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러시아行 전망 속 美감시 피하려 극도의 보안유지

김성훈 기자(kokkiri@mk.co.kr), 한예경 기자(yeaky@mk.co.kr) 2023. 9. 11.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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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EF개막 다음 날에도 철저 함구
金, 11일 아침까진 평양 머문 듯
빨라야 12일에 러시아 도착 예상
노출된 동선·경로 바꿨을 가능성
박진, G20서 러 외교와 전격 회동
북러밀착 우려·대북결의 준수 강조

북한과 러시아가 제8회 동방경제포럼(EEF) 개막 다음 날인 11일에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러시아 방문과 북러정상회담 개최에 대해 철저히 함구했다. 미국이 김 위원장의 방러 준비 움직임을 미리 노출시킨 점 등을 감안해 극도의 보안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러시아 타스통신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EEF가 열리는 블라디보스토크를 이틀 동안 방문한다고 보도했다. 앞서 통신은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을 인용해 푸틴 대통령이 EEF를 계기로 파니 야토투 라오스 부통령, 장궈칭 중국 부총리 등 외국 고위급 인사들과 만날 것이라고 전했다. 다만 크렘린궁은 김 위원장의 방러와 북러정상회담 개최 여부에 대해서는 어떤 발표도 내놓지 않았다.

러시아는 지난 2019년 4월 김 위원장의 러시아 방문 당시에는 엿새 전 이를 발표한 바 있다. 북한도 김 위원장 출발 전날 관영매체를 통해 김 위원장의 방러를 공식화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북러 모두 굳게 입을 다문 모양새다.

매일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김 위원장은 이날 아침까지는 평양을 떠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그가 이날 낮 시간에 전용열차인 ‘태양호’를 타고 블라디보스토크로 출발했을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평양에서 블라디보스토크까지는 철로로 약 1200km 정도 거리다. 북한 열차가 속도를 시속 50~60km밖에 낼 수 없는 점을 감안하면 이동에만 꼬박 만 하루 이상이 걸리는 셈이다. 이에 따라 김 위원장이 빨라야 12일에 러시아에 도착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로서는 김 위원장의 정상외교 의전담당인 김창선 국무위원회 부장의 움직임도 포착되지 않고 있다.

일각에서는 북러 양국이 경호 상 문제를 고려해 이미 노출된 김 위원장의 러시아 방문 동선과 시기를 조정했을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이 경우 북러 정상 간 만남 장소가 블라디보스토크가 아닌 하바롭스크주나 아무르주 등 여타 극동지역이 될 개연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와 관련 국가정보원도 지난 7일 “김정은이 기존 예상 경로와는 다른 ‘깜짝 행보’를 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이번 러시아 방문 길에 대(對) 러시아 무기 거래와 관련한 군·정부 고위관계자는 물론 대외경제상 등 경제협력 전문가를 대동할 것으로도 보인다.

박진 외교부 장관은 지난 10일(현지시간) 인도 뉴델리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 계기에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과 별도로 면담을 갖고 “러북 관계가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결의를 준수하는 가운데 한반도 및 동북아 지역의 평화와 안정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진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박 장관이 라브로프 장관에게 안보리 상임인사국인 러시아이의 책임있는 행동을 직접 압박한 것으로 읽힌다. 이에 대해 러시아측은 북한의 핵개발 우려를 공감하고 한반도 비핵화를 지지하지만 지금 한반도의 긴장은 미국의 책임이 크다는 기본 입장을 재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장관은 윤석열 대통령을 수행하고 있었지만 라브로프 장관은 푸틴 대통령 대신 러시아 대표단을 이끌고 참석한 것이라 두 장관의 만남은 사전 계획에 없었다. 두 장관은 회의 마지막날 긴급하게 일정을 조정해 회의장 내 별도 공간에서 25분간 회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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