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 붕괴, 뛰쳐나가 이불 뒤집어쓰고 노숙" 전쟁터로 변한 마라케시

강승남 기자 2023. 9. 11.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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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년 만에 가장 큰 규모의 강진이 발생한 모로코 현지에 머물고 있는 제주대표단은 당시의 상황을 '전쟁터'로 설명했다.

11일 제주도에 따르면 제10회 세계지질공원 총회 참석차 제주도 세계유산본부 직원과 유네스코 등록유산관리위원회 관계자 등 6명으로 구성된 제주대표단이 지난 4일부터 현지에 머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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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회 세계지질공원총회 제주대표단 현지상황 전해
복구작업 시작·공항상황 안정화…13일 인천으로 귀국
지난 8일 모로코에서 강진이 발생한 가운데 이날 제10회 세계지질공원 총회 참석 차 현지를 방문한 제주대표단이 묵었던 호텔 내부에 건물 잔해가 떨어져 있다.(세계지질공원총회 제주대표단 제공)/뉴스1

(제주=뉴스1) 강승남 기자 = "한마디로 전쟁터 같았다"

120년 만에 가장 큰 규모의 강진이 발생한 모로코 현지에 머물고 있는 제주대표단은 당시의 상황을 '전쟁터'로 설명했다.

11일 제주도에 따르면 제10회 세계지질공원 총회 참석차 제주도 세계유산본부 직원과 유네스코 등록유산관리위원회 관계자 등 6명으로 구성된 제주대표단이 지난 4일부터 현지에 머물고 있었다.

제주대표단은 지진이 발생한 8일 오후 11시11분쯤 진앙지에서 72㎞가량 떨어진 마라케시 신도심의 한 숙소에 체류하고 있었다.

고정군 제주도 세계유산본부 한라산연구부장은 11일 '뉴스1제주본부'와 통화하며 이같은 상황을 전했다. 고 부장은 "밤 늦은 시간 갑작스럽게 건물이 흔들리고 벽면이 붕괴되면서 크게 놀랐다"며 "지진이 일어났음을 인지하고 급하게 숙소를 벗어나 안전한 곳으로 대피했다"고 전했다.

고 부장은 "밖으로 대피는 했지만 마땅히 갈 곳이 없어 이불 등을 뒤집어쓰고 노숙을 했고, (지진 발생) 이틀째 되는 날에 다른 안전한 숙소로 옮겼다"고 말했다.

모로코 강진은 제10회 세계지질공원 총회 참석 차 현지를 방문한 제주대표단이 체류하던 호텔 벽면이 붕괴됐다. 제주대표단 일행이 묵었던 방은 건물잔해로 문을 열지 못하는 상황에 처하기도 했다.(세계지질공원총회 제주대표단 제공)/뉴스1

또 다른 제주대표단 일원은 "상당히 긴박했던 상황이었다"고 밝혔다.

그는 "총회 일정이 타이트해 일찍 잠에 들었는데 '쿵쿵' 소리가 나면서 건물 2층이었는데도 심하게 흔들리는 느낌을 받았는데, 천장에서 잔해가 떨어지고 건물 벽면이 무너졌다"며 "다른 일행이 있었던 옆방의 상황은 더 심각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또 다른 일행이 묵었던 방은 건물 잔해로 인해 문을 열 수도 없었다"며 "급하게 호텔 직원에 상황을 알리고 잔해를 치워 구조하는등 긴박한 상황이었다"고 했다.

그는 "마케라시 옛 시가지인 메디나 지역은 천년고도로 오래된 건물들이 많아 특히 피해가 컸다"며 "신도심은 (구도심보다 피해가) 덜 하지만, 제주대표단이 있던 숙소는 건물이 일부 붕괴되는 등 피해가 있었다"고 했다.

제주대표단은 현재 큰 진동은 감지할 수 없고, 복구작업이 시작되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지진 직후 큰 혼잡을 빚었던 공항 상황도 어느 정도 정리가 되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모로코 현지에서는 당일 항공권이 없으면 공항 출입 자체를 막고 있다.

제10회 세계지질공원 총회에 참석한 제주대표단 등이 묵었던 호텔 투숙객들이 지진이 발생한 8일 늦은 밤 건물 밖으로 대피해 이불 등을 뒤집어쓰고 노숙을 하고 있다.(세계지질공원총회 제주대표단 제공)/뉴스1

제주대표단은 여진 등의 상황에 예의주시하면서 조심스럽게 귀국 준비를 하고 있다.

이들은 지진 발생 직후에는 조기에 돌아오는 방안을 검토했지만, 항공편 수요가 일시에 몰려드는 현지 사정과 연결편 등을 고려해 애초 일정에 맞춰 귀국하기로 했다.

제주대표단은 현지시간 12일 새벽 6시20분쯤 에어프랑스(AF) 1777편에 탑승해 모로코(마라케시 공항)를 출발, 프랑스 파리(드골공항)에서 AF264편으로 갈아타고 13일 아침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희찬 제주도 세계유산본부장은 "현지 출장 중인 직원과 계속 연락하면서 애로사항을 파악하고 있다. 현재는 모두 안전한 곳에서 귀국을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며 "제주 대표단이 안전하게 돌아올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세계지질공원총회 제주대표단이 머물고 있던 숙소가 지난 8일 모로코 강진으로 건물 벽면이 무너져 있다. (세계지질공원총회 제주대표단 제공)/뉴스1

한편 모로코에서는 지난 8일(현지시간) 오후 11시11분께 마라케시 남서쪽 약 72㎞ 떨어진 지역에서 규모 6.8 지진이 발생했다. 이는 120년 만의 강진으로, 진원의 깊이는 10㎞로 파악됐다.

모로코 내무부는 이번 강진으로 2122명이 사망하고 최소 2421명이 부상을 입었으며 그중 1404명이 중상을 입었다고 밝혔다. 유엔은 이번 지진으로 30만명이 피해를 입은 것으로 추정했다.

ks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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