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이 “엄마 지갑서 X냄새”… 루이비통 가방·지갑 ‘악취’ 민원 잇달아

이혜진 기자 2023. 9. 11.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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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는 교환됐지만 “보관 문제” “악취 안 심해” 반려도
구매자들 “교환·환불, 업체가 주관적 판단” 성토
집단 행동 조짐도 나타나
루이비통 측 “상세 내용 파악 중”
루이비통이 올해 첫 가격 인상을 단행한 지난 6월 1일 오전 서울시내 한 백화점 루이비통 매장을 찾은 시민들이 길게 줄 서있다. /뉴시스

“루이비통 백 오랜만에 꺼냈다가 X냄새가 나길래 보관을 잘못한 줄 알았어요. 더스트백에도 냄새가 물들었더라고요. 어느 매장으로 가야 교환을 수월하게 받을 수 있을까요.” (네이버 카페 이용자)

루이비통 일부 가방 제품에서 악취 민원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본사 차원에서 교환 등의 조치에 나섰지만 이마저도 뚜렷한 기준이 없어 소비자 혼란을 키우고 있다.

11일 업계 등에 따르면 명품 브랜드 정보를 공유하는 한 네이버 카페에는 2022년부터 최근까지 루이비통의 일부 가방 제품에서 악취가 난다는 제보글이 잇따르고 있다. ‘포쉐트메티스’ 알마BB’ 등 여러 제품군에 대해 악취 불만이 이어졌고, 2017~2019년 등 제품 구매 시기도 다양했다.

2018년 3월 포쉐트메티스를 구입한 카페 이용자는 11일 “악취로 교환하러 가려 한다. 냄새는 고온다습한 데서 심하고 에어컨 튼 실내에선 괜찮은 편”이라고 했다. 댓글에는 “저도 2018년 2월에 구입했는데 악취 때문에 5번도 들지 못했다. 구입한 매장이 사라져서 다른 매장에 가봐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지갑 제품의 악취 사례도 있었다. 한 이용자는 “2018년 12월에 구매한 로잘린 코인 퍼스에서 지난해부터 냄새가 올라온다”며 “심지어 아들이 엄마 지갑에서 X냄새가 난다고 한다. 냄새나서 더는 못 쓰겠다”고 했다.

커뮤니티 이용자들은 ▷교환 대상 제조년도의 제품 ▷본인 구매가 확인된 경우, 직원이 악취 여부를 확인하고 교환해준다는 정보를 공유했다. 또 교환 절차가 수월하게 이루어지는 일부 매장 정보도 공유하고 있다.

루이비통 가방 악취 관련 제보글. /네이버 카페 캡처

◇'소비자 과실’ ‘냄새 안 심해’ 교환 불가 사례도

그러나 교환 가능 여부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마련돼있지 않아 소비자들의 불만을 키우고 있는 실정이다. 소비자가 문제를 제기하면 자체 심의에 따라 교환 여부가 결정되는데, 악취가 나는 데도 ‘보관상의 문제’ 등 소비자 부주의 탓으로 돌리며 교환 요구가 반려되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2019년 온더고를 구매한 소비자는 “가방에서 민망한 냄새가 나서 주위 사람 눈치볼 때도 있었다. 그동안 이유를 모르다가 심의 접수했다”며 “심의 결과 ‘냄새가 심하지 않아서 교환 처리가 안 된다’고 한다. 주관적 기준이라 뭐라 할 말이 없다. 재심의를 해야 할지 고민”이라고 했다. 2018년도 알마BB를 구매한 이는 “악취가 너무 심해서 두 달 전 심의를 넣었지만 ‘보관 문제’라며 소비자 탓으로 돌리더라”며 “재심의를 넣었지만 결과는 똑같았다”고 했다.

다른 소비자는 “마스크를 가방에 넣었다가 다시 쓰려면 악취가 나서 못 쓸 정도인데도 심의가 반려됐다”며 “더스트백에 넣지 않고 환기도 잘하는데 더 이상 어찌 보관하라는 건가”라고 했다. 그는 “교환 대상과 아닌 것을 어떻게 구별하는지 명확한 기준이 없다”며 “’이 제품은 악취가 심한 정도가 아니다’라는 설명뿐인데 사람마다 느끼는 정도가 다른 데 납득이 가지 않는다”고 했다.

보상 금액도 들쭉날쭉하다. 한 소비자는 “저는 교환 받았는데 같은 제품인데도 셀러마다 보상 금액 안내가 누구는 250만원, 누구는 200만원으로 다르더라”며 “가이드라인도 없는 이런 대응 자체가 어이없다”고 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심의를 넣었다가 ‘소비자 과실’로 판명돼 거부 당하는 경우 교환 요청이 받아들여질 때까지 재심의를 넣어야 한다는 조언이나, 집단 행동을 하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특정 제품 아닌 소재 문제’ 원인 파악해놓고 부실 대응

일부 언론에서 입수한 루이비통 내부 자료에는 악취의 원인으로 ‘캔버스 소재의 퀄리티를 개선하기 위해 적용된 특정 물질이 고온다습한 환경에 노출됐을 때 반응해 일어나는 현상으로 특정 제품의 문제가 아닌 소프트 캔버스 제작 단계에서 발생했다’고 파악했다. 또 2017년 1월부터 2021년 3월까지 생산된 일부 제품에서 확인된다고 한다. 즉, 특정 제품의 문제가 아니라 해당 소재를 사용하는 제품이라면 악취가 날 가능성이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루이비통 측에서 보다 적극적인 대응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루이비통 측은 “자세한 내용을 파악 중”이라고 했다.

루이비통에 근무한 한 전직 직원 A씨는 조선닷컴과의 통화에서 “루이비통은 예전부터 제품 불량에 대한 이슈들이 자주 있었다”며 “과거에는 ‘멜팅’ 현상이라고 유약이 녹아 고객의 옷이나 소지품에 묻는 사례도 있었는데 아직도 제품 품질 문제와 문제 대응 수준이 개선이 되지 않은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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