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발로 걷고 촉감놀이까지”···잡풀 가득 저류지 한편이 황토광장으로[현장에서]
7월 개장 후 하루 평균 300여명 방문 ‘인기’
제주 서귀포시 혁신도시 내 숨골 공원. 지난 9일 공원 중심부에 있는 저류지 한켠에선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수많은 사람들이 맨발로 웃고 떠들며 화창한 오후를 즐기고 있었다. 황토로 이뤄진 ‘어싱광장’으로, 어싱(earthing)은 맨발로 걷는 것을 의미한다. 최근 전국 지자체들이 맨발로 걸을 수 있는 황톳길을 잇따라 조성하는데, 광장 형태는 제주가 처음이다.
어싱광장에서는 손을 잡고 맨발걷기를 하는 노부부부터 진흙탕에 철퍼덕 앉아 흙 장난을 하는 아이들까지 수십여명이 나름의 방식으로 투박한 흙의 질감을 만끽하고 있었다. 광장 대부분은 마른 상태로 단단했지만 일부 공간은 아이들이 촉감놀이 등을 할 수 있도록 물을 뿌려 질펀하게 만들었다.
5살 아이와 함께 광장을 찾은 문모씨(39·제주시 봉개동)는 “맨발로 걷는 황토광장이 있다는 소식을 듣고 일부러 제주시에서 넘어왔다”면서 “아이에게 마음껏 흙에서 걷고 놀게 하고 싶었다. 저 역시 맨발 걷기를 한번쯤 해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잡풀과 덩굴이 무성했던 도심 속 저류지였던 이 곳은 제주 서귀포시가 지난 7월3일 맨발 걷기 황토 광장으로 조성한 이후 인근 주민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11일 서귀포시에 따르면 개장 이후 하루 평균 300여명이 찾고 있다.
황토 어싱광장은 집중 호우 때 침수 피해를 막기 위해 도심 공원에 조성한 저류지 상단부 공간(1777㎡)을 활용해 만든 공간이다. 이 곳은 비가 와도 물이 차지 않다보니 평소 잡목과 덩굴만 무성해 도심 미관을 저해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서귀포시 관계자는 “비만율은 높고 걷기 실천율은 낮은 제주도민의 건강 증진을 위한 생활밀착형 공간이 필요했는데 저류지 상단부를 활용하자는 아이디어가 나왔다”면서 “이 사업을 추진하면서 일석이조의 효과를 얻게 됐다”고 말했다.
서귀포시는 황토 광장 조성을 위해 지난 4월부터 충남 보령에서 진흙 307t을 들여와 바닥에 깔았다. 주변에는 톱밥 촉감 체험장과 몽돌 발 마사지 길, 맨발 걷기 후 씻을 수 있는 세족장, 산책로 등을 마련했다.
어싱 광장은 개장 직후부터 주민들의 관심을 끌었다. 아파트 등 주거공간으로 둘러쌓인 도심 속 공원에 조성된 만큼 접근성이 좋기 때문이다. 제주의 경우 대도시에 비해 상대적으로 자연환경이 좋더라도 안심하고 맨발로 걸을 수 있는 곳을 찾기란 힘든 것이 현실이었다. ‘맨발로 황톳길을 걸으니 불면증 해소에 좋더라’ 등의 입소문이 퍼졌다. 아이들에게는 촉감놀이를 위한 공간이 되면서 아침부터 밤까지 왁자지껄하다.
실제 황톳길에서의 맨발걷기는 발바닥을 지압해 혈액순환 등에 좋고 심신안정에도 도움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울산, 전북 군산, 경기 파주 등도 최근 맨발로 걷는 황톳길을 만들었다.
이 사업은 제주도가 선정한 정부혁신우수사례 공모에서 1위를 차지했다. 제주도는 이 사업을 행정안전부가 주관하는 경진대회에 우수사례로 추천할 예정이다.
서귀포시 관계자는 “숨골공원 황토 어싱광장을 걷는 것이 불면증 해소, 치매 예방 등에 효과가 탁월하다는 이용자들의 경험담이 이어지고 있다”면서 “제주도의 주요 건강지표가 전국 평균 대비 최하위 수준인 만큼 도민들의 건강 증진에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박미라 기자 mr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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