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리 자르기’ 개각 전에 직무정지 추진···민주당 국방장관 탄핵소추 추진 배경

김윤나영 기자 2023. 9. 11.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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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이 이재명 대표 단식 12일째인 11일 국회 단식농성장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날 이 대표는 건강상의 문제로 최고위원회의에 불참했다. 문재원 기자

더불어민주당은 11일 윤석열 대통령이 교체를 검토 중인 이종섭 국방부 장관에 대해 선제적으로 탄핵소추를 추진하기로 했다. 민주당은 채모 해병대 상병 사망 사건 수사 외압 의혹을 윤 대통령이 연루된 ‘권력형 게이트’로 보고 있다. 대통령이 ‘꼬리 자르기’ 식 개각을 하기 전에 탄핵소추를 통해 직무를 정지하겠다는 의도다.

민주당은 이날 국방부 장관 교체를 비롯한 소폭 개각이 임박한 것으로 알려지자 이 장관 탄핵소추를 서둘렀다. 당 고위관계자는 통화에서 “국방부 장관과 국가안보실 관계자들을 교체하는 것은 (채 상병 수사 외압 의혹에 대한) 증거 인멸이자 꼬리 자르기”라며 “개각을 앞두고 있으니 국방부 장관을 교체하기 전에 당이 먼저 더 강하게 가기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 지도부는 ‘위헌 발언’ 논란에 휩싸인 김영호 통일부 장관에 대한 해임건의도 검토했으나 이 장관 탄핵이 더 시급하다고 판단했다. 채 상병 사건 수사 외압이 사실로 드러나면 윤 대통령의 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재명 대표는 이날 입장문에서 “대통령이 장관을 해임하지 않은 건 수사 외압이 대통령 지시였음을 스스로 증명한 셈”이라며 “국방부 장관 탄핵은 진상규명의 끝이 아닌 시작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지난 8일 ‘순직 해병 수사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특검) 도입 법안’을 당론으로 채택했다. 탄핵과 특검 투트랙으로 채 상병 사망에 대한 진상을 규명하고 책임을 묻겠다는 것이다.

민주당의 장관 탄핵소추는 윤 대통령의 ‘불통 정치’에 대한 반발 성격도 있다. 이 대표가 이날로 12일째 무기한 단식투쟁하면서 요구해온 전면 개각과 국정 쇄신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윤 대통령이 야당을 국정 파트너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는 민주당 내 불만도 크다. 이 대표가 단식하는 동안 여당 대표는 물론이고 대통령실 정무수석, 국무총리도 단식투쟁장을 방문하지 않았다.

윤석열 정부 주요 장관 탄핵은 민주당 강성 지지자들의 요구이기도 하다. 당 관계자는 “이 대표나 친이재명(친명)계 의원들은 더 세게 싸우라는 강성 지지자들의 압박을 받고 있다”면서도 “그렇다고 해서 대통령이나 국무위원 전체를 탄핵할 순 없으니 위법 소지가 명확하게 드러난 국방부 장관이라도 탄핵하려는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교체를 앞둔 장관에 대한 탄핵소추는 부적절하다는 반론도 있다. 국회법상 탄핵소추로 장관의 직무가 정지되면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 결과가 나올 때까지 장관은 사퇴하거나 해임될 수 없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내각 쇄신을 요구하며 단행한 탄핵소추가 결과적으로 장관 교체를 막는 꼴이 되는 셈이다. 한 민주당 중진 의원은 “검찰에 수사·기소권이 있다고 해서 마구잡이로 수사하면 안 되듯이, 국회가 탄핵을 남발하면 정치가 사법화된다”며 “대통령이 개각하면 야당의 해임 요구가 받아들여진 것으로 봐야지, 굳이 나가려는 사람 뒤에다가 총을 쏴서 맞혀야 직성이 풀리나”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이번 달 본회의에서 이 장관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표결하려 할 것으로 예상된다. 장관 탄핵소추 요건인 재적 의원 과반이 넘는 의석수를 가진 민주당은 탄핵소추안을 단독으로 가결시킬 수 있다. 다만 탄핵소추안을 언제 상정할지는 국회의장의 재량에 달렸다. 국무위원 탄핵소추안은 본회의에 보고된 지 24~72시간 이내에 표결하지 않으면 폐기된다. 검찰이 12일 이 대표에 대한 추가 조사 후 구속영장을 청구한다면 이 대표 체포동의안과 이 장관 탄핵소추안이 같은 날에 처리될 가능성도 있다.

이 장관 탄핵 추진이 이 대표 체포동의안 표결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장담하기 어렵다. 일단 민주당 내에서는 두 건은 별개라는 기류가 강하다. 한 비명계 의원은 “장관 탄핵은 불가피하다”면서도 “이 대표 스스로 불체포특권 포기를 선언했기에 (체포동의안 가결에 대한) 이견이 없다”고 말했다. 반면 친명계 의원들은 “이 대표를 지키자”고 주장하고 있다. 정청래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이 대표를 중심으로 똘똘 뭉쳐 윤석열 정권과 대차게 싸우라는 것이 민주당 지지자들의 공통분모”라고 말했다.

김윤나영 기자 nayo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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