기순손실이 누적되면서 이 기간 쌓인 결손금은 1972억원에 달했다.
다만 한진칼은 칼호텔네트워크 전체를 매각하는 것이 아닌 이 회사의 계열사인 제주칼호텔만 매각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한진칼 관계자는 "지난 7월 무산된 제주칼호텔 매각은 계속 추진할 계획"이라며 "칼호텔네트워크 전체를 매각하는 것은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나은수 (curymero0311@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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