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로코 지진, ‘72시간 골든타임’ 다가온다…머나먼 구조 손길

노지원 2023. 9. 11.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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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로코 대지진]잔해 아래 깔린 사람들 오랜 시간 못 버텨
“향후 2~3일 중요”…각국, 지원의사 밝혀
북아프리카 모로코를 강타한 지진으로 큰 피해를 본 산악 마을 아미즈미즈 인근에서 10일(현지시간) 한 여성이 슬퍼하고 있다. 강진 발생 사흘째인 이날 오후 4시 기준 총 2천122명이 사망한 것으로 파악됐다. 아미즈미즈[모로코] AFP/연합뉴스

규모 6.8의 강진으로 2000명 이상이 숨진 모로코에서 ‘골든타임’이 가까워지면서 구조대가 시간과의 사투를 벌이고 있다.

모로코 국영 방송은 10일(현지 시각) 이번 강진으로 2122명이 사망하고 2421명이 다쳤다고 내무부 발표를 인용해 전했다. 부상자 가운데 상당수가 위독한 상황이라 사망자는 향후 더 늘어날 우려가 크다.

전문가들은 통상적으로 지진이 발생한 뒤 초기 72시간을 생존자 구조에 결정적인 ‘골든 타임’이라고 본다. 국제적십자사·적신월사연맹(IFRC)의 글로벌 운영 책임자인 캐롤라인 홀트는 “앞으로 2∼3일이 잔해 아래 깔린 사람들을 찾는데 매우 중요한 시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10일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10일(현지시각) 모로코 마라케시에서 55㎞ 떨어진 아미즈미즈 인근 마을에서 주민이 지진으로 무너진 건물 잔해 옆에서 흐느끼고 있다. AFP 연합뉴스

지난 8일 밤 11시11분께 유적 도시 마라케시에서 남서쪽으로 72㎞ 떨어진 아틀라스 산맥에서 발생한 이번 지진으로 산간 지역에 있는 마을 여러 곳이 큰 피해를 입었다. 민간 구조대와 모로코 군 병력들이 생존자를 찾고 있지만 구조 작업은 녹록치 않다. 산간 지역 집들 상당수가 진흙 벽돌, 목재 등으로 허술하게 지어진 탓에 충격을 견디지 못하고 완전히 무너진 경우가 많아서다. 마라케시에서 60㎞ 떨어진 알하우즈 지역의 타파가그테의 경우 온전히 서 있는 건물이 거의 없다고 아에프페(AFP) 통신은 전했다. 진앙인 알하우즈 지역에서만 사망자가 1300명을 넘어선 상황이다. 1만8천가구가 직간접적인 영향을 받았다. 영국 비비시(BBC) 방송은 타파가그테에서 방문한 마을 한 곳의 인구 200명 가운데 90명이 사망했다고 전했다.

이뿐 아니라 피해가 큰 산간 지역 마을로 가는 도로가 낙석으로 막히면서 구조 인력도 진입하기 쉽지 않다. 일부 지역은 헬리콥터로만 접근이 가능하다.

10일(현지시각) 강진 피해를 입은 모로코의 주민들이 임시 천막 밑에서 쉬고 있다. AFP 연합뉴스

생존자를 위한 구호 지원도 열악하기는 마찬가지다. 지진으로 터전을 잃은 주민들이 사흘째 거리에서 밤을 보내고 있지만, 지원이 원활하지 않아 주민들은 식량, 물, 피난처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다. 마라케시에서 40㎞ 떨어진 물레이 브라힘 마을에 사는 야신(36)은 물, 식량 부족을 호소하며 “우리는 집도 잃고 모든 걸 잃었다. 단지 정부가 우리를 좀 도와주기를 바란다”라고 말했다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 모로코 당국은 지진 피해 현장에 물, 음식, 텐트, 담요 등을 보내기 위해 민간 보호 부대를 배치 중이라고 밝혔지만 가장 큰 피해를 본 산간 지역 마을에 대한 지원은 아직까지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30만명 넘는 사람들이 이번 재난으로 피해를 입었다.

피해가 집중된 산간 지역에 있는 병원으로 부상자가 몰리고 있지만 병원은 건물 내부가 안전하지 않다고 판단해 야외 텐트에서 환자들을 받고 있다. 의료진은 부상자는 물론 밀려드는 주검까지 거두며 업무 과중을 호소한다. 마라케시에서 55㎞ 떨어진 산골짜기 마을 아미즈미즈 지역 병원 관계자는 비비시에 9일 하루에만 주검 100구가 들어왔다면서 “죽은 사람이 너무 많아서 눈물이 나오는 것을 참을 수가 없다. 지진이 난 뒤로 우리 (의료진) 누구도 잠을 못 잔 상태다”라고 말했다.

길 한쪽에는 집을 잃은 생존자들을 위한 텐트가 마련돼 있지만 이마저도 모두가 누릴 수 있는 건 아니다. 아미즈미즈 마을 중앙 광장에서는 시민 수십명이 바닥에 천을 깔고 잠을 청하고 있다. 이 마을 주민 알리 아이트 유세프는 “담요로 텐트를 만들었다”면서 “정부가 나눠 준 텐트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라고 말했다.

신생아와 산모조차도 병원 진료를 받지 못한 채 텐트 생활을 하고 있다는 소식도 전해진다. 카디자라는 이름의 여성은 지진 발생 단 몇 분 전에 출산을 했고 3시간 뒤 아기와 함께 병원을 나와야 했다. 병원 측이 여진 발생 가능성을 우려하며 산모와 아기를 집으로 돌려보낸 것이다. 이 여성은 아기, 남편과 함께 마라케시에서 65㎞ 떨어진 아틀라스 산맥의 집으로 돌아가려고 했으나 산사태로 길이 막혀 현재는 인근 마을에 설치된 텐트에서 생활하고 있다.

10일(현지시각) 모로코 유명 관광도시 마라케시에서 55㎞ 떨어진 아미즈미즈 인근의 한 마을에서 자원봉사자들이 식사를 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해외 각국이 피해 지원에 나서겠다고 한 가운데 10일 모로코 정부는 스페인, 영국, 카타르, 아랍에미리트(UAE) 등 일부 국가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카타르가 보낸 구호기는 10일 저녁 도하 외곽의 공군 기지에서 이륙했으며 스페인은 구조대원 86명과 구조견 8마리를 현장으로 보냈다. 영국은 구조대원 60명과 구조견 4마리, 군용 수송기 2대, 소규모 의료팀을 보낼 예정이다. 모로코 당국은 해외 지원을 모두 받아들일 경우 자기들이 조율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나 “비생산적”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프랑스 정부는 모로코 정부의 요청이 오는 즉시 지원을 하겠다는 입장이고 미국과 튀르키예도 지원 의사를 밝힌 상태다.

베를린/노지원 특파원 zo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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