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직 방송기관장들 "'보도지침' 전두환 시대의 언론환경으로까지 퇴행"

조현호 기자 2023. 9. 11.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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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혁 "방통위가 팩트체크 시스템 점검? 언론 입막음용"
정연주 "이동관 국기문란 발언, 흑역사"
신학림-김만배 돈거래 언론윤리 질문엔 "많은 토론 필요, 답변 부적절"

[미디어오늘 조현호 기자]

윤석열 대통령과 방송통신위원회가 일방적으로 해임(해촉)한 한상혁 전 방송통신위원장, 정연주 전 방송통신심의위원장, 남영진 전 KBS 이사장, 권태선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이 현정부의 언론환경을 규탄하고 나섰다.

이들은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이 '뉴스타파 보도는 국기문란', 'KBS MBC JTBC 팩트체크 시스템 점검' 발언 등을 두고 “언론사의 입을 막는 도구로 활용하려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한 공영방송 이사진 강제해임을 두고 “이제는 방송장악의 악순환을 끊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내놓았다.

이들은 신학림 전 전국언론노동조합 위원장과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의 뉴스타파 인터뷰 이후 금전거래가 이뤄진 언론윤리 위반 문제에 대한 질의에는 분명한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한상혁 전 방통위원장, 정연주 전 방심위원장, 남영진 전 KBS 이사장, 권태선 전 방문진 이사장 등 해임 기관장들은 11일 오후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장에서 '전두환식 '언론 쿠데타'에 맞서며'라는 긴급 기자회견을 통해 공영방송 이사진 5명의 잇단 해임 사태와 이동관 방통위원장 취임에 이어 최근 대선공작 청문회 주장까지 나오고 있는 것을 두고 “신학림-김만배 대화 보도를 빌미로 권력기관이 총동원돼 비판언론에 대한 수사 등 조사에 나선 것도 모자라, '사형'이나 '폐간' 등의 용어까지 들먹거리며 겁박하는 수준에까지 이르렀다”고 진단했다.

이들은 “그들의 진정한 목표는 '보도지침'과 '언론통폐합'으로 상징되는 전두환 시대의 언론환경으로까지 퇴행하는 데 있는 것 같다”며 “비판보도를 하는 언론인은 검찰 수사 등을 동원해 겁박하고, 마음에 들지 않는 언론사는 '원 스트라이크 아웃' 시켜버리며, 가짜뉴스 근절이라는 명분으로 언론사의 보도내용에 일일이 개입함으로써 권력의 뜻에 맞지 않는 보도를 상시 검열하고, 나아가 그것을 보도지침화 하는 그런 언론환경 조성이 이 정권의 최종 목표인 것 같다”고 밝혔다.

이동관 방통위원장이 '원스트라이크 아웃제 등이 언론탄압 아니냐'는 질문에 '언론탄압이라는 프레임에 너무 위축이 돼서 제대로 할 역할을 못한 부분이 있지 않나. 당당하게 대응하겠다'고 답변한 것을 두고 이들은 “이들 조처가 언론 탄압임을 스스로 인정한 것이자 언론 탄압 등 온갖 무리수를 다해서라도 이 정권이 목표로 하는 전두환 시대의 언론환경으로 돌아가고자 함을 천명한 것이 아닐 수 없다”고 비판했다.

▲(왼쪽부터) 권태선 전 방문진 이사장, 한상혁 전 방통위원장, 남영진 전 KBS 이사장, 정연주 전 방통심의위원장 등 윤석열 정부가 해임(해촉)한 방송기관장들이 11일 오후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장 옆 프레스라운지에서 윤석열 정부의 5공식 언론탄압을 규탄한 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미디어오늘 영상 갈무리

이들은 “언론에 대한 '쿠데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이런 '쿠데타'적 상황인데 절차나 법 따위가 안중에 있었겠느냐”고 반문했다. 이들은 “'언론 쿠데타'가 끝끝내 성공하리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며 현직 언론계와 시민사회에 심각성을 인식하고 행동해달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권태선 전 방문진 이사장은 기자회견 발표 이후 소통관 프레스라운지에서 연 백브리핑에서 이날 방문진 해임 처분 무효 확인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인 법원의 결정을 두고 “저에 대한 (방통위의) 해임 처분은, 절차적으로나 내용적으로나 정당하지 않다”며 “이번 법원에서 저의 주장을 받아들였다는 점에서 사법부에 감사드린다”고 답했다. 권 전 이사장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공영방송 이사진을 교체해서 그 경영진을 바꾸고 그렇게 함으로 해서 공영방송을 정권이 장악하겠다는 악순환이 되풀이되어 왔는데, 저에 대한 집행정지를 계기로 그런 악순환이 끊어지고 방송의 자유와 언론의 자유가 존중되는 사회가 되기를 바란다”고 답했다.

한상혁 전 방통위원장은 '최근 최근 뉴스타파 보도 관련 이동관의 방통위가 JTBC KBS MBC에 대한 팩트체크 시스템 점검하겠다'며 재승인 재허가에 반영하겠다는 움직임을 어떻게 보느냐는 미디어오늘 기자 질의에 “금도가 있다”며 “헌법이 보장하는 언론의 자유의 본질은 국가권력으로부터 자유를 의미한다고 배웠다”고 밝혔다. 한 전 위원장은 “국가권력이 언론에 대해 간섭하지 말고, 강요하지 말라는 내용”이라며 “그래서 여러 차례 정권이 바뀌는 과정에서도 직접적으로 보도 내용에 대해 '이렇게 하라, 이렇게 하지 말라'는 내용을 음성적으로 했을지는 몰라도 이렇게 대놓고 한 것을 본 적이 없다”고 지적했다.

한 전 위원장은 “지금은 마치 보도 내용의 문제에 대해 정치권력이 직접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강요를 하는 행위들이 당연한 것처럼 벌어지고 있는 상황들이 매우 안타깝다”며 “방통위를 하면서 재허가 재승인 과정에서 보도내용에 대해 구체적으로 어떤 어떤 항목을 위반해서 방심위의 제재를 받았을 경우 감점을 받은 경우는 있었지만, '팩트체크를 했네 안했네' 이런 부분은 굉장히 주관적 판단이 개입될 수밖에 없는데, 재승인 재허가 심사에 집어넣겠다는 것은 기본적으로 그렇게 비판한 재허가 재승인 제도를 방송사나 언론사의 입을 막는 도구로 쓰려는 것 아닌가, 심각한 우려를 가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정연주 전 방송통신심의위원장도 “지난 4일 국회에서 이동관 신임 방통위원장이 '뉴스타파 인터뷰 관련 중대범죄 국가문란행위', '방심위에서 엄중조치할 예정'이라고 했는데, 방통위원장이 독립기구인 방심위 업무에 이렇게 구체적으로 사전에 개입해서 얘기하는 것은 처음”이라고 지적했다. 정 전 위원장은 그 바로 다음날 방심위 광고소위에서 5명 중 3인이 참석해 '여권 추천 방심위원이 국가의 근간을 흔드는 문제'라면서 긴급심의를 제안해 2명의 찬성만으로 긴급심의 안건을 통과시킨 사실을 소개하면서 “방통심의위라는 독립된 기구가 방통위의 부속물같이 작동하는 것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다고 비판했다. 그는 “방심위의 자존심을 흔들고 독립성 중립성을 침해하는 행위여서 매우 우려스럽게 생각한다”며 “이 문제는 방심위의 흑역사로 기록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남영진 전 KBS 이사장이 해임처분 무효 집행정지 신청을 냈던 사건을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고 기각했다. 이를 두고 남 전 이사장은 미디어오늘 기자와 만나 “방문진은 이사장이 아직 뽑히지 않았고, 아직도 여야 구도가 바뀌지 않아 실효가 있고 KBS는 이미 새 이사장이 들어가 있다보니 실익이 없어서 그런 것 아닌가 싶고, (방문진 이사장 건은) 방통위와 싸우는 거고 나는 대통령과 싸우는 거니 그런 면도 작용하지 않았나 본다”고 해석했다.

남 전 이사장은 '결정을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입장이냐'는 질의에 “당연히 받아들여져야 하는데, 지금 여러 가지 이유로 그렇게 한 것 같지만 받아들일 수 없다”며 “본안소송에서 다투겠다”고 답했다.

한편, 이들의 기자회견문에는 뉴스타파 신학림 전 언론노조 위원장과 김만배씨 인터뷰를 빌미로 한 비판언론 탄압은 언급돼 있지만 두 사람이 돈거래를 했다는 사실과 그 판단에 대해서는 언급은 없었다. 이에 언론윤리 문제에 질의하자 그 행위가 잘했는지 잘못했는지에 대한 분명한 판단을 내놓지 않았다.

'신학림 김만배 인터뷰 관련해 돈거래 한 게 드러났는데, 언론윤리 부분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느냐', '오히려 이렇게 한 것이 이번 사건에서 불신과 탄압을 자초하고 빌미가 됐다는 지적도 있는데 언론계 원로로서 한 말씀 부탁드린다'는 미디어오늘 기자 질의에 정연주 전 위원장은 “그 부분은 이 자리에서 길게 논의하는 것 적절하지 않아 보이고, 그 문제는 수많은 논의와 토론이 필요한 문제”라며 “전 방통위원장, 전 방심위원장, 혹은 전 방문진 이사장, KBS 이사장 자격으로 보다는 혹시 저한테 '언론계 선배로서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는다면 다른 기회에 얘기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이 자리에서는 적절하지 않으니 양해해달라”고 답했다.

남영진 전 이사장이 '기자가 더 잘 알지 않느냐'고 언급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공개적으로 듣고 싶어서 질문했다'고 재차 질의하자 남 전 이사장은 “충분히 얘기할 만한 내용”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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