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인비 캐디’의 조언…부활한 이민지

LPGA 크로거 퀸 시티 우승

캐디 브래드 비처와 함께

연장 2차전서 찰리 헐 제압

1년 2개월만에 통산 9승

중국 인뤄닝 세계 1위 등극

항저우 亞게임 금메달 노려

우승트로피를 든 이민지(오른쪽)과 캐디 브래드 비처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올 시즌 지독한 슬럼프에 빠졌던 호주교포 이민지가 ‘박인비 캐디’ 브래드 비처(호주)와 함께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이민지는 11일(한국시간) 미국 오하이오주 신시내티의 켄우드CC(파72·6548야드)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크로거 퀸 시티 챔피언십에서 합계 16언더파 272타로 찰리헐(잉글랜드)과 공동선두로 마친 뒤 연장 2차전에서 끝내기 버디로 우승을 차지했다.

우승상금 30만달러(약 4억원)보다 더 기쁜 것은 부진 탈출. 이민지는 이날 지난해 6월 메이저대회인 US여자오픈 이후 무려 1년 3개월만에 다시 한번 챔피언의 자리에 올랐다. 통산 우승 횟수는 9승이다.

이민지는 “이 대회가 아시안 스윙을 앞두고 미국에서 치르는 마지막 대회라 정말 잘하고 싶었고, 우승하고 싶었다”며 “아시안 스윙과 CME 투어 챔피언십에 앞서 목표를 재설정할 수 있게 됐다”며 기뻐했다.

이민지의 부활과 함께 그녀의 캐디가 조명을 받았다. 바로 ‘골프 여제’ 박인비와 16년 넘게 함께 한 캐디 비처이기 때문이다. 비처는 박인비가 2008년 US여자오픈에서 우승할 때부터 16년째 인연을 이어오며 LPGA 투어 21승(메이저 7승)과 2016 리우 올림픽 금메달 획득을 도왔다. LPGA투어에서도 ‘최고의 선수-캐디’로 손꼽을 정도다.

하지만 박인비가 출산휴가로 쉬는 동안 올 초 대니얼 강(미국)의 백을 멨고 이번에는 이민지와 호흡을 맞춰 우승을 끌어냈다.

특히 연장 2차전에서 비처의 조언이 우승의 열쇠가 됐다. 비처는 딱딱한 그린을 고려해 핀보다 약 25야드 앞에 공을 떨구라고 했고 이민지는 이 말대로 공략해 홀 50cm에 공을 붙였다. 그야말로 ‘여제’를 보좌했던 날카로운 코스 분석력과 100% 수행한 이민지의 물오른 샷 감각이 함께 만든 결과다.

우승의 순간 양손을 번쩍 들어 올 시즌 아쉬웠던 순간을 한 번에 날려버린 이민지는 나 김(호주) 등 동료들로부터 샴페인 축하 세례를 받으며 기뻐했다.

이날 이민지보다 더 주목받은 선수가 한명 있다. ‘중국 신예’ 인뤄닝이다. 합계 14언더파 274타로 3위로 마쳤지만 새로 발표되는 여자골프 세계랭킹에서 ‘1위’에 오를 예정이다. 중국 여자골프 선수가 세계 1위에 오르는 것은 2017~2018년 23주간 정상을 지킨 펑산산 이후 두 번째다.

2002년 9월 28일생으로 곧 만 21세가 되는 인뤄닝은 지난해 LPGA 투어에 데뷔한 2년 차. 올 시즌 디오 임플란트 LA 오픈에서 LPGA 투어 첫 우승을 신고한 데 이어 6월엔 메이저대회 KPMG 여자 PGA 챔피언십을 제패하며 톱골퍼 반열에 이름을 올렸다.

이날 세계 1위 등극 소식을 들은 인뤄닝은 “‘세계 1위’에는 많은 의미가 있다. 내게는 꿈이 실현된 것과 같다”며 “우상인 펑산산을 쫓아가는 큰 발걸음이다. 소름이 돋는다”며 기뻐했다. 인뤄닝의 다음 목표는 ‘아시안게임 금메달’. 특히 자신의 우상인 펑산산이 중국 대표팀 감독을 맡아 더 힘을 낼 전망이다. 인뤄닝은 “아직 펑산산과 많은 대화를 할 기회는 없었지만, 중국으로 돌아가 아시안게임에 출전하며 그와 더 많은 시간을 보낼 것이 기다려진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