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릴수록 '차박' 당기네 더 넉넉해진 국민 SUV

문광민 기자(door@mk.co.kr) 2023. 9. 11.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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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디 올 뉴 싼타페' 시승기

"전면부에 4개, 후면부에 2개. 'H'가 도대체 몇 개야."

5년 만에 풀체인지(완전변경) 모델로 돌아온 현대자동차 5세대 싼타페의 첫인상은 그다지 좋지 않았다. 차량 곳곳에 새겨진 'H'는 생소한 디자인으로 재탄생한 신형 싼타페가 현대차의 작품이라는 사실을 그 누구도 잊어선 안 된다는 강박을 상징하는 듯했다.

운전석에 앉아 보지 않았다면 운전석에서 2·3열의 널찍한 실내 공간을 돌아보지 않았다면 '디 올 뉴 싼타페'가 왜 그토록 자랑스럽게 'H'를 내걸었는지 영영 이해하지 못했을 것이다.

이번에 시승한 차량은 21인치 타이어를 장착한 6인승 가솔린 2.5 터보 2륜구동 캘리그래피 트림(세부모델)이다. 시승 코스는 경기 고양시 현대모터스튜디오에서 파주시의 한 카페까지 왕복 약 80㎞로, 전체 주행거리의 80%가량은 고속도로를 지났다.

디 올 뉴 싼타페는 운전하기 편한 차다. 시트포지션을 높이면 웬만한 트럭에 올라탄 듯 높고 넓은 시야를 확보할 수 있다. 크고 묵직해 보이는 차체와 달리 스티어링휠(운전대)은 적은 힘으로도 가볍게 돌릴 수 있다. 빙 돌아야 하는 회전 구간에서도 몸이 쏠리는 느낌이 덜하다.

고속도로에서 가속페달을 꾹 밟고 속도를 한껏 끌어올려도 차는 가뿐하게 움직인다. 캘리그래피 트림에 기본 품목으로 들어가는 '에르고 모션' 시트는 고속 주행 시 운전자의 등과 옆구리를 꽉 잡아준다. 이는 노면 상태에 따라 차가 흔들리더라도 운전자는 중심을 잡고 운전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시속 100㎞ 넘는 속력에도 풍절음(창밖 바람 소리)은 간간이 들릴 뿐이다. 가하는 힘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차량을 제동할 때도 부드럽게 멈춰 선다.

신형 싼타페는 후면부가 절벽처럼 뚝 떨어지는 박스 형태로 만들어졌다. 대개 박스카는 공기저항이 커 연비가 낮고, 승차감이 나쁘고, 소음이 상대적으로 크다. 신형 싼타페는 이를 극복했다. 차량 하부에 언더커버를 씌워 차량 아래로 흐르는 공기 흐름을 안정화시켰다. 상·하단에 액티브 에어플랩(능동형 공기 덮개)을 적용해 차량 속력에 따라 차량 전방 범퍼와 라디에이터 그릴에 있는 덮개가 열리고 닫히며 공기 흐름을 조절하도록 했다.

공기저항을 줄이기 위한 각종 기술에 힘입어 신형 싼타페는 공기저항계수 0.294Cd를 달성했다. 이 수치는 동급 차량 중 가장 낮은 수준에 해당한다. 박스카인 신형 싼타페가 고속 주행에서도 차량이 흔들리는 현상이 드물고, 풍절음 또한 간간이 들리는 이유다. 공기저항계수는 0에서 1 사이로 측정되는데, 0에 가까울수록 공기저항이 작다는 뜻이다.

디 올 뉴 싼타페는 '패밀리카'로서 장점을 극대화했다. 신형 싼타페는 운전자뿐 아니라 2·3열 동승자에게도 편안한 승차 경험을 제공한다. 2열 레그룸(무릎공간)은 1열 시트와 2열 탑승자의 무릎 사이에 주먹 두 개가 충분히 들어갈 만큼 넉넉하다. 2열 좌석에서 등을 기대고 앉아 노트북을 펼쳐도 불편함이 없다. 이 차에는 새로 개발된 양방향 멀티 콘솔이 탑재됐다. 2열 탑승자도 암레스트 수납 공간과 트레이를 열고 사용하는 게 가능하다. 휴대전화 충전 시스템은 1열부터 3열까지 모두 탑재됐다.

아기가 하나 있는 3인 가족에게 이 차는 움직이는 살림살이가 될 만큼 공간 활용성이 뛰어나다. 2열에 카시트를 설치하고, 3열 좌석을 완전히 접는다면 유모차, 아기의자, 대형 캐리어 등 각종 짐을 가득 싣고도 장거리 이동이 가능하다. 아이소픽스(ISOFIX·카시트와 결합하는 고정 장치)는 2·3열 좌석에 모두 마련돼 있다. 3열에 카시트를 설치하려는 경우, 2열 좌석을 완전히 접으면 부피가 큰 카시트를 3열로 옮기는 데 어려움이 없어 보였다.

현대자동차 디 올 뉴 싼타페 6인승 모델 실내. 현대차

신형 싼타페의 외관 크기는 전장(길이) 4830㎜, 전폭(너비) 1900㎜, 전고(높이) 1730㎜(루프랙 제외), 축간거리 2815㎜ 등으로 이전 세대와 비교해 모두 50㎜가량 늘었다. 2·3열 좌석을 모두 접으면 성인 둘에 아이 하나가 다 같이 누워도 갑갑하지 않을 만큼 실내 공간이 넓고 높다. '차박(차에서 숙박)'에는 별 흥미가 없는 사람이라도 이 차를 소유하게 된다면 에어매트 등 캠핑 용품을 일단 구매하고 싶다는 충동이 들 수 있다.

이 차는 사운드 시스템도 3차원 공간감을 구현한다. 차량에 기본으로 탑재된 '자연의 소리'를 재생하고 운전석에서 눈을 감고 있으면 멀리서 들리는 물소리, 새소리 등을 통해 운전석에서 트렁크까지의 광활한 거리를 다시 한번 체감할 수 있다.

디 올 뉴 싼타페의 매력은 실내 공간을 경험해야 알 수 있다. 차량 실내에서 경험한 만족감 덕분에 파격적인 외관 디자인은 더 이상 신경 쓰이지 않게 됐다. 시승을 마치고 차량 반납 장소로 돌아가는 길, 앞서는 신형 싼타페 후면부에 붉게 빛나는 두 개의 'H'가 괜히 반가웠다.

디 올 뉴 싼타페 가솔린 모델의 판매가격은 3546만원(개별소비세 5% 기준)부터 시작한다. 세제 혜택 적용 전 가격을 기준으로 하이브리드 모델 판매가는 4031만원부터다.

[문광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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