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산업개발 붕괴사고 미합의 상인들 "돈 요구한 적 없다"(종합)

현산 "기존 피해자들과 보상액 차이 커 합의 무산"
상인들 "돈이 아닌 안전 대책 때문에 합의 안한 것"

서울 용산구 HDC현대산업개발 본사 옥외 간판. ⓒ News1DB

(광주=뉴스1) 이수민 기자 = 아파트 신축공사 중 붕괴참사를 냈던 HDC현대산업개발(이하 현산)이 사고 현장 인근 일부 상인들과 수개월째 합의안을 도출하지 못하고 있다.

현산은 기존 피해자들과 보상액 차이가 커 합의가 무산됐다고 주장했는데, 상인회는 돈이 아닌 안전대책 때문이라고 반박했다.

11일 현산 등에 따르면 사측은 붕괴참사 사고현장 인근 일부 상인들과 피해보상 합의를 보지 못해 공탁 절차를 준비 중이다.

지난해 1월11일 오후 광주 서구 화정동에 위치한 이 아파트 신축공사 현장에서는 붕괴사고가 발생했다.

사고 후 경제적 피해를 본 인근 상인들을 중심으로 '화정아이파크 대책위원회'가 결성됐다.

현산 측도 지난 2월 관할인 광주 서구 등과 함께 상생협의체를 구성하고 민원사항이나 현안을 해결하고 있다.

상생협의체 활동으로 지난 1년여간 대책위 소속 상인 90% 이상이 현산과 보상 협의를 마쳤다. 그러나 대책위 대표였던 홍석선씨를 비롯한 일부 상인들은 현대산업개발이 내놓은 합의안에 동의하지 않고 있다.

지난 7월31일 광주 서구 화정동 현대산업개발 아파트 철거현장 인근에 주차된 차량의 모습. 피해보상에 협의하지 않은 일부 상인들이 공사현장 주변에 차량을 세워뒀다. (HDC현대산업개발 제공) 2023.7.31/뉴스1

미합의자들은 총 6명이다. 이중 5명은 인근인 금호하이빌 문구상가 상인들이며 나머지 1명은 사고현장 주변 모텔 업주다. 모텔 상인 1명의 경우 보유하고 있는 가게가 2개로 건수로는 7건이 미합의 상태다.

현산은 이날 오전 기자간담회를 갖고 "미합의자들이 요구하는 합의 금액과 기존 합의자들이 체결한 금액의 차이가 커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발표했다.

또 "두차례나 합의요구서를 발송했으나 수취 거부 당해 방법이 없다"면서 "공탁 절차에 돌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공탁'은 법령의 규정에 따라 합의금을 법원이나 은행에 맡겨두는 행위다.

현산의 이같은 입장이 알려지면서 미합의 상인들은 사측이 언론을 상대로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미합의 상인인 홍석선씨는 <뉴스1>과 통화에서 "저희는 현대산업개발에 돈을 얼마를 달라고 요구한 적이 단 한 번도 없다"면서 "합의를 하지 않은 이유는 앞으로의 공사에 대한 '피해 대책을 세우는 게 너무 부실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비산먼지나 소음, 공사 진행과정에서 벌어질 수 있는 피해에 대한 대책이 너무도 부실하다"며 "현산은 안정화 대책으로 비산먼지를 막기 위해 '안전 그물망'을 세워놨는데 바람이 불면서 먼지와 파편이 다 떨어지는 등 피해를 주고있고, 이로 인한 불안감이 크다"고 호소했다.

또 앞서 대부분의 상인들이 대책위 대표였던 홍씨와 달리 합의를 본 상황에 대해서도 현산의 '이간질'과 '회유'가 바탕이 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모든 상인들이 합의하지 않았던 시점에 한번 현산에서 안을 가지고 와서 단체 협의하려고 했던 때가 있었다. 그때 현산이 상인 대표인 내가 아닌 다른 상인을 만나 나에게 말한 조건보다 더 좋은 조건으로 협의안을 제시해 나머지 상인들이 협상하게 된 것"이라고 했다.

이어 "나한테는 합의금액(공개 불가)을 제시해놓고 다른 상인들에게는 이보다 30~40% 많은 금액을 산정해서 준 것으로 안다"며 "그러니 다른 상인들이 나에게 불신이 생기고 험담을 하게 됐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합의를 본 상인과 아닌 사람들이 나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물론 보상이야 많이 받으면 좋은 것이지만 우리가 겨우 돈 1천만~2천만원 더 받자고 이러지 않는다"며 "앞으로 더 많은 피해가 발생할 것을 알고있기 때문에 '돈보다는 피해예방이나 절감'을 위해서 싸우고 있는 것이다. 건축이나 국토분야 대학교수 등 전문가가 투입돼 새로운 대책을 세운다면 얼마든지 합의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화정아이파크 주상복합 신축 현장에서는 지난해 1월11일 201동 39층 바닥 면부터 23층 천장까지 내외부 구조물 일부가 붕괴해 건설노동자 6명이 숨지고 1명이 다쳤다.

breath@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