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정이 결과 만든다, 클린스만호 ‘예고된 졸전’…협회 입장은?
웨일스전 졸전 이후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을 선임한 대한축구협회에 대한 비난 여론은 더욱 커졌다. 과거 미국 대표팀, 헤르타 베를린(독일) 감독 시절부터 근무 행태와 기행으로 논란이 됐던 감독을 투명하지 못한 절차를 통해 임명했고, 결과도 못 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8일 웨일스와의 원정 친선 경기 전부터 클린스만 감독의 근무 행태는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그는 지난달 초 생일을 맞아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감독 선임 전 잡힌 개인 일정을 소화하기 위해 미국으로 떠났다. 이 일정들을 다 마친 이후에도 해외파를 점검한다는 이유로 한국에 돌아오지 않았고, 웨일스에서 팀과 합류했다.
지난 3월 부임 후 한국 체류 기간은 고작 67일, 선임 당시 한국에 상주하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특히 아시안게임 동시 차출 선수도 있는 만큼 황선홍 감독과 긴밀한 조율이 필요한 시점에 국내를 비웠다. 협회가 클린스만 감독과 계약하면서 의무 체류 기간이나 조건에 대해서 강제성을 부여했다고 보기 어렵다.
한국의 문화를 무시하는 듯한 행보도 보였다. 클린스만 감독은 웨일스전 이전 유럽 원정 친선경기에 동행할 선수 명단을 발표하면서 기자회견을 건너뛰고 보도자료로 대신했다.
대표팀 명단 발표 행사는 선수 선발 배경과 감독의 전술 구상을 자세히 들을 수 있는 중요한 자리다. 하지만 클린스만 감독은 소집 명단 발표 이후 부상 선수가 생길 수 있다는 이유로 소집 이후 현장에서 설명하겠다고 입장을 밝혔고, 협회는 이를 그대로 받아들였다. 경기 장소인 웨일스나 잉글랜드에 오는 언론사에만 자세한 설명을 하겠다는 셈인데, 그만큼 질문의 다양성과 검증의 강도는 약해진다. 협회가 클린스만 감독을 통제하지 못하고 있으며, 더 나아가 그에게 피할 기회를 줬다고밖에 볼 수 없다.
해외에 머무르는 것은 물론 각종 겸업은 클린스만 감독이 한국 남자 축구 대표팀에 전념하지 않는 듯한 인상을 주는 요인이다. 그는 미국 스포츠 전문 채널 ESPN의 패널, 유럽축구연맹(UEFA) 자문위원을 맡고 있다. 여기에 안드레아스 헤어초크 수석코치도 오스트리아 ESPN에서 방송 패널로 활동 중이다.
겸직 허용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반대로 이를 제약할 명확한 기준이 없다는 것이다. 협회는 본업에 지장을 주지 않는 범위로 허용하겠다고 했는데, 매우 자의적인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축구계에서는 겸직 허용을 두고 이름값 있는 감독과 코치를 낮은 보수로 데려오기 위해 편의를 봐준 것으로 보고 있다. 헤어초크 수석코치는 클린스만 감독과 바이에른 뮌헨(독일) 입단 동기로 2011년부터 2016년까지 미국 대표팀에서 수석코치로 클린스만 감독을 보좌했고, 2018년 8월부터 2020년 6월까지는 이스라엘 대표팀 감독을 지냈다.
클린스만 감독이 코칭스태프 개편을 단행하면서 소통이 부족한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전임 사령탑 파울루 벤투 감독 때부터 코치로 감독과 선수 간 가교 구실을 해 온 마이클 김은 클린스만 감독으로부터 스카우트 직을 제안받았고, 결국 이를 거절하면서 대표팀을 떠나기로 했다. 이후 차두리 기술자문이 전임 코치로 보직을 바꿨는데, 이와 관련해서 전력강화위원들과 미리 논의하지 않았다. 한 위원은 “결정된 내용을 협회로부터 문자로 통보받았다”면서 “협회에서는 클린스만 감독과 만나는 자리를 빠르면 9월 말쯤에 잡아보겠다고 했는데 아직 결정된 것은 없다”고 밝혔다.
협회는 대표팀 사령탑에 전례 없이 많은 특혜를 줬고, 클린스만 감독은 기존의 절차를 무시하고 있다. 오는 13일 사우디아라비아와 경기에서도 승리를 거두지 못한다면 클린스만 감독 조기 경질론은 물론 감독을 제대로 통제하지 못한 협회 책임론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박효재 기자 mann616@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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