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 최대 상권 충장로 살릴 수 있을까?…지자체 100억 투입에 상인들은 ‘글쎄’
11일 오전 광주광역시 동구 충장로1가 아시아음식문화거리는 정적감이 감돌았다. 점심 준비로 분주해야 할 시간인데도 문을 연 가게는 보이지 않았고 지나가는 사람도 찾기 어려웠다. 한 고깃집에는 임대 현수막 4개가 덕지덕지 붙어있었다. 맞은편 가게는 간판이 뜯겨 있었고, 쓰레기들이 곳곳에 방치됐다.
충장로 가게들에 물품을 공급하는 한 업체 직원은 “예전에는 가게마다 매일 각종 물품이 부족하다고 아우성이었는데, 요즘에는 얼마나 장사가 안되는지 대부분의 가게가 3~4일 한번만 주문을 넣는다”고 말했다.
한 때 ‘호남 최대 상권’으로 불리던 광주 충장로가 끝없이 추락하고 있다. 상권 공동화를 막기 위해 지자체가 각종 지원 사업을 펴고 있지만 ‘역부족’이라는 평가다.
광주 동구는 “충장로의 옛 영광을 재현하기 위해 ‘충장상권 르네상스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고 이날 밝혔다. 충장상권 르네상스는 충장로 환경개선과 상권 활성화를 위해 2026년까지 100억을 투입하는 사업이다.
동구는 사업 첫해인 지난해 관광객과 시민들의 방문을 유도하기 위해 K-POP 거리·도깨비 골목 등을 체험형 공간으로 꾸미고 골목여행을 위한 여행자의집(ZIP) 등을 새롭게 조성했다.
올해는 성장 가능성이 있는 점포를 발굴해 집중 육성하고 충장로에서 가장 오래된 가게 중 하나인 궁전제과와 협업해 아이디어 기획상품도 개발할 방침이다.
동구는 이 사업을 통해 충장로를 활성화 시켜보겠다는 목표지만 현실은 만만치 않다. 충장로는 일제강점기부터 광주 최고의 번화가 였다. 그러다 1990년대 들어 광주 곳곳에 신도시가 개발되고 새로운 상권이 속속 생기면서 시민 발길이 크게 줄었다.
한국부동산원 자료를 보면 지난 2분기 충장로 일대 중대형 상가 공실률은 29.9%로 전국 평균(13.5%)보다 2배 이상 많다. 최근에도 한 때 땅 값만 수십억원대를 호가했던 한 건물이 헐리고 주차장으로 바뀌었다.
한 커피숍 주인은 “행정에서 무언가를 시도한다는 점에선 환영하지만, 상권 활성화로 이어질지는 의문”이라며 “차라리 임대료를 지원하거나 공용 주차장을 확충하는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충장로에서 50년째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정일성 충장로1·2·3가 상인회장은 “충장로 전체가 유례없이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활성화 사업은 겉돌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라며 “상인들과 시민들의 요구가 무엇인지를 파악해 최대한 반영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동구청 관계자는 “충장상권 르네상스는 중소벤처기업부 컨설팅을 받아 추진하고 있다. 최대한 많은 상인들의 목소리를 반영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고귀한 기자 g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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