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식 12일째’ 체력 고갈 이재명, 최고위 불참…당내선 중단 목소리 ‘고개’

‘단식 12일째’ 접어든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1일 최고위 회의에 불참하는 등 체력적 한계를 드러내자 당내에선 ‘단식 중단’ 목소리가 고개를 들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이 대표는 쌍방울 그룹 대북송금 의혹과 관련해 12일 검찰에 재차 출석해 추가조사를 받는다. 권칠승 수석대변인은 이날 국회 브리핑에서 “이 대표는 오는 12일 오후 검찰에 한번 더 출석한다”며 “검찰의 부당한 추가 소환 요구에도 불구하고 12일 당당히 응하겠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단식 12일 차인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 단식투쟁천막에서 앉아있다. 김정록 기자

그러나 이 대표는 기력이 쇠한 듯 일정을 소화하거나 방문한 손님을 만나는 경우가 아니면 누워있는 경우가 잦아지고 있다. 그는 앞서 이날 오전 최고위 회의가 열린 국회 본청 앞 단식 투쟁 천막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채 당 대표실에 머물기도 했다. 이에 당내에서는 이 대표가 한계에 봉착한 만큼 이제 단식을 그만할 때가 됐다는 목소리가 잇따르고 있다.

정청래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회의에서 “이 대표 건강이 심히 걱정된다. 하루하루가 고통의 연속”이라며 “많은 당원과 지지자들로부터 대표 단식 중단을 요청하는 문자가 쇄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병석 전 국회의장과 김영주 국회 부의장, 설훈·안민석·김상희·김태년·노웅래·안규백·우상호·윤호중·이인영·정성호 등 당내 4선 이상 중진 의원들은 이날 오후 천막을 찾아 이 대표에게 단식 중단을 권고했다. 앞서 이낙연 전 대표도 전날 이 대표를 찾아와 단식 중단을 권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 대표는 “정권의 관심은 오로지 폭력적인 권력 행사 그 자체에 있는 거 같고 권력이 추구해야 할 제일 핵심적인 과제, 민생이나 경제, 평화, 안전 같은 것에는 전혀 관심이 없는 것 같다”며 “이 기조를 바꾸지 않으면 야당이 하는 일이 너무 제한적일 거 같다. 뭐 말을 해도 속된 말로 귓등으로도 안 들으니…”라고 답했다.

이 대표는 천막을 찾은 기본소득당 용혜인 대표에게도 “윤석열 정권이야말로 용산 전체주의를 꿈꾸는 게 아니냐”라며 “그 끝을 알 수 없다는 게 더 심각한 상황인 거 같아 반드시 막아야 된다”고 말했다.

그는 페이스북을 통해 “고기를 굽는 꿈까지 꾼다”면서도 단식을 중단할 뜻이 없음을 거듭 밝히기도 했다. 본능인 식욕을 어찌할 순 없지만 참고 있다는 것이다.

이 대표 입장에서는 단식 투쟁을 끝낼 만한 뾰족한 계기가 없다는 점이 딜레마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에 야권 일각에서는 문재인 전 대통령이 나서서 역할을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이 대표는 성남시장 시절이던 지난 2016년 만 10일 동안 이어 가던 단식 투쟁을 당시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 대표의 권고를 수용해 중단한 바 있다.

국민의힘은 이 대표 단식에 대해 사법 리스크 ‘방탄’ 목적이라고 비판하며 수사 방해용 단식을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윤재옥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수사에 앞서 단식으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고 민주투사 코스프레로 부끄러운 혐의를 포장하며 소속 의원들로 하여금 사법 시스템 모욕을 주는 게 이 대표가 약속한 당당한 태도라면 국민들의 이해와는 그 의미가 한참 다른 것 같다”며 “이 대표는 죄의 유무가 여론이 아닌 증거와 법 원칙에 따라 결정된다는 명료한 사실을 기억하고 수사 방해용 단식을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김병민 최고위원도 이 대표의 단식에 대해 “기상천외한 사법 방탄 기법들이 난무하는 모습에 웬만한 범죄 피의자들도 혀를 내두를 지경”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