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킹달러'…3개월 간 4조 판 외국인 코스피 돌아오려면

홍재영 기자 2023. 9. 11.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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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증시에서 지난 3개월간 4조원 가까이 순매도를 보였던 외국인들이 9월들어 순매수를 보이고 있다. 최근 유가 상승과 환율 상승(원화약세) 등으로 추세적인 매수로 판단하긴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위험 선호 심리를 일으킬 유인이 아직 부족하다는 분석이다. 이에 시장 전반에 변동성이 높아질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는 조언이다.
긴축 우려·고유가가 밀어올린 달러
외국인은 코스피 시장에서 지난 6월부터 지난달까지 3개월 연속으로 순매도 했다. △6월 1조716억원 △7월 1조9745억원 △8월 9347억원 가량 팔았다. 다만 9월 들어서는 지난 8일까지 5133억원 순매수 중이다. 코스닥 시장에서는 반대로 7, 8월에 순매수세를 보였다가 이달 들어 팔고 있다.

최근 외국인들이 강한 매도세를 보였던 배경에는 다시 늘어난 긴축 우려와 강달러 현상이 있다. 한 달 전 쯤 공개된 7월 미국 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의사록 내용이 우려를 부추겼다. 잭슨홀 미팅에서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이사회 의장이 낸 메시지가 시장의 예상을 넘지 않자 우려는 잦아들었다.

우려가 잦아들었음에도 달러 가격은 쉽게 진정되지 않았다. 이번에는 국제유가가 시장의 발목을 잡았다. 국제유가가 연고점을 경신하면서 치솟자 물가 상승 우려가 늘었고, 이는 다시 한 번 긴축 우려를 키웠다. 양호한 미국 경기 지표까지 긴축 가능성을 높이자 미국 금리 인상 가능성과 함께 달러 가치가 높아진 것이다. 11일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Fedwatch)에 따르면 11월 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25bp(1bp=0.01%) 올릴 가능성은 43.5%에 달한다.

달러의 하락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최근 달러 가격을 밀어올린 국제 유가가 연고점을 기록하며 상승 추세를 지속 중이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서비스인 오피넷에 따르면 미국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지난 6일 배럴당 87.54달러를 기록했다. 지난 7일에는 두바이유가 배럴당 91.49달러를, 다음날인 지난 8일에는 북해산 브렌트유가 배럴당 90.65달러를 기록했다. 주요 산유국이 감산을 연장함에 따른 것이다.
급할 것 없는 외국인, 무리한 투자 안 한다
11일 코스피가 전 거래일(2547.68)보다 9.20포인트(0.36%) 오른 2556.88, 코스닥지수는 전 거래일(914.18)보다 1.63포인트(0.18%) 하락한 912.55에 거래를 종료했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1333.4원)보다 2.3원 낮아진 1331.1원에 마감했다./사진=뉴시스
달러 가치가 올라 원/달러 환율이 높아질 수록 외국인들에게 한국 증시의 상대 매력도는 낮아진다. 그리고 코스피 시장의 큰 손인 외국인의 수급이 들어오지 않으면 증시 상승 동력도 부족해진다. 지난 8일(현지시간) 달러인덱스는 105.07까지 상승했다. 달러인덱스가 105를 넘긴 것은 지난 3월10일 이후 6개월 만이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달 17일 1343.0원으로 연고점을 기록했다. 11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대비 2.3원 내린 1331.1원에 거래를 마쳤다.

박소연 신영증권 투자전략 이사는 "지난해 레고랜드 사태 이후 1340원은 박스권 상단 역할을 톡톡히 했었는데 최근 달러인덱스(DXY)가 105를 돌파했고, 위안화 약세도 지속되고 있다"며 "환율이 1340원 위로 열릴 경우 금융시장 전반 변동성 확대를 경계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달 들어 코스피 시장에서 외국인들이 순매수세를 보이지만 증권가는 아직 추세적인 매수가 불확실한 것으로 본다. 경기 확장이나 정책 불확실성 해소 등의 단서가 있어야 환율도 진정되는데, 어중간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어서다. 당장 이번주에 미국 8월 소비자물가지수(CPI)와 중국 경기 지표 등의 발표가 이어지지만 투자 심리가 급변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시기적으로 무리한 투자를 결정할 때가 아니기 때문이다.

김형렬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위험 선호 요인이 부족한 시장 상황을 가장 잘 보여주는 징표가 현재의 환율"이라며 "이미 시장에서는 올해를 정리하는 시간이 시작되는데, 근거가 부족한 상황에서 외국인이 위험자산에 대해 선제적 행동을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홍재영 기자 hjae0@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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