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정복서', 차라리 '진짜가 나타났다' 자리를 꿰찼다면 어땠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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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순정복서> 는 복싱 천채 이권숙(김소혜)과 에이전트 김태영(이상엽)의 인생 두 번째 승부를 보여주는 드라마다. 순정복서>
<순정복서> 는 하지만 이권숙과 김태영의 못된 승부 조작을 그려내는 드라마가 아니다. 순정복서>
<순정복서> 는 큰 흠결은 보이지 않는 드라마다. 순정복서>
그런 면에서 <순정복서> 는 차라리 KBS 주말드라마용으로 만들었다면 좀 더 반응이 있지 않았을 싶다. 순정복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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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터미디어=소설가 박생강의 옆구리tv] KBS <순정복서>는 복싱 천채 이권숙(김소혜)과 에이전트 김태영(이상엽)의 인생 두 번째 승부를 보여주는 드라마다. <순정복서>는 최정상의 자리에서 갑자기 사라져 3년간 잠적한 이권숙이 주인공이다. 김태영은 잠적한 이권숙을 찾아 그녀를 다시 링 위의 세계로 올려놓는다.
이권숙과 김태영이 손을 잡고 링에 오르는 이유는 순수하지 않다. 이권숙은 자신을 상품으로 보는 어른들에 질려 권투 세계를 떠난다. 하지만 이후에도 언론과 관계자들은 계속 잠적한 그녀를 뒤쫓는다. 김태영은 이권숙에게 확실히 그녀를 낭떠러지로 떨어뜨리는 패배를 안겨주겠다고 말했다. 김태영의 계획은 이렇다. 이권숙의 거품을 한껏 쌓아올려 한판의 승부조작 경기를 치러 에이전트는 큰돈을 챙기고 이권숙은 패배자로 사라진다는 것이다.
<순정복서>는 하지만 이권숙과 김태영의 못된 승부 조작을 그려내는 드라마가 아니다. 기본적으로 이권숙과 김태영 모두 순수한 마음의 남녀다. 그리하여 두 사람의 처음 계획과 달리 시간이 흐를수록 그들은 다시 순수한 마음으로 복싱을 바라보게 된다.
<순정복서>는 큰 흠결은 보이지 않는 드라마다. 공영방송 KBS에 어울리는 인간미와 휴머니즘에 기댄 드라마이기도하다. 전개도 눈살 찌푸리는 장면 없이 편안하게 이어진다. 인물의 갈등이나 고민 등도 납득이 가는 한에서 풀어낸다.
살짝 아쉬운 것은 한 방의 훅이 좀 부족하다는 점이다. 대사에서나 상황에서나 요즘 드라마가 흥하려면 사람들을 현혹시키는 한 방의 펀치가 필요하다. 하지만 <순정복서>의 대사나 상황에서 그런 훅은 느껴지지 않는다.
하지만 꼭 그런 이유 때문에 시청률 2%를 넘기가 쉽지 않은 것은 아니다. <순정복서>의 저조한 시청률의 이유는 어쩌면 이 드라마의 만듦새와는 관계가 없는지도 모른다. <순정복서>의 정서는 KBS 김운경 작가의 <파랑새는 있다> 시대와 맞닿아 있다. 2~30년 전이었다면 마음의 울림이 있겠지만 온갖 파격과 판타지가 난무하는 OTT에 익숙한 시청자에게는 좀 싱겁게 느껴지는 스토리다.
순수한 마음을 뜻하는 '순정'이란 말부터가 이미 마음에 와닿는 말이 아니다. 또한 <순정복서>의 수줍은 로맨스 역시 딱히 요즘 시청자에게 어필할 만한 요소들은 아니다. tvN <스물다섯 스물하나>처럼 트렌디한 로맨스 요소를 녹이거나 tvN <우리들의 블루스>처럼 스타급 출연진과 화려한 연출로 조금 낡은 신파 감성을 희석시킬 장치도 없다. 또 몇몇 유머러스한 장면들이 있지만 전체적으로 무거운 분위기의 전개 역시 쉽게 리모콘을 돌리게 만든다.
이처럼 <순정복서>는 처음 링에 오를 때부터 쉽지 않은 성공의 승부수를 가지고 시작했다. 하지만 이 정도까지 시청률 회복이 힘들다는 건, 인간적이고 소박하고 '순정'적인 드라마의 시대는 완전히 지나갔다는 방증이 아닐까 싶다. 다만 지금 인기 있는 드라마가 너무 자극적이고 가볍기만 하다고 느끼는 시청자들에게 <순정복서>는 또 다르게 다가올 수 있다. <순정복서>는 옛 드라마의 소박한 인간미를 느낄 수 있는 작품이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순정복서>는 차라리 KBS 주말드라마용으로 만들었다면 좀 더 반응이 있지 않았을 싶다. 비밀의 권투 천재 셋째 딸 정도의 설정이라면 기본적으로 가족극의 식상함을 깔고 가는 주말드라마에서 괜찮은 카드로 보이기 때문이다. 그랬다면 <삼남매가 용감하게>나 <진짜가 나타났다>보다 오히려 <순정복서가 용감하게 나타났다>가 훨씬 반응이 좋았을지도 모르겠다.
칼럼니스트 박생강 pillgoo9@gmail.com
[사진=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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